욘킴 독서록: 타타르인의 사막

텅 빈 사막에서 유예된 삶

by 욘킴
[이미지 출처: 교보문고](https://ebook-product.kyobobook.co.kr/dig/epd/ebook/E000003114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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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21.64MB)

『타타르인의 사막Il deserto dei tartari』 1940년에 이탈리아 환상문학의 대표작입니다.


당시 디노 부차티는, ‘시간’과 ‘고독’을 통해 인간 실존의 문제를 환상적이고 예리하게 담아낸 작가로 주목받았습니다.


타타르인의 사막


주인공 조반니 드로고는 사관학교를 마친 뒤 영광을 꿈꾸며 첫 부임지인 외딴 국경 요새에 도착합니다. 그는 끝없이 펼쳐진 사막 너머로부터 언젠가 침입해 올지 모르는 적과 맞서 싸우는 영광의 순간을 꿈꾸며, 요새를 우두커니 지키는 기다림의 삶을 보내기 시작합니다.


바스티아니 요새는 아름답지도, 크지도 않으며 태곳적부터 그곳에 존재했을 것 같은 국경의 요새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요새는 덤불만 흔들려도 전쟁의 기대감이 생겨나는 황량한 사막을 마주하고 있고, 사막에는 어딘가에 숨어 있을 전설 속 타타르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떠돕니다. 요새를 지키는 사람들은 그저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내일을 택할 뿐이거나, 터무니없는 망상으로 괴로워하며 지낼 뿐입니다. 드로고는 처음부터 후자에 가까웠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적은 오지 않고, 아무런 일도 없는 날들이 무한히 반복되며 어느덧 수십 년이 흘러가 버립니다. 드로고는 처음엔 이를 견디지 못하고 벗어나고 싶어 했지만, 반복되는 나날 속에서 점점 더 사막 너머 어딘가에 있을 미지의 적이라는 집요한 환영에 매달리게 됩니다. 그렇게 그는 어쩌다 주어진 몇 번의 떠날 기회조차 저버리면서까지 결코 요새를 떠나지 못합니다.


디노 부차티의 『타타르인의 사막』은 존재의 부질없음과 무의미한 반복 속에서 소멸해 가는 인생의 허망함을 인간과 요새, 그리고 사막을 통해 환상적으로 표현합니다.


우리는 대다수의 삶이 보편적이며, 위대한 운명의 순간이란 것은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특히 청춘의 정점을 지나는 동안 여전히 가장 좋은 날은 아직 찾아오지 않았다는 근거 없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은 지칠 줄 모르는 환영으로 매일 나타나며, 그것을 쫓으며 매일같이 달리던 장소가 실은 쳇바퀴 안이었다는 걸 겨우 깨달았을 즈음에야 허망하게 저물어버린 청춘을 발견하게 됩니다.


시간이란 특별한 이유 없이 쏜살같이 지나가 버립니다. 근거 없는 희망이 옳았음을 증명하기 위해 기다리는 것은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지, 진정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현재를 유예하다 보면 어느새 인생의 끝자락에 다다르게 됩니다. 삶이란 끊임없는 기다림 속에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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