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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세편집위원회 Feb 09. 2024

<137호>[학내기획]세브란스 노조 파괴, 그 이후

편집실

세브란스 노조파괴, 그 이후. 대각선으로 나뉘어 왼편은 파란색, 오른편은 하얀색 배경이다.

#요즘 시사 #노란봉투법 #노조법_2·3조개정

결국 노란봉투법은 선포되지 못했다. 노란봉투법이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을 일컫는 말이다. 23년 8월 본회의에서의 노란봉투법 상정 일정 지연에 여야가 합의했고, 이에 대해 노동계의 비난이 빗발쳤다. 지난 9월부터 개정안을 요구했고, 결국 11월 9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주도로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렇지만 다음 문턱인 대통령의 동의를 넘어서지 못했다.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을 행사해 국회 법안에 재의결에 부쳐졌지만 재적의원의 과반수 출석/출석 인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의 조건에 충족되지 않아 폐기되었다. 만약 재의 단계에서 통과되었더라면, 대통령은 그 법안을 다시 거부할 수 없다. 2023년 12월 8일 노란봉투법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국회 본회의서 부결되었다.


노란봉투법이 무엇이길래? 

이중고용구조 도식

‘노란봉투법’이라는 단어는 2014년 쌍용자동차 파업 참여 노동자들에게 47억 원의 손해배상 판결이 내려지면서 시민들은 4만 7천 원씩 노란봉투에 넣어 후원한 사건에 유래했다. 이후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고용구조에 놓인 간접/특수 고용 노동자들의 노동권 보장을 위해 만들어진 법안이다. 하청 고용은 좌측에 있는 약식처럼, 원청이 직접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고, 하청업체를 두어 간접적으로 고용하는 구조이다. 이로써 원청은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책임질 법적 의무가 없다. 원청이 직고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하청업체가 바뀜에 따라 근속연수가 초기화되고 그에 따른 연차 인정, 임금 상승, 근속 수당등이 인정되지 않는다. 특히, 본 글에서 다룰 병원 청소 같은 노동은 ‘장소 특수적 노동’이라 원청이 주기적으로 하청업체를 선정해 바뀌어도 노동자는 바뀌지 않는다. 피라미드 구조의 하중을 받들고 있는 노동자들이 바뀌면 청소가 잘 안될 테니 말이다. 즉, 이 구조의 실체는 어떤 형식으로 고용되어 있든 노동자의 ‘노동’일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기존 법안 ]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개정 2021. 1. 5.>
2. “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를 말한다.
3. “사용자단체”라 함은 노동관계에 관하여 그 구성원인 사용자에 대하여 조정 또는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용자의 단체를 말한다.
5. “노동쟁의”라 함은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이하 “勞動關係 當事者”라 한다)간에 임금ㆍ근로시간ㆍ복지ㆍ해고 기타 대우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상태를 말한다. 이 경우 주장의 불일치라 함은 당사자간에 합의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여도 더이상 자주적 교섭에 의한 합의의 여지가 없는 경우를 말한다.
6. “쟁의행위”라 함은 파업ㆍ태업ㆍ직장폐쇄 기타 노동관계 당사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와 이에 대항하는 행위로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제3조(손해배상 청구의 제한)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변경되는 사항은 다음과 같다.[1][2][3]


-2조 2항 사용자의 범위 확대
 기존 ‘사용자’의 범위는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하청업체)에만 해당했다. 변경 사항에서는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가진 행위자(원청)까지 포함한다. 이로써 노동자들은 원청과 직접 교섭 가능해진다. 
-2조 5항 노동쟁의의 개념 확대
 기존 노동쟁의의 개념은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해 노사 간의 의견이 불일치할 때 발생한 노동쟁의만을 합법으로 인정했다. 변경 사항에서는 갑작스러운 정리해고, 노동법 위반 시정 등을 위한 투쟁도 합법적 쟁의로 인정하도록 한다.
-3조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
기존 2조 5항에 근거한 ‘불법 노동 쟁의’가 이뤄질시, 사용자는 노동자 본인뿐만 아니라 측근인 신원보증인에 손해배상청구를 함으로써 노동쟁의 탄압이 이뤄지기도 한다. 변경 사항에서는 이런 무자비한 탄압을 방지하기 위해 손해배상청구 가능 범위를 제한한다. 원래 민법상 불법 노동쟁의를 했을 경우 노조원들은 부진정연대책임을 져야 했는데, 이를 과실률에 따른 개별채무로 변경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원청에서 청구한 피해 금액이 N원이면 모든 구성원 각각이 N원씩 보상해야 했으나, 이제는 모든 구성원의 총합이 N원이 되도록, 피해 기여도에 따라 분할 보상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신원보증인은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에 대해서 배상할 책임이 없을 명시한다.


 

#우리 주변 속 시사 #세브란스병원_노조파괴

#판결1월10일


세브란스 병원, 청소노동업무와 지금까지의 노조파괴사건 요약

 ‘노란봉투법’이 적용될 사건이 우리 주변, 세브란스 병원 청소노동자들에게도 있다. 세브란스 노조 파괴 사건은 2016년 민주노총 출범 이후 병원과 용역업체가 지속해서 노조를 파괴하려고 했던 일을 말한다. 이는 노동조합법 위반으로 2021년에 노조파괴 주범 총 9명이 기소되었고 병원 측도 공모 혐의를 인정하였다. 이에 관해  연세지 130호 <세브란스병원 청소노조파괴>, 연세 춘추 등에서도 다룬 적이 있으나 기소된 이후 병원 측의 조치를 담은 학내언론이 없기도 했고, 곧 다가올 1심 판결(1월 10일)에 관해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연세지 편집위원들은 민주노총 세브란스 병원 분회 분회장 변순애,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 공공서비스지부 소속 이류한승을 만났다.

 그 전에 이해해야 할 것은 병원 내 고용구조이다. 대학교, 병원과 같은 큰 건물은 일정 금액을 갖고 운영할 건물 관리 용역을 따로 고용하기 위해 ‘입찰 공고’를 낸다. 그렇게 입찰된 관리용역은 청소 노동자 고용 및 관리를 담당한다. 고용관계를 정리해보자면, 밑에 있는 도식 처럼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지점은 중간에 위치한 관리용역이 바뀐다고 한들 청소노동자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공운수노조 이류한승은 병원 청소노동을 ‘장소 특수적 숙련노동’으로 칭하며, 지속적으로 관리용업체가 바뀐다 한들 청소노동자가 바뀔 수 없는 이유는 그들의 노동이 ‘실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브란스 병원 청소노동자의  업무소개]

그렇다면 청소노동자의 업무가 무엇이길래, 그들의 노동이 ‘장소 특수적 숙련노동’이자 ‘실체’라고 하는 것일까? 이는 2016년, 민주노총 세브란스 병원 분회가  출범하게된 이유기도 하다. 위생과 안전을 중요시하는 병원은 일반 건물과는 전혀 다른 강도의 청소 노동이 가해진다. 분회장의 말에 따르면 특히 수술실, 응급실, 중환자실이 가장 업무 강도가 높다고 한다. 환자들의 대소변과 흘린 피를 쓸고 닦는 일 또한 청소 노동자들의 몫이다. 그러나 수술실을 청소하기 위해  주어지는 시간은 3분 내외. 2인 1조로 움직이는 노동자들은 독한 락스와 피, 오물이 몸에 묻어도 정신없이 청소해야 한다[4]. 고된 노동에도 불구하고 임금과 휴게공간과 같은 노동조건은 턱없이 모자르다. 2022년도 기준 세브란스 병원 청소노동자들의 임금은 타 대학 청소노동자의 시급에 비해 900원가량 낮았다[5]. 휴게실 또한 지하 주차장 한구석에 마련된 창고거나, 심지어 휴게 공간에는 감염 위험이 높은 수술실 폐기물을 보관한다. 열악한 노동환경을 벗어나 최소한의 안전이 보장되는 노동조건이 필요했다.    


[민주노총 노조 파괴 방식]

그렇게 청소노동자들은 가혹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민주노총을 결성했다. 하지만 세브란스 병원 측에서는 이를 달가워하지 않았고, 결국은 용역업체 태가BM과 민주노총을 강제로 해산시키기 위해 5년간 온갖 방법을 쓴다.

그들이 가장 먼 쓴 방법은, 민주노총에 ’얼떨결에 들어간 사람들’을 겨냥했다. 조합 외곽에 위치한 사람들은 비교적 탈퇴를 종용하기 쉽기에 상급자(반장, 조장, 감독)가 노동자에게 눈치를 준다. 


공공운수노조 이류한승: 관리자들을 통해서 매주 대책 회의를 하면서 집요하게 탈퇴 공작을 하게 합니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아무래도 반장,조장,감독이나 이런 사람들의 눈치를 보게 되는데 이 사람들이 매일매일 붙잡고 회유하고 (...)


그래도 버티는 사람들이 있다면, ‘유동’이라는 인사발령  혹은 수당 불이익을 가한다. 자기가 원래 일하던 곳에서 벗어나 그날그날마다 허드렛일시키거나, 본인이 안 하던 궂은일을 시키는 것이다.  모욕적인 일을 당한 노동자는 차라리 퇴사를 선택한다. 이 또한 민주노총 조합원 수를 줄인 것이기에 노조파괴라는 목적을 달성한다.


공공운수노조 이류한승:  그렇게 해도 탈퇴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인사 발령이나 아니면 수당 등에서  불이익을 주거나 협박함으로써 이제 탈퇴를 시킵니다. (...)해고는 시키는 건 부담이 있으니까, 해고를 시키기보다는 내부에서 병원에서 '유동'이라고 부르는데요. 고정적인 근무처가 없이 매일매일 왔을 때 그날 빈자리에 가서 허드렛 일을 하는 식으로. 그런 식으로 돌리는 것도 굉장히 힘들고, 일 자체를 자기가 원래 하던 안정적인 일이 아니라 힘들고 또는 지저분하고 이런 일로 이제 쫓아내는 인사 발령을 냅니다. 


마지막, 고된 노동으로도 버티는 사람들에게는 표적 징계를 가한다. 과거 분회장은 대기 시간에 떡 먹다가 시말서를 썼다고 한다[6]. 새벽 4시에 나와서 일하는 청소 노동은 땀이 뻘뻘 날 정도로 육체적 노동강도가 높기 때문에 허기질 때를 대비하여 떡을 가져와서 먹는 것이 암묵적으로 허용된다. 하지만 노조파괴 당시에 이런 점까지 시시비비를 가려 시말서와 징계를 남발했다고 한다. 그렇게 절대적으로 조합원 수가 줄어든 민주노총은, 사측과의 교섭권을 잃게 된다.


공공운수노조 이류한승: 그리고 이렇게 했는데도 끝까지 남아 있으면 관리자들이 계속 괴롭히고 그다음에 아주 사소한 것도 트집을 잡아서 시말서 쓰게 하고. 시말서가 쌓이면 징계할 거라고 협박하거나 실제 징계를 하고. 


노조파괴는 입사 첫 순간부터 이뤄지기도 했다. 현 민주노총 변순애 분회장은 2017년도 처음 입사하게 되면서 친기업노조(한국노총) 지부장이 면접을 봤다고 한다. 한국노총 지부장은 한노(한국노총 소속 노동조합)과 민노(민주노총 소속 노동조합)이 어떻게 다른지와 같은 내용을 설명했지만, 이제 막 입사한 입장에서는 잘 이해할 수 없었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시간 조차 주어지지 않은 상태로 입사 계약서를 쓰는 동시에 한국노총 가입서를 썼다[7]. 입사해야 하니까 면접관인 한국노총 지부장의 요구를 들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명백한 불법 행위임을 추후에 알았다고 한다. 이후, 산재를 겪거나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경조사를 더 주지 않는 한국노총의 사측 친화적 태도를 보고 민주노총에 가입했다고 한다.


 
민주노총 분회장 변순애: 원래 나는 한국노총(한노)에 있었어요. 처음에 들어오면 면접을 한노 지부장이 봐요. 근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그게 불법이더라고요. 그리고 그 사람이 언제 출근하라고를 알려줘요. 그러니까 나는 입사를 해야되니까 이 사람의 요구를 들을 수밖에 없어요.그래서 노조 가입서를 먼저 쓰고 그다음에 출근시켜요. 그거 자체가 불법 면접. 면접 보러 왔더니 불러 간 게 한국노총 사무실이었어요.

 
 

 [타임라인] [8]

2016  6월           세브란스 병원 노동자 200여명 중 136명이 상담을 통해 민주노총에 가입

         7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세브란스 병원 분회 출범

2018  4월           검찰이 세브란스 병원과 태가BM을 압수수색, 구체적인 노조파괴 계획이 담긴 문건 발견

2019  11월         서울 서부지청이 일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며 공판 지연

2021  3월           검찰이 세브란스 사무국 관계자 3명과 태가BM 경영진 6명을 노동조합법 위반으로 기소

         4월           첫번째 공판에서 세브란스 병원이 부당노동행위 공모 혐의를 인정

         11월         민주노총 세브란스 병원 분회 정문 앞에서 천막농성을 재개

2022  3월           세브란스는 병원 앞에서 시위하는 청소노동자들을 향해 집회금지 신청

         7월           법원은 청소노동자의 집회가 병원 핵심 업무가 방해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 병원측의                             신청을 기각함. 


세브란스 병원, 기소 이후 병원의 대처는?

[세브란스병원의 집회 금지 신청 및 기각]

2021년 세브란스 관계자와 태가비엠 관계자 총 9명이 기소되었고, 세브란스 병원 측도 공모 혐의를 인정했다. 하지만 병원의 사후 조치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이다. 되려 노동조합이 병원을 향해 내는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묵살하는 행위를 보였다. 2022년 3월 병원은 세브란스 청소노동자의 집회 금지 신청을 했다. 병원 측은 노동자 측이 주장하는 부당노동행위는 하지 않았으며, 시위로 인해 병원 업무가 방해받고 있다며 집회 금지신청을 했다. 더불어 “벽보와 현수막 설치, 손팻말을 드는 행위를 할 때마다 100만 원을 병원에 내야 한다”를 요구했다[9]. 하지만 법원은 병원 측의 주장대로 ‘업무’가 방해되고 있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기각했다.


[용역업체의 관리 소홀 및 직무 유기]

원래 태가BM에서 파견된 중간관리자의 역할은 청소 노동 대신,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청소노동자들의 관리 및 불편 사항 개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소 이후 태가BM은 청소노동자 관리를 소홀히하며, 노동자간의 갈등관리, 다음 타임 노동자의 인수인계, 신입교육, 정기적 순환배치 등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소장의 주요 업무는 ‘라운딩’(각 위치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에게 들려 노동 관리 및 불편사항 접수, 업무 장소가 유동하는 신입 교육)이지만, 현재는 해당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않고 있다. 불편사항을 말해도 ‘알아보겠습니다’와 같은 시큰둥한 대답만 돌아올 뿐, 이후 조치에 관한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고 한다. 신입교육은 관리소장 대신 고정적인 청소 업무가 없는 한국노총의 지부장이 진행한다. 신입이 들어오면 같이 다니며 일을 도와주며 한국노총가입을 유도한다. 관리소장이 한국 노총과 민주 노총의 차이를 설명해주지 않으니, 신입 노동자들은 자연스레 자신에게 친절을 베푼 ‘한국노총’에 가입하게 되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소수 인원이다 보니 전임이 없고, 민주노총을 소개할 시간도 턱없이 부족하니 민주노총에  신입이 들어올 길은 더더욱 막히는 문제가 생긴다.


민주노총 분회장 변순애: 신입들 들어오면은 교육을 잘 시켜서 자리 맡기 전까지는 유동으로 그 사람이 계속 돌거든요. 그러면 그 자리에 일을 제대로 하게끔 교육도 시켜야 되고. 그리고 잘하는지도 가서 봐야 되거든요. 그게 이제 진정한 라운딩인데. 그걸 하는 사람이 누구냐. 한국노총의 지부장. 그 사람은 이제 (청소노동)일이 없거든. 전임. 그냥 노조 일만 하니까 시간이 종일 나잖아요. 그러니까 신입만 들어오면은 쫓아다니면서 일 도와주고, 자기네(한국노총) 들어오라고 하는거지. 이제 지금은 노조가입은 입사 3개월 후에 가입하게 되어 있는데, 걔네(한국노총)가 신입만 들어오면  딱 붙어서 그렇게 하니까는.. 그러니까 가입한 신입한테 (어쩌다가 한국노총에 들어가게 됬냐고) 물어보니까 자기도 고마워서 들어갔다고.
 
 

또한, 변순애 분회장은 용역업체의 관리 소홀 문제가 갈등관리의 부재로 이어진다고 언급하며 최근 있었던 싸움 사건을 말했다. 여성 탈의실에서 두 노동자는 머리채를 잡고 옷걸이로 때리는 등 몸싸움이 격하게 일어났지만, 관리소장은 별도의 조치를 하지 않고 시말서 하나만 쓰게 하고 끝났다고 언급했다. 인사이동과 같은 처분도 내리지 않으니, 가해-피해 직원은 같은 곳에서 계속 일하고 있다.


민주노총 분회장 변순애: 아니 몸싸움을 하고, 두드려 패고, 그랬는데 그게 시말서로 끝날 일인가요? 지금 소장은 이전 소장이 쫓겨나는 걸 봤어요. 이전 소장이 우리 민노한테 되게 못되게 굴었거든요. 근데 걔가 가고 나서, 이 사람이 소장이 됐는데, 아마도 그것도 있을 것 같아요. ‘아무것도 안 해야 되겠다’라는 마음. 쟤는 너무 나대서 저렇게 혼나는 거니까 나는 아무것도 안 해야겠다.


이외에 2년에 한 번씩 청소노동자들의 순환 배치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 또한 진행되고 있지 않다. 순환배치의 목적은 각 위치마다 업무강도가 균일하지 않기에 노동자 간의 평등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순환배치가 되지 않음으로써 쉬운 곳에서 일하는 사람은 계속 쉬운 곳에서, 힘든 곳에서 일하는 사람은 계속 힘든 곳에서 일하게 된다. 


 [세브란스의 책임 회피]

관리용역업체의 관리 소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원청인 세브란스 병원이 아무런 조치도 취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이중 고용구조가 불러올 수밖에 없는 불합리한 상황이다. 용역업체가 직무유기를 해도 원청인 병원과는 무관하기 때문에, 노동의 편익만 취할 뿐 노동자들의 불편사항으로부터 책임지지 않는다. 첫 공판에서 세브란스는 혐의를 인정했음에도 21년 3월 기소 이후 2년 9개월이 넘도록 해결이 안 되는 이유도 이중 고용구조로부터 기인한다. 세브란스 병원은 현재 병원과 무관하며, 과거 병원 관계자 일부와 용역업체 일부 직원의 잘못이라는 태도를 취하고 있을 뿐이다. 병원 관계자 3명 또한 이미 퇴직했거나 퇴직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할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세브란스 병원의 책임 회피는 노조측과 협상테이블에 앉을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이어진다. 공공운수노조와 민주노총은 기자회견, 병원장에게 공개 서신, 공문 등 공식적인 대화를 요구했지만, 병원은 끝까지 단 한마디도 답변조차 하지 않았다. 자신들과는 무관하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공공운수노조 이류한승: 그러면 재판은 재판이고, 병원은 언제든지 맘만 먹으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 일단 대화라도 좀 하자라고 했는데 병원은 끝까지 이제 단 한마디도 답변조차 하지 않고 이거를 다 깔아뭉갰고요.


 병원 측에서 답장이 온 적은 딱 한 번이었다. 2016년 민주노총 노조 출범식을 위해 병원 내 대강당 대관 요청 메일에 관한 거절 메일이다. 당시의 기억을 되짚은 이류한승의 말을 미뤄보았을 때, 애초에 병원은 민주노총이 결성되는 걸 반기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공공운수노조 이류한승: 2016년 7월 13일에 출범식을 하는데  병원 00대강당을 좀 빌려줄 수 있느냐고 공문을 보낸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병원 측에서 그때 딱 한 번 회신 공문이 왔는데, 당신들은 우리랑 법적으로 무관하기 때문에 병원 공간을 사용할 수 없고, 만약에 그것과 관련해서 병원에게 어떤 식으로든 피해를 준다면 법적인 책임을 끝까지 다 묻겠다.이런 식으로 회신이 왔어요. 


또한, 세브란스의 책임회피는 용역관리업체를 향한 책임 전가로 이어진다. 다음은 재판 과정 피고인들의 증언을 통해 밝혀진 내용을 재구성한 것이다. 주말 교외에서 세브란스 병원 직원들은 워크샵 도중 민주노총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되었고, 워크샵을 전면 중단하고 서울로 돌아왔다. 세브란스 사측은 바로 태가BM(용업업체) 관계자를 만났다. 태가BM 측에서는 임금이 적어 어쩔 수 없다며, 노동자들의 월급을 올리며 해결하겠다는 주장을 하자 세브란스 병원 사무국장이 태가BM에게 화를 냈다. 기존 계약서상의 입찰 금액이 초과되어 더 많은 돈이 소요되기 때문에 병원 측에서는 명백한 손실이기 때문이다. 결국 병원은 노조파괴를 지시하고 5년 동안 지독한 노조파괴가 이어지는 것이다.


노란봉투법 개정된다면, 병원 청소 노동자에게 어떤 바람이 불까.

노동조합 관계자들과 인터뷰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노란봉투법 개정에 대한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집필 도중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고 결국 국회에서 최종 부결되었다. 본 교지 편집위원들은 노란봉투법이 개정된다면, 병원 청소 노동자들에게 어떤 변화가 일 것인지 물었다. 이에 대해 원청과의 원활한 교섭과 청소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성을 꼽았다.

노조법 2·3조가 개정된다면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고, 원청과 노조의 원활한 교섭이 가능해진다. 지금은 중간관리업체를 사이에 두고 있기에 원청이 책임회피를 할 수 있고, 청소노동자들의 시위를 ‘불법’으로 여길 수 있는 것이다. 원청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공공운수노조 이류한승: 원청의 주장은 뭐냐 하면, '우리는 하청을 준 것이고 하청업체 사업주와 노동자들 간의 분쟁이기 때문에 우리랑 상관없는 일이다. 왜 우리한테 피해를 주느냐. 그러니까 여기서 쟁의 행위 못하게 해라'라고 하는 거죠.


하지만 이에 관해 법원은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으로 인해서 생기는 수익과 편의를 이용하는 것은 결국 원청(세브란스 병원)임을 고려하여, 편익을 취하고 있으면 쟁의 행위로 인한 피해도 원청에서 수인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한다. 법원의 설명은 당연한 소리처럼 들리면서도 실제로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는 당연하지 않은 사실이다. 노조법이 개정된다면, 법원의 설명이 권고의 효력을 넘어 명령의 효력을 가질 수 있다. 실질적인 지배력을 가진 원청이 교섭에 들어오게 되고, 현 상황과 같은 지지부진한 교섭을 막을 수 있다.

또한 노조법 개정으로 노동자들의 쟁의행위 범위가 확대되면,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기존에는 청소 노동자들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고, 중간관리업체만 지속해서 바뀌었다. 그러면 서류상으로 청소노동자들은 계속 이직한 것이 되어 퇴직금, 연차수당, 근속년수가 매번 갱신된다. 이에 관해 공공운수노조 이류한승은 이 상황을 꿰뚫는 말을 하였다.


 공공운수노조 이류한승: 그렇게(중간관리업체만 바꾸고 청소노동자들은 계속 있는) 하는 이유가 뭐냐 하면, 진짜 실체가 바뀌는 것, 즉 직원들을 새로 집어넣는 게 아예 불가능하기 때문에요. 그렇게 하면 병원의 청소가 제대로 돌아가겠습니까? 장소 특수적 숙련이라고 저는 보거든요. 이 병원에 걸맞게 일하는 방법은 여기서 일해본 사람들이 제일 잘 알아요.


청소노동자들이 실체이기 때문에 사실은 용역하청으로 맡길 이유도 없고, 업체를 매번 바꿀 이유도 없다. 그럼에도 원청이 직접 고용하지 않는 이유는 노동조건에 관해 책임 회피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결론 밖에 나오지 않는다. 노조법이 개정된다면 원청에 일정한 책임을 지울 수 있게 되고, 청소노동자들의 퇴직금, 연차수당, 근속년수와 같은 당연한 권리 안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게된다.


12월 판결에서 기대하는 바, 그리고 앞으로

세브란스 및 관련자 9인이 기소되었고, 2023년 1월 10일 판결을 앞두고 있다. 유죄판결이 나오면 노동자들에게 어떤 의의가 있는지, 앞으로 노조 차원에서 어떤 활동을 이어 나갈 건지 여쭈었다. 그들은 유죄판결이 나와도 병원 측에서는 조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당연하듯이 대답했다. 기소된 병원 관계자 3명 중 2명은 퇴직했고 1명은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책임 회피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앞으로도 병원이 교섭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민주노총 청소노동자들은 쟁의 수위를 높여갈 예정이라고 답했다. 또한 과거 연세의료원장이었던 현 제20대 연세대학교 윤동섭 총장이니 협상해 볼 예정이라고 굳은 의지를 보여주었다. 


민주노총 분회장 변순애: 뭐 아무것도 없어도, 유죄판결을 받아냈다는 건 그래도 우리는 해낸 거잖아요. 맞아요. 그죠? 그게 중요한 거죠… 그동안의 보상 이런 거는 어쩔 수 없는 거지만 그래도 우리가 옳았다는 걸.


그들이 말한 ‘체계적 관리’와 ‘사람 중심의 경영’ 은 어디 갔는가.

이번 기획 기사는 청소 노동의 필수가치와 이중 고용노동구조의 불합리한 지점을 톺아보았다. 관리용역업체 태가BM은 노조파괴 사건 기소 이후 관리소홀로 인해, 노동자들은 또 다른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동시에, 관리용역업체가 태가 BM인 안암고대병원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23년 6월 보건의료노조 고대안암병원새봄지부는 관리용역업체의 직장 내 괴롭힘과 노조 탄압을 자행한다며 현장소장 교체를 촉구하는 시위를 했다[10]. 이런 상황에서 아이러니하게, 태가BM의 대표 이종혁 대표는 2022 대한민국 메디컬 헬스 시상식에서 의료 보건 관리 브랜드 부문에서 대상 수상의 영광을 누렸다. 태가BM 회사 홈페이지에 나온 소개를 보면 전문적인 인력관리를 위해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현장관리’ 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파괴의 과정을 보면 ‘체계-과학’의 정반대인 기초적인 폭력과 협박으로 관리를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2020년도부터 세브란스 병원 의료원장을 역임한 이력이 있는 연세대학교 20대 윤동섭 총장은 연세춘추와의 인터뷰에 세브란스에서 ‘사람 중심의 경영’을 해왔다고 했다[11]. 세브란스 병원의 구성원을 의사-간호사-사무관계자로 한계 짓는 것은 아닌지, 위생이 가장 중요한 병원에서 위생을 담당하는 청소노동자를 병원의 구성원으로 인정하는지는 앞으로의 행보를 주목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1] 노조법 2,3조 개정을 위한 청년학생 공동행동(가), 서명운동

[2] 국방신문,2023.12.26.”[사람과 법률]최종 부결된 노란봉투법은 어떤 내용이었나” https://www.baby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5416

[3] 시사일보,20223.12.04.”[노무사칼럼] 노란봉투법 개정시 변경사항 및 유의점” http://www.koreasisailbo.com/1193328

[4] 프레시안.2022.02.25."직장내 괴롭힘, 노조설립, 그리고 노조 파괴 ... 여기는 세브란스 병원입니다."https://m.pressian.com/m/pages/articles/2022022509013503986#0DKW

[5] <연세> 130호, 편집실, 세브란스병원 청소노조 파괴 기획기사

[6] 프레시안,220512, 세브란스병원 청소노동자 순애씨의 이야기,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2051211544241059

[7] 프레시안,220512, 세브란스병원 청소노동자 순애씨의 이야기,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2051211544241059

[8] <연세> 130호,편집실, 세브란스병원 청소노조 파괴 기획기사, 2016년 6월~2021년 11월 타임라인 인용

[9] 한겨레,2022.07.28.”세브란스병원 청소노동자 ‘집회 금지’ 가처분 신청 기각”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52704.html

[10] 노동과 세계. 2023.06.21. "고대 안암병원 용역업체 태가비엠(주)은 노조탄압을 중단하라" 촉구

https://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502782

[11] 연세춘추.2023.11.06. 20대 총장 당선인 윤동섭을 만나다.

https://chunchu.yonsei.ac.kr/news/articleView.html?idxno=3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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