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학내 이슈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세편집위원회 Feb 09. 2024

<137호>사과해서 죄송합니다?

편집위원 예인

사과해서 죄송합니다? '사과'와 '죄송'에 방점이 찍혀있다.



연세편집위원회의 사과문에 달린 댓글들로, 연세편집위원회를 비난하고 있다. 근거는 명시하고 있지 않고, 비속어를 사용하거나 단순히 조롱하는 형태이다.

 

 지난 5월 28일에 게시한 연세편집위원회의 페이스북 글에 폭발적인 반응이 있었다. 2023년 12월 19일을 기준으로 ‘좋아요’, ‘웃겨요’ 등의 반응 54개, 댓글 65개, 공유 35회가 있었는데, 연세편집위원회 계정의 다른 게시물에는 반응이 없거나 한두 개만 있다는 점과 비교하면 가히 폭발적인 반응이라 할 만하다. 댓글의 절대다수는 조롱이었고 그중 많은 경우가 혐오를 동반했다. “애X 개뒤짐?”, “연세대 병X임?”과 같이 원색적인 욕설 또한 다수 존재했다. 사과문에 대한 반응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조선일보>, <헤럴드경제> 등의 언론사에서 연세편집위원회의 해당 게시물에 대한 기사를 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뜨거운 반응이었기에 편집위원들은 당황스럽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시간을 가졌다. 이렇게까지 화제가 될 것이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특히 일부 언론의 기사는 화가 날 만큼 왜곡되고 편향된 내용이었다. 어떤 방식으로든 대응할 필요성을 느꼈고, 논의 끝에, 연세편집위원회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인 <연세>에 글을 쓰기로 결정했다. 최대한 빨리 <연세>에 실었으면 좋았겠으나 여러 사정으로 인해 해당 사건이 발생한 지 반년 정도가 지나서야 실리게 되었다.

이 글에서는 연세편집위원회가 자신의 sns계정에 올린 사과문(이하 사과문)과 관련해 연세편집위원회가 논의했던 내용을 소개하고 사과문 게시 후 이어진 반응을 살펴볼 것이다.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만큼 스스로에 대해 해명하고 사과문을 향한 비판을 반박하는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글이 누구도 대신 해주지 않을 우리의 진심 어리고 담담한 기록이길 바란다. 


연세편집위원회의 이야기

 2023년 5월 23일 저녁, 여름 호 마감을 위해 편집실에 편집위원 중 일부가 모였다. 함께 글을 쓰던 중 저녁 늦은 시각이 되어 야식을 먹었고 그 메뉴는 닭발과 계란찜이었다. 당시 연세편집위원회 sns계정을 활성화하자는 논의가 있었기에, 인스타그램 스토리 기능을 활용하여 먹은 음식 사진과 함께 연세편집위원회의 일상을 공유하였다.

다음 날 오후 인스타그램의 한 팔로워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연세편집위원회의 공식 SNS 계정에 논비건 음식 사진을 올린 것이 아쉽다는 내용이었다. 메시지를 확인한 편집위원이 연세편집위원회 단체 채팅방에 바로 이 사실을 전했다. 특별한 논의 없이 우선 아쉬움을 표한 팔로워에게 간단히 답을 했고, 해당 스토리를 삭제했다. 한 편집위원이 직접 메시지를 보낸 팔로워 외에도 육식 전시에 대한 불편함과 문제의식을 느낀 사람이 있을 것이기에 공식적으로 사과문을 작성하는 것이 어떠냐고 얘기했다. 동의하는 분위기 속에서 빠르게 사과문이 작성되었고, 스토리에 공유만을 앞둔 상황이었다. 


그때, 한 편집위원은 급하게 사과문을 작성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표했다. ‘육식 전시’라는 행위가 잘못되었기에 사과해야 한다’라는 의견에 연세편집위원회 모두가 합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그 이유로 들며 설명했다. 구성원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이유로 사과해야 공동체의 누구도 소외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사과문의 게시도 중요하지만, 이 일에 연세편집위원회 구성원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것, 자신과 무관한 일로도, 논비건 음식 사진을 게시한 개인의 책임으로도 여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덧붙였고, 결국 사과문을 바로 게시하는 대신, 이틀 뒤 5월 26일 밤에 사과문 작성에 관한 회의를 진행하게 됐다.

전 인원이 참석하지는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회의의 시작과 동시에 사과문을 작성해야 한다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했다. <연세>에서 비거니즘에 관한 글을 여러 차례 다뤄온 만큼 연세편집위원회 스스로가 지향한 가치에 반하는 사진을 게시한 것이 잘못이라는 점에서였다. 그러나 생각이 다른 점 또한 있었다. 한 편집위원은 사과의 이유로 연세편집위원회의 육식 전시가 비건을 배려하지 않았고 그들을 소외시켰다는 점을 꼽았다. 따라서 비건을 존중하지 못했음이 사과문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얘기했다. 이에 대해 다른 의견을 밝힌 편집위원도 있었다. 비건을 불편하게 했다는 이유로 하는 사과는, 연세편집위원회의 팔로워 중 비건이 없다면 하지 않아도 되는 사과인데 이런 이유에서 이루어진 사과는 동물을 착취하지 않아야 한다는 비건의 가치와 무관한 것이므로, 육식 전시에 걸맞은 적절한 사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과문에서 어떤 표현을 쓰는 것이 적절할지에 관한 논의도 있었다. 대표적인 것으로 ‘동물의 사체’라는 표현에 관해 이야기가 오갔다. 이 표현을 사용할 것을 제안한 편집위원은 ‘동물의 사체’가 팔로워의 문제의식을 이해하는 표현이며, 비거니즘의 가치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연세편집위원회의 스토리에 불편함을 느낀 사람들은 사진 속 음식이 동물을 착취한 음식이라서 그러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기에, ‘동물’의 사체라는 점을 명확하게 짚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또한 ‘동물의 사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고기’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보다 동물이 착취당하는 현실을 더 잘 드러내기 때문에 따라서 ‘동물의 사체’라고 이야기해야 사과의 목적과 비거니즘의 가치 모두를 더 잘 실현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 밖에도 사과문을 인스타그램 스토리(24시간이 지나면 삭제)에 게시할 것인지, 피드에 게시할 것인지 등을 논의했고 긴 회의 끝에 다음과 같은 사과문이 완성되었다.



페이스북에서의 반응

  사과문은 5월 28일 연세편집위원회가 주로 사용하던 SNS인 인스타그램 계정 피드에 게시되었다. 그렇게  이번 일이 마무리되는 거 같았다. 그런데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다. 앞에서 얘기했던 대로 페이스북에서의 뜨거운 반응이었다. 연세편집위원회는 당시 인스타그램 계정만을 확인하고 활용했는데, 인스타그램에 게시물을 올리면 페이스북에도 자동으로 게시물이 올라가게끔 연동이 된 상태였다. 그리하여 페이스북에도 사과문이 업로드  되었고, 인스타그램보다 팔로워가 훨씬 많았던 페이스북을 통해 많은 사람이 사과문을 공유하고 댓글을 남겼다. 

 우리가 올린 것은 깊은 고민을 거친 사과문이었다. 우리가 한 일을 반성하고 더 나은 연세편집위원회가 되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러나 사과하는 우리를 향한 것은 엄청난 비난이었다. 분명, 비판할 수 있다. 사과문이 비판받는 일은 흔하다. 책임을 회피하는 사과문, 변명으로 가득 찬 사과문, 진심 어린 반성이 보이지 않는 사과문 등 부적절한 사과문은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연세편집위원회의 사과 게시물에 달린 댓글은 그런 성격의 비판이 아니었다. 댓글을 단 이들에게는 사과문의 내용이 부적절했다기보다는 사과 자체가 부적절했다. 댓글 창은 조롱으로 가득했고 그 조롱들은 분명 어떤 인식에 기반한 혐오였다.

 지금부터는 사과문에 달린 댓글들을 모아 살펴볼 것이다. 댓글들을 성격에 따라 분류할 것이고 댓글이 어떤 인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지 분석해 볼 것이다. 댓글을 보는 것은 불쾌하고 심지어 절망적이기도 한 일이다. 그럼에도 이곳에 그대로 옮겨 놓으려고 한다. SNS 댓글 창에서 <연세>의 글이라는 낯선 공간으로 이동함으로써, 댓글의 실체가 밝혀지길 바란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진실을 확인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비건에 대한 혐오적 인식을 기반으로 한 댓글>

고기도 고려 해줘 .. (신념의 ‘모순’을 지적)
식물은 생명 아니냐? (신념의 ‘모순’을 지적)
식물도 아파요 식물도 교감해요 식물도 먹히기 싫어요 (신념의 ‘모순’을 지적)
충격.. 바닷물? 정도만 먹고살아라 물론 플랑크톤 산채로 먹지말긔 (신념의 ‘모순’을 지적)
니네 동물의 모유로 크림빵 만들잖아 (행위자의 ‘모순’을 지적) 
그러니까 비건비건 하면서 고기먹는거 들켜서 저러는거죠??  (행위자의 ‘모순’을 지적)
업진살 살살 녹는다~ (단순 조롱)
작은 것부터 노력하겠다는 의미로 ‘소세지’로 바꾸죠 (단순 조롱)
사과문에서조차 공격성이 느껴짐 역시 고기를 먹어야 사람은 평화로워진다 (왜곡된 인식 강화)
풀떼기만 쳐먹으니 뇌가 맛탱이가 가지ㅠㅠ  (왜곡된 인식 강화)


위 댓글들은 비건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이미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이 쓴 것으로 보이는데, 사과문의 내용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 이런 댓글들은 연세편집위원회의 사과문에만 달리는 것이 아니다. 동물권을 지지하는 단체의 SNS계정 혹은 유튜브 채널의 다른 맥락의 게시물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내용이다. “업진살 살살 녹는다~”처럼 비건의 신념을 무시하고 조롱하거나, “식물은 생명 아니냐?”, “식물도 아파요 식물도 교감해요 식물도 먹히기 싫어요”와 같이 비건이 모순적임을 지적하거나, “역시 고기를 먹어야 사람은 평화로워진다”라는 식으로 비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강화하는 기능을 하고 있었다. 물론 모순임을 지적하는 댓글들은 타당하지 않았다. 동물을 먹지 않을 거면 식물도 먹지 말라는 식의 주장은 여러 면에서 근거가 부족한 억지 주장이고 육식을 하는 사람도 비건의 가치에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의 서열을 다루는 댓글>

고>>>>>>>>>연
ㅇㅋ 고연전이다 이제. 고려대가 훨 낫지 암
고연전이 맞는 이유
연고전이라 불렀는데, 이거 보니 앞으로는 고연전이라 불러도 될 것 같음 ㅇㅇ
고려대를 평생 넘지 못하는 이유가 있노ㅋㅋ


위 댓글들은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 학생들의 문화를 모방하는 형태이다.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 학생들은 흔히 ‘고연전’이 맞는지 ‘연고전’이 맞는지 등의 논쟁을 벌이고는 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실질적인 근거가 없는 논쟁이며 오히려 놀이에 가깝다. 이러한 문화를 아는 사람이 위와 같은 댓글을 쓴 것이라면, 사과문을 향한 댓글의 비판이 근거 없는 놀이에 가깝다는 것을 ‘연고전-고연전 논쟁’에 빗댄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모두가 짐작하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적다. 아마도 연세편집위원회를 비난하는 의도의 댓글일 것이다. “고연전이 맞는 이유”를 연세편집위원회에게서 발견하는 것은, 학벌주의가 강력하게 작용하는 우리 사회에서 유효한 공격으로 보인다. 물론 ‘연고전-고연전 논쟁’은 서로를 상대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투쟁이라기보다는 다른 모든 학교를 ‘연고대’ 아래에 두고자 하는 특권적 놀이문화에 가깝지만 말이다.    


<‘동물의 사체’ 표현 관련 댓글>

동물 사체 이카고 있노 ㅋㅋ 빨갱이들 진짜
ㅋㅋㅋㅋ 동물의 사체 ㅋㅋㅋㅋ 애X 개뒤짐?
인간의 사체들이 뭐라카노
동물의 사체 가튼 소리하고 자빠졌다. 니들은 그냥 숨만 쉬면서 살아라
이 글 보고 동물사체 두배 이벤트 간다ㅋㅋㅋㅋ 딱 대
돼지 시체 화장 시켜주러 고깃집 왔습니다
사체말고 산낙지나 뭐 산채로 요리한건 괜찮다는거죠?
식물의 사체로 만든 음식도 올리지 마세요
동물의 사체 살살 녹는다~ ㅋㅋ-식물의 사체는 괜찮노?
동물의 사체 ㅇㅈㄹㅋㅋ 오늘부터 연세대는 부산대 아래다
오늘은 토막내서 몸을 가공한 후 특수처리를 해서 매우 높은 온도에서 굉장히 잔인하게 익히고 피칠갑과 같은 색의 액체를 둘러 만드는 닭의 사체가 먹고싶네요 느그들은 이런거 못먹냐?
대체 어떤 정신 나간 사람이 식품용 고기를 동물의 사체라고 부르나요? 편집실에 로드킬 당한 사체 가져와서 구워드신 건 아니죠? 불편해하는 사람이나 해명하는 사람이나 수준이 똑같아 보이네요 ^^
풀 먹는 거 정말 미개하고 잔인해요. 아무 저항 못하는 풀을 착취해서 살해하고 그 사체를 온갖 양념으로 비비고 치아로 잔혹하게 씹어 삼키니까요. 라고 말하면 상대방과 대화 가능?
대화를 하고 싶으면 일단 상호간의 이해와 존중부터 갖추는게 니들이 좋아하는 ‘도덕적으로 올바른’ 문명인의 자세 아닌가? 동물의 사체 먹는 야만인들이라고 뺨부터 때리면 누가 니들 얘길 들어주겠냐
무슨 고기 도축 과정이 나오기라도 했던 것인가요?

‘동물의 사체’라는 표현에 주목하는 댓글이 가장 많았다.  “동물의 사체 먹는 야만인들이라고 뺨부터 때리면”이나 “아무 저항 못하는 풀을 착취해서 살해하고 그 사체를” 같은 댓글의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고기’가 ‘동물의 사체’라는 사실이 선명해지는 순간 사람들은 자신이 비도덕적이라고 비난받는 것처럼 반응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먹는 고기는 원래 동물의 사체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편집실에 로드킬 당한 사체 가져와서 구워드신 건 아니죠?”와 “무슨 고기 도축 과정이 나오기라도 했던 것인가요?”같은 댓글에서는 사람들의 인식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토막난 고기(일상에서 고기는 언제나 토막 난 채로 드러난다)는 ‘동물의 사체’가 아니며 ‘동물의 사체’라는 말이 지시할 수 있는 것은 “로드킬 당한 사체”나 “도축 과정”에서 그것이 동물이었음을 알아볼 수 있는 상태 정도뿐인 것이다.  

 연세편집위원회의 사과문을 공유한 게시물을 살펴보면 연세편집위원를 조롱하는 사람들이 사과문의 맥락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공유한 사람 중 한 명은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린지 모르겠고. ‘동물의 사체로 만든 음식’이라니 세상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것인가. 얘들아 그건 그냥 ‘음식’이란다. 무슨 도륙 장면을 공유한 것도 아니고.”라고 사과문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이 사람에게 ‘동물의 사체’라는 표현을 써가며 사과를 할 만한 상황은 “도륙 장면을 공유”했을 때 뿐인 것이다. 다른 공유 게시물과 그에 달린 댓글들도 같은 성격을 지닌 경우가 많았다. “무슨 차에 치여 죽은 사슴이라도 해체해서 먹었나했다가”, “로드킬 당한 고라니의 사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등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육식에 수반되는 은폐된 폭력이 아니라, 동물의 사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 사체를 해체하는 장면을 모자이크 처리하지 않는 것 등이다. 다시 말해 폭력 자체보다는 선정적이고 잔인한 장면을 문제 삼는 것인데, 사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비건의 지향점과 별 관련이 없다. 사과문의 맥락을 이해한 한 비건은 사람들의 댓글과 공유된 게시물에 대해 이런 반응을 보였다. “로드킬 당한 사체를 먹은 거는 가장 문제 되지 않는 육식아니야? 먹으려고 죽인 게 아니라 죽은 동물을 먹은 건데.”


<기타 댓글>


X같다..
연세대 병X임?
니애X
또 어떤 불편충이노 
총여 몰아낸 너네 선배들이 오열하겠다ㅋㅋ 파시스트새끼들한테 휘둘리는 꼴봐라
전 사과문이 불쾌함을 느끼는데 이건 배상을 어떻게 해주시나요?
쇼를 해라 쇼를 해
품격이 뚝뚝
육식 중심 문화 ㅇㅈㄹㅋㅋㅋㅋㅋ 
연세빵 시리즈도 폭력적인데여ㅜㅜㅜ
이딴게.... 중앙교지..?
요즘 X새끼들은 글을 지 대가리로 생각없이 뱉어내는 말같이 적어서 뭔소린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꼴에 뭔가 형식은 지킬려고 한다.

나머지 댓글들은 어떤 범주로 묶어 분석하지는 못했다. 아주 다양한 양상을 띠고 있었다. 소수자를 비하의 도구로 삼는 댓글,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반발심에서 비롯된 댓글, 육식 전시에 아쉬움을 표한 사람과 이에 사과로 반응한 연세편집위원회가 자유를 침해한다는 댓글 등이 있었다. 이러한 특징들은 앞에서 분류했던 댓글에서도 발견되었다.  비난하고자 하는 바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단순 비난 댓글들도 많았다. 


언론을 통해 확산되는 오해

 페이스북에서 화제가 된 후 3주 정도가 지났을 때, 우리의 일이 기사화되기 시작했다. 6월 21일 <조선일보>의 기사를 시작으로 <헤럴드경제>, <미트러버NEWS> 등에서 잇달아 기사를 냈다. 그리고 몇몇 커뮤니티에서 <조선일보>의 기사를 인용한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고민과 논의를 거친 연세편집위원회의 반성이 다 확인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곳에 퍼졌다.

 기사와 커뮤니티 글에 대한 반응의 대다수는 연세편집위원회의 사과문에 달린 댓글처럼 조롱과 비난이었다. 한 가지 다른 점도 찾아볼 수 있었는데, 페이스북에서는 “동물의 사체”라는 표현을 써가며 사과문을 게시한 연세편집위원회를 비난하는 성격의 댓글이 많았다면, 다른 곳에 달린 댓글은 메시지 통해 연세편집위원회에 아쉬움을 표한 팔로워에게 향하는 것이 많았다.  

 이러한 차이가 왜 발생한 것인지에 대해 어렵지 않게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연세편집위원회의 사과문을 처음 기사화한 <조선일보>가 의도를 가진 채 질이 낮은 기사를 썼고, <조선일보>의 기사를 검토 없이 베껴 쓴 다른 언론 때문에 사실이 왜곡되고 확산되어 비판의 대상이 팔로워로 바뀐 것이다. 지금부터는 <조선일보> 기사가 어떤 의도를 갖고 어떻게 사태를 왜곡했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해 보겠다.


<조선일보> 기사를 캡쳐한 것으로 상단에는 기사 제목이, 하단에는 "GO VEGAN"이 적힌 가면을 쓴 사람이 "MEAT"가 적힌 종이를 찢고 있다.

 분석의 대상이 된 기사의 제목은 “대학생 채식주의자들 “닭발 먹는 사진 올리지마””이다.  기사의 ‘제목’이 갖는 통상적인 성격을 감안하더라도 이 제목은 악의적인 왜곡이다. 기사 제목만 보면 ‘닭발 사진을 올리지 말라며 통제하는 대학생 채식주의자들’이 있는 듯하다. 그러나 현실에는 ‘연세편집위원회의 역사를 알고 애정 어린 마음으로 지켜봐 온 한 팔로워’가 아쉬움을 표했을 뿐이다. 왜곡된 제목을 사실로 착각한 사람은 ‘대학생 채식주의자들’을 비난할 수밖에 없다. 제목이 의도한 대로 기사에는 “본인이 안 먹으면 된다. 남에게 하지마라고 강요하는 것은 민폐다”라는 댓글이 달렸고 이 댓글은 20개의 ‘찬성’을 받았다.

 기사의 내용을 살펴보면 여러 부분에서 사실 확인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른바 ‘뇌피셜’로 기사를 쓴 것이다. “일부 비건 학생이 “거부감과 불쾌감이 든다”며 문제 제기를 했다고 한다.”라고 서술한 부분과 “‘육식 전시 금지’ 챌린지는 (...) 2030 사이에서 트렌드가 됐다고 한다.”라고 서술한 부분 모두 “~했다고 한다.”라는 표현으로 문장을 끝맺고 있다. “~했다고 한다.”라는 표현은 자신이 직접 확인한 사실이 아니라 전해 들은 사실을 전달할 때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이다. 

 그런데 이 표현을 사용한 두 부분 모두 기자가 어디서 전해 들은 내용인지 출처를 표시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너무나도 명확한데, 기자가 어디서 전해 들은 내용을 쓴 것이 아니라, 자신의 믿음대로 기사를 썼기 때문이다. 일부 ‘비건 학생’이 “거부감과 불쾌감이 든다”며 문제를 제기한 것도 사실이 아니고 육식 전시 금지 챌린지가 2030 사이에서 트렌드가 된 것도 사실이 아니다 (‘육식 전시 금지 챌린지’와 ‘육식 전시 금지’를 주요 포털 사이트 및 SNS에 검색한 결과 <조선일보>의 기사와 이를 인용한 게시물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기사의 끝은 3개의 인터뷰로 마무리됐다. 두 명의 대학생과 한 명의 대학 교수로 구성됐는데, 인터뷰의 내용이 모두 “지나친 강요”, “비건에 대한 반감만 부추기는”, “타인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라는 내용 즉, 제목이 왜곡하는 바와 같았다. 인터뷰라는 형식은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고 개인의 말을 그대로 기사에 싣는 것인 만큼 신중히 구성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인터뷰들은 모두 같은 입장을 지닌 편향적인 구성이었고 인터뷰의 내용도 연세편집위원회가 사과한 맥락과는 전혀 관계없이 ‘닭발 사진을 올리지 말라며 통제하는 대학생 채식주의자들’ 이라는 상상 속 존재를 상대로 한 ‘쉐도우 복싱’이었다.


지금까지 연세편집위원회의 이야기와 그에 대한 SNS에서의 반응 그리고 언론을 통해 우리의 이야기가 어떻게 확산되는지를 살펴보았다. 우리의 진심 어린 사과가 맞닥뜨린 것은 수많은 욕설과 조롱이었다. 위에서 다루지는 않았지만, 한 페이스북 이용자는 사과문을 공유하면서 <연세>에 실린 글을 캡처해 함께 비판하기도 하였다. 또한 우리의 의사와 무관하게 사과문이 보도되기까지 하면서, 연세편집위원회의 일부 구성원은 위협을 느끼기도 했다. 

 모든 글이 모든 사람의 마음에 닿을 수는 없다. 우리가 쓰는 글이 앞으로도 논쟁적이라면, 이번 일과 같은 반응이 또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멈출 수는 없다. 연세대학교와 우리 사회에 필요한 글은 불화하는 글이다. 기존의 인식과 제도에 균열이 생길 때 비로소 공동체는 성숙해질 수 있다. 그러므로, 글은 계속될 것이다. 이번과 같은 일이 혹은 이번 일보다 더 심한 위협이 찾아오면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대처하면 된다. 용기를 모아 흔적을 남기기. 이 글처럼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137호>[학내기획]세브란스 노조 파괴, 그 이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