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호> 기고자 이수민(대학원생노조 연세대분회)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멈추기 위해 학술보이콧에 나서자
절정에 달한 이스라엘의 폭압적 식민통치와 집단학살
가자지구 집단학살은 10월 세번째 휴전 발효를 통해 고강도 집단학살에서 저강도 집단학살로 변했다. 근 2년간 70,000여명에 달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의 집단 학살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지난 9월 19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설치한 독립 조사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 집단학살을 자행하고 있다” 는 사실을 발표했다. 이미 2024년 국제사법재판소는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서 집단학살을 벌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중단할 것을 명령하는 임시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78년 전, 세계 각지에서 팔레스타인으로 이주해온 시온주의자들이 자신들의 생활 터전을 만들겠다며 팔레스타인인들을 공격했다. 나크바 (아랍어로 대재앙) 로 불리는 이스라엘의 대규모 인종청소로 인해 75만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들이 고향에서 강제로 쫒겨났다.
이스라엘 대학과 연구기관의 세계적 위상
팔레스타인인들을 죽이고 추방한 땅에는 1948년 산업국가 이스라엘국이 들어섰다. 1912년 유대인 이주와 함께 설립된 테크니온 이스라엘-공과대학교는 이스라엘의 산업화를 뒷받침했다. 전쟁과 학살로 시작한 이스라엘은 주변 아랍국가들을 무려 4차례 침략하고 레바논에서 내전을 사주했다. 이스라엘방위군은 이후에도 “위협 제거” 를 명목으로 1983년 이라크 오시라크 원자로 폭격 사건을 자행했다. 이스라엘 학계를 바탕으로 세워진 이스라엘 무기산업은 1960년대 불법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또한 미국 및 프랑스의 지원을 바탕으로 자동소총, 전투기, 미사일을 자체 개발하여 이스라엘방위군을 무장시켰다.
이스라엘의 군사-산업-학계 복합체는 그 이후로도 더욱 강화되었다. 이스라엘군의 탈피오트 (Talpiot, תלפיות) 제도는 히브리대학교내 과정을 통해 무기를 개발하는 과학기술장교를 양성한다. 테크니온 이스라엘-공과대학교는 학교에 군-산-학 협력의 일환으로 무기 연구 센터를 설치했으며, 학교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집단학살에 사용될 수 있는 킬러 드론, 군용 AI 기술들을 연구하고 있다. 테크니온 졸업자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라파엘(Rafael) 사는 최첨단 미사일 기술을 바탕으로 집단학살에 쓰이는 미사일들을 양산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 신흥 연구중심대학으로 각광받는 아리엘 대학교는 아예 서안지구 내 불법 유대인 정착촌 내에 건설되었다.
21세기 들어 이스라엘은 수많은 성공적인 스타트업 기업들로 유명해졌다. 이스라엘에는 312개의 무기 제조 스타트업들이 성업하고 있다. 이 무기 스타트업들의의 토양에는 세계적 수준의 이스라엘 대학들이 있었다. 이스라엘 학자들은 자신감을 가지고 국제 학계에 진출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수백조원 규모 연구 프레임워크 <Horizon 2020> 에서 이스라엘 연구자들은 1,694개의 연구를 유럽연합과 함께 수행했으며, 그 규모는 2조원에 달한다. 한국이 함께 참여한 후속 사업 <Horizon Europe>에서도 이스라엘은 비슷한 규모의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도 참여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한국의 많은 대학들이 이스라엘 대학들과 학술 교류 협정을 맺고 있으며, 지금도 공동연구를 수행중이다. 중국 광동성에는 아예 테크니온 대학교의 분교가 설치되었다. 이스라엘 학자들은 국제 학술 교류 참여에 아무 방해도 받지 않으면서, 무기 기술을 비롯한 이스라엘 과학기술 발전에 필요한 교류 등을 진행하고, 국제 학계에서 높은 위상을 차지하면서 침략국가 이스라엘의 이미지를 희석시켰다.
전 세계 연구자들의 학술 보이콧
제 2차 인디파타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진행된 팔레스타인의 대규모 민중항쟁) 와 함께 이스라엘의 이미지 세탁과 식민 통치의 핵심 수단이 된 이스라엘 학계에 대한 저항이 시작되었다. 이스라엘에 대한 학문적, 문화적 보이콧을 위한 팔레스타인 캠페인 (Palestinian Campaign for the Academic and Cultural Boycott of Israel, PACBI) 은 팔레스타인에서 2004년 시작된 운동이다. 이 운동은 보이콧, 투자철회 및 제재 (Boycott, Divestment and Sanction, BDS) 운동의 일부로, 이스라엘의 점령을 지속하는 데 연루된 모든 이스라엘 학술 기관에 압력을 가하여 이스라엘의 점령을 종식 시키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2010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대학교의 단절 선언을 시작으로, 다양한 분야와 국가의 학자들이 이스라엘 학계를 보이콧할 것을 촉구했다.
2023년 가자 집단학살이 시작된 이후 제도적 차원의 보이콧이 극적으로 증가하였다. 컬럼비아대학교 점거 농성으로 대표되는 대학생들과 교수, 학교 내 다양한 노동자들의 투쟁은 결국 학교 차원의 단절을 이끌어냈다. 스페인 대학총장회의는 모든 이스라엘 대학과의 관계를 단절할 것을 결의했다. 벨기에 대학총장회의도 정부에 이스라엘과의 학술관계 단절을 촉구했다. 네덜란드, 이탈리아에 있는 다수의 대학들도 단절에 동참했다. 시온주의자들에게 절대적 지지를 보내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마저도 2025년 들어 앞서 언급한 <Horizon Europe> 사업에서 이스라엘 학자들의 참여를 일부 제한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스라엘 학계는 전 세계 연구자들과 학생들의 저항에 반응했다. 2025년 7월 이스라엘 학술원이 이스라엘 정부에 보낸 서한에서는 학술보이콧이 국제 사회에서 이스라엘의 과학적 지위를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같은 서한에서, 이스라엘 학자들은 이스라엘 정부에 휴전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스라엘 학술원은 8월에는 독일 학술교류처에 보이콧을 반대해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이스라엘 학계의 반응은 역설적으로 집단학살 대응 방법으로의 보이콧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잘 보여준다. 이스라엘 학계에 대한 지속적 압박은 그들 스스로가 집단학살과 점령이 자행되는 상황을 되돌아보고 이스라엘 정부에 변화를 요구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에서의 학술 보이콧
2003년부터 한국에서 활동해온 팔레스타인평화연대는 한국과 이스라엘 간의 과학기술협력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진행하여 자료집을 발간해왔다. 1997년 대한민국-이스라엘 간 협정 이후 만들어진 한국-이스라엘 산업연구개발재단은 2025년 들어 매년 800만 달러에 달하는 예산을 운용하며 한국과 이스라엘 기업 간의 공동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연세대학교는 텔아비브대학과 직접 협력연구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많은 한국 대학들이 이스라엘 대학들과 학술교류협정을 체결하였다. 한국연구재단은 2026년부터 한국-이스라엘 연구사업을 재개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다수의 한국 대학 연구자들이 개별적으로 이스라엘 대학, 학자들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된다.
이스라엘 못지 않게 한국 대학들과 끈끈한 군사-산업-학계 복합체를 형성한 한국의 무기업체들은 이스라엘 무기기업들과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 시스템은 이스라엘 무기기업들과 하청계약을 체결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LIG 넥스원은 자회사를 통해 군용 로봇을 이스라엘에 수출하고 있다. 이 무기업체들은 모두 한국 대학들과 수많은 하청 형식 산학 과제들을 진행하고 있다.
2025년 4월, 이스라엘이 일방적으로 가자 휴전협정을 파기한 이후 한국 최초의 과학기술인 보이콧 성명이 발표되었다.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 협의회, 대학원생노조, 교수노조, 공공연구노조, 녹색당 과학기술위원회(준) 등과 121명의 과학자들이 참가한 이 성명에서는 한국-이스라엘 산업연구개발재단과 한국 대학들의 공동 연구 사업들이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사실상 지원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영구적인 휴전이 체결될 때까지 연구 사업들을 동결할 것을 촉구하였다. 2025년 8월에는 KAIST와 국립중앙박물관이 주최주관하는 CIPA2025 고고학학회에 이스라엘 테크니온 대학이 운영하는 워크숍이 열렸다. KAIST 대학원생노조 분회를 비롯한 KAIST의 연구노동자들은 통렬한 내용의 대자보와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들의 연구 공간에 시온주의자들이 발 붙일 자리가 없음을 선언하였다. 2025년 9월에는 대학교에서 일상적으로 열리는 한국 무기업체에 대한 저항행동이 있었다. 서강대, 연세대, 고려대의 노학연대활동가들과 팔레스타인과 함께하는 학생 공동행동의 활동가들은 무기업체의 취업 박람회장 앞에서 집단학살로 돈을 버는 무기업체에 저항할 것을 촉구했다.
학교는 학생들의 공간이다. 학교에 집단학살 공범이 들어온다면 학생인 우리가 저항해야 마땅하다 (서강대 활동가 발언 인용)
2025년의 한국 학술 보이콧 활동은 많은 가능성을 보여줬다. 대학원에 있는 연구노동자들이 스스로 조직된 힘으로 시온주의자들에 대한 저항을 보여줬다. 죽음을 파는 기업의 취업 박람회에 학생들이 맞섰다. 학생운동의 축소에도 불구하고, 대학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일어섰다.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 참여를 넘어, 구체적으로 학측에 이스라엘 연계 사업의 중단을 요구했다. 사회 전반의 강력한 탈정치화 기조와 극우의 부상으로 인해 학생운동이 더 이상 회생하기 어렵다는 주장들이 있다. 백래쉬로 인해 그나마 남은 자치 단위마저 잃어가고, 더 이상 운동을 이어갈 사람이 없어 재생산에 실패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학술 보이콧 투쟁은 일상적인 학교 공간에서 일어난다. 실제로 현재 한국 대학교들이 이스라엘 대학과 협정을 맺고 있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으며, 연세대학교를 포함한 다수의 한국 대학 연구자들이 이스라엘 연구자들과 공동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학술 보이콧은 대학원생 및 연구 노동자들에게 비윤리적 연구에 협력하지 않을 당연한 권리를 보장하는 문제이며, 학생들에게는 자신들의 생활 공간에서 집단학살에 공모하는 행위를 몰아내기 위한 활동이다.
대학교의 이스라엘과의 공모를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저항 정신을 보여주자. 캠퍼스 내에서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간담회를 조직하자. 학생 활동가들이 가진 네트워크는 아직 작지만 정의와 인권의 가치를 공유하는 단위들과 토론하자. 제 집 드나들듯 우리 학교를 찾는 이스라엘 관리들과 학자들에게 면대면으로 항의하자. 대학 본부에 협력을 단절하라고 당당하게 요구하자. 이스라엘 대학과 교환 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도록 요구하는데서 보이콧 실천을 시작할 수 있다. 처음에는 대자보로 상황을 알리고, 공식적인 면담을 요구하자. 해방의 대의와 전 세계 학술 보이콧 운동의 성공이 우리 뒤에 있음을 믿으며, 학교에 전향적 변화를 요구하자. 캠퍼스 내의 학생, 대학원생, 교수, 비정규 교수, 청소경비 노동자, 행정 노동자들에게 우리의 생활 공간에 집단학살공범들이 드나들고 있음을 알리고, 노동자들에게 일터에서 시온주의자들을 내쫒자고 설득하자.
가자에서의 집단 학살은 10월 휴전을 통해 그 속도를 늦추었지만, 팔레스타인 해방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 체제가 당연시되는 현실에 계속해서 저항해야 한다. 조직된 저항행동을 위해, (가칭) 대학 및 연구기관 내 시온주의자 공모 중단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수립을 제안한다. 여러 대학에 흩어진 노학연대단체, 대학 내 인권 행동 자치 단위, 그리고 대학 및 연구기관 내 다양한 직종의 노동조합을 포함한 광범위한 공대위를 구성하자. 함께 모여 우리의 생활 공간에서 집단학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지 토론하자. 조직된 힘으로 집단학살공범들을 학교에서 모조리 쫒아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