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정돈 고민중
꽤나 쌀쌀했던 10월 27일, 꾸덕지지만 언제나처럼 훈훈한 외솔관 지하 1층 문우방에서 58호 독자모임이 있었다. 문우를 사랑해주셔서 한 걸음에 달려 와주신 독자님들과 함께, 그리고 맛난 다과와 함께 문생 두 번째 독자모임이 진행되었다. 편집장 고민중, 편집위원 타조와 뀨뀨가 참여하고 독자위원으로 국문과의 두원, 연우가 와주셨다. 지난 가을, 절찬리에 많은 학우들이 집어갔던 문우 58호는 외솔관 문우방에 오시면 언제든지 읽어볼 수 있다.
2017년 문우는 상반기에 세 팀으로 나뉘어 활동했고 그 내용을 58호에 담아냈다. 핫한 동향 세 가지─세브란스병원 청소노동자 문제와 故 이한빛 PD 사망 사건, 그리고 퀴어 이슈─를 메인기획으로 삼아 여러 기사를 실었다.
1.1. 전반적으로 어땠나?
두원 / 사진과 여러 가지 취재 흔적들이 많아서 좋았다. 보통 교지를 보면 출처를 밝히면서 퍼온 사진들을 많이 쓰는데, 문우는 직접 찍은 현장 사진이 많아서 좋더라. 인터뷰를 진행하는 모습 등. 여기서 문우가 직접 해온 일들이 보여서 좋았다. 퀴어 기획에 실린 만화도 좋았다. 그냥 글 외에도 사진이나 만화를 통해 내용을 접할 수 있어서 재밌었다. 조금 아쉬웠던 것은 이번에 나온 연세지처럼 문우도 얇고 가벼우면 좋지 않을까 하는 것. 전체적인 구성은 흐트러짐 없이 좋았다. 하지만 책의 두께감과 묵직함이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중 / 58호가 좀 두껍긴 하다. 그동안의 책 중에 가장 두꺼운 호였다.
두원 / 디자인도 좋았다. 중앙도서관에는 이제 58호가 없다.
연우 / 이슈에 맞는 디자인들로 잘 꾸려졌다. 사이즈는 마음에 든다. 들고 다니기 편하다. 부유하고 있는 생각 덩어리들, 나의 고민들이 글로로 써 있으니 읽으면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세브란스 관련 기획이 좋았는데 주변의 이야기이면서도 다들 잘 모르더라. 물론 학내에 사안을 알리는 현수막이 많이 걸렸지만 그것만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완전히 파악하기는 어려운데 이번 기획을 통해 잘 알려줘서 좋았다.
1.2. 표지와 내지의 디자인은?
두원 / 글에 맞게 일러스트나 사진이 들어있다. ‘퀴어, 무지갯빛 광장에 서다’ 기사에 직접 퀴어 퍼레이드에서 찍은 사진들이 많아서 좋았다. 그리고 직접 찍은 사진은 편집위원 본인이 찍었다고 밝혀줘도 괜찮을 것 같다. 표지에 아이콘으로 주요 이슈 짚어준 것도 좋았다.
연우 / 내지디자인 좋았다. 깔끔하게 편집이 잘 되어있다. 가볍고 눈에 잘 들어온다. 글의 형식이나 분위기에 맞게 디자인이 되어있는 것이 마음에 든다.
1.3. 메인기획1의 세브란스 청소노동자 문제는 어땠나?
두원 / 다른 학내 언론에서 조명하지 못했던 것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좋았다. 학교 측의 입장이나 실제 소통 과정에 있었던 문제점을 다루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그리고 세브란스 외에도 학내 청소노동자 문제도 궁금했다.
연우 / 예전부터 생각했던 것인데, 우리 학교 청소노동자분들의 노동환경이 어떤지 학생들이 정말 잘 모른다. 휴게실의 규모, 임금, 근무 시간, 근무 여부 등. 이런 것을 학생들에게 알려도 좋겠다.
두원 실제로 스팀슨관에 청소노동자분들이 사용하는 공간을 본 적이 있는데 굉장히 좁았다. 현장취재 해보면 재밌을 듯.
1.4. 메인기획2에서는 故 이한빛 PD 사망 사건을 다루면서 방송업계의 실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어떻게 다가왔는지?
두원 / ‘막내작가 송이의 하루’ 기사의 구성이 좋았다. 읽기에 부담도 없고 간결했다. 전반적인 기획에서 아쉬운 점은 故 이한빛 PD의 동생이 우리 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인터뷰가 들어가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으로서 해왔을 투쟁, 이런 것들이 있었다면 완성도를 더 높일 수 있지 않았을까? 유가족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는 것에도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고민중 동의한다. 아쉬운 부분.
연우 / ‘신입 PD가 사라졌다 - 250일의 기록’이라는 기사에서 담백하게 타임라인으로 정리해준 것이 좋았다. 사건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어서 좋았다.
1.5. 2017년 상반기를 뜨겁게 달군 퀴어 이슈가 메인기획3을 장식하고 있다. 어떠셨는지?
연우 / 제일 눈에 많이 들어온 기획이다. 지금 국방부에서 일하고 있는데 모니터링 업무를 한다. 군형법 92조가 논란이 되었을 때도 일하고 있었다. 일종의 절망감을 느꼈다. 문재인 대통령의 문제적 발언들을 옹호하는 댓글이 인터넷상에 정말 많았는데 모니터링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독자모임 며칠 전에 국정감사가 있었고, 군형법 92조 폐지 이야기가 나왔다. 폐지에 반대한다는 사람들을 보면서 참 답답했다. 소수자와 관련한 이슈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더 많은 기사가 필요하다.
두원 / 문우를 보면서 퀴어 이슈를 색다르게 다루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퀴어 퍼레이드에 직접 가보고, 만화로 메시지를 던지고 이런 기획이 참신했다. 표지에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무지개가 눈에 띄었다. 아, 그리고 퀴어들이 직접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퀴어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거나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이런 부분을 조명해 봐도 재밌겠다. 당사자의 목소리는 항상 중요하니까.
연우 / 성 지향성을 스펙트럼을 통해 봐야한다는 이야기가 있으면 어땠을까. 이분법적인 성 구도에서 벗어나서 나 자신의 성 지향성을 스펙트럼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이야기를 접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다시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뀨뀨 / 원래 그런 기획이 있었는데 무산되었다. 참 아쉬운 부분.
고민중 / 퀴어 이슈를 가지고 무궁무진한 사안을 다룰 수 있기 때문에 문우의 퀴어팀 내부에서 정말 여러 논의를 했다. 그래서 나온 결론은, ‘우리 사회에서 퀴어가 어떻게 다루어지는지를 보고자 했고, 정상에 집착하면서 혐오를 만드는 사회 분위기를 뒤흔들고자 했다.’라는 것.
연우 / 그런 것이 글을 읽으면서 느껴졌다. 확실히 퀴어에 관해서는 이번 호에서 한 이야기 말고도 더 많은 것들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두원 / 기고를 받거나 해서 지속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말했으면 좋겠다.
뀨뀨 / 그리고 추가적으로 퀴어와 비(非)퀴어의 연대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
연우 / 그게 읽는 사람 입장에서도 보인다. ‘성교육 표준란을 깨자’ 기사 같은 경우.
두원 / 문우에는 인문학을 전공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포커스가 사람에 맞춰져 있고 사람에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 문우가 이를 기반으로 삼고, 사람에 대한 고민을 담아내는 그릇을 계속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다른 자치언론들보다 깊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용적인 면에서 그렇달까. 글의 메시지가 정확하게 글에 담겨 있는 느낌. 어디서 긁어와 글을 쓰는 게 아니라, 편집위원의 견해가 덧붙여진다. 우리 사회를 이해하고자 하는 책임감도 느껴진다.
뀨뀨 / 오늘 이 찬사를 듣기 위해 이 자리에 온 것 같다. (감격)
연우 / 문우의 글에서는 고민과 검토의 흔적들이 느껴진다. 이게 가장 좋은 점. 변혁의 펜을 높이 들자는 편집기조도 참 좋다. 진보적 대안에 대해 말하면서도 고리타분하지 않아서 좋다.
두원 / 요즘 이슈인 데이트 폭력. 현실의 사례를 다양한 관점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모아낸 사례집 같은 것을 보면서 해결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 봐도 좋지 않을까?
연우 / 비슷하게 성폭력 사건에서 사회에서 피해자에게 요구하는 어떠한 자격 요건이 있는 것 같다. 피해자는 순결해야 한다는 이데올로기 같은 것들. 이러한 것을 파헤쳐 보는 것도 유의미할 것 같다.
두원 / 책을 만드는 과정이 힘들겠지만 글을 통해서 학내에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는 게 대학생활에서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가능성을 열어주고 희망을 주는 창구로서의 역할을 문우가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많은 자치 언론들 사이에서 뚝심 있게 100호 200호 쭉쭉 뻗어나가면 좋겠다. 문우가 연세인들에게 정말 필요한 자치언론이 되면 좋겠다. 문우의 성공을 기원하며. (일동 웃음)
연우 / 지금처럼 위로가 되는 기사를 많이 써주시면 좋겠다. 인터넷에 있는 기사를 볼 때마다 너무 괴롭다.
고민중 / 위로라는 말에 공감이 된다. 문우에서 기사를 쓰면서 기본적으로 하게 되는 생각은 ‘누구나, 편집위원도, 독자도 바로 그 자리에 놓일 수 있다.’인 것 같다. 누구나 저임금 고강도 노동을 하는, 매일매일 야근에 시달리는 노동자가 될 수도 있고 누구나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실제로 그 자리에 놓여있는 사람들이 문우를 읽기도 한다. 이런 측면에서 오는 위로가 큰 것 같다. 내 이야기, 내 주변의 이야기, 결국에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담고자 하니까 좀 더 ‘나’에게 가까운 문제로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