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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68호 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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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우편집위원회 Feb 24. 2024

문우 67호 독자모임

정리정돈 유연, 60

  지난 9월 6일, 〈문우〉와 〈연세〉의 편집위원들은 서로의 최근 호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모였습니다. 널찍하고 멋진 〈연세〉 편집실에서 만난 우리는 맛있는 샌드위치도 나눠먹고 정답게 수다도 떨었지요. 그리고는 오랜 시간 서로의 글에 대한 다정하고 예리한 비평을 주고받았답니다. 이 정리정돈 글을 통해 그 날의 대화들을 기록해보려고 해요. 문우편집위원회에서는 나비, 단(丹), 데어, 아자, 어푸, 유연이 참여했고 연세편집위원회에서는 야자수, 한풀이 참여했습니다.     


 

0. 자기소개


유연     안녕하세요. 저는 문우 소속이고, 필명으로 유연을 쓰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생각하시는 그 이유로 유연이라고 한 건 아닌데 실제로 유연하기도 해요. 저는 그래서 제 필명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비     안녕하세요. 저는 문우에서 이번 학기 편집장을 맡고 있는, 이번 필명은 나비인 사람입니다. 저는 이번 학기에 편집장을 맡으면서 성격이 안 좋아져서 고민 중이에요. 문우의 귀여운 편집위원들을 독촉하고 갈구고 마감을 강요하며 지내도 괜찮은가 싶지만 이 자리에 계신 문우 편집위원들은 일요일까지 68호 마감을 해주시고요. 이번에 독자모임을 하게 된 67호에서는 필명이 노랑이었습니다.

단(丹)     안녕하세요. 저는 문우의 단이구요. 필명으로는 단 뒤에 한자로 붉을 단(丹) 자를 덧붙여 쓰고 있어요. 저는 개인 사정으로 조금 바빠서 한 반년 정도 활동이 어려웠는데요, 앞으로 다시 여러분들과 함께 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독자모임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한풀     안녕하세요. 저는 연세지 하고 있는 한풀이고요. 저는 135호가 첫 글이었어요. 수많은 사람들이 드롭하는 와중에 꿋꿋이 글을 써냈기 때문에 저는 반성할 게 없습니다. (웃음) 한풀은 그냥 기세라는 뜻인데, 글에 원래 자신이 없는 편인데 기세 좋게 써보고 싶어서 한풀이라 했습니다.

데어     저는 연세지에 있다가 문우로 옮겨서 글을 쓰고 있고, 여기서도 저기서도 데어라는 필명을 쓰고 있습니다. 

어푸     안녕하세요. 저는 문우 신입 부원이고요. 필명으로는 어푸를 쓰고 있습니다. 이번에 첫 글을 마감 중이라서 고민이 많고… 67호를 집필하지 않았기 때문에 fresh한 독자로 왔습니다.

아자     안녕하세요, 저는 문우의 아자입니다. ‘아자아자 힘내자!’ 할 때의 그 아자가 맞고요. 저는 이번 68호에 개인 글은 쓰지 못했지만 다른 분과 같이 정리정돈 글을 썼어요. 그래서 만족스럽습니다.

야자수     저는 야자수라고 하고요. 저의 상태를 말씀드리자면, 지금 너무 웃겨서 약간의 호흡곤란이 있습니다. (웃음.) 133호, 134호 연세지에서 글을 썼고 135호에서는 드롭을 했습니다. 이번 호를 다시 준비 중입니다.     



1. 전반적으로 문우 67호를 어떻게 보셨는지


데어     제가 67호 참여를 안했으니 외부인의 관점이네요. 연세지를 할 때 제목을 짓기가 너무 어려웠기 때문에, 제목이랑 각 글이 되게 잘 이어져서 그 부분이 좋았어요. 전체 제목과 개별 글 하나하나의 연관점이 보인다는 점이 좋았고요, 정리정돈에서 문우의 교지 밖 활동 내용을 볼 수 있었던 것도 좋았던 것 같아요.

한풀     저는 일단 디자인이 진짜 예쁘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ㅇㅇ이 뭔지 편집장 글에서 알게 되었거든요? 이렇게 표지가 가로로 된 것도 예쁘다고 생각했고, 그림도 예쁘고, 편집장 서문에서 온라인이라는 컨셉과 맞는 도트 폰트를 가져가서 주제가 이어지게 하는 것도 신기했고. 사실 교지 한 권이 이렇게 나름대로 연결되어 있는 주제를 다루기가 쉽지 않잖아요. 편집장이 알아서 끼워맞추기 해줘야 하는 건데. 그런데 이 글들은 다 이어져서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학기 중에 세미나를 해서인가 하는 궁금증도 들었고. 처음에 기획 시작할 때 애초에 틀을 잡고 시작하는 건지가 궁금했어요.

아자     보통 메인 기획 주제랑 세미나 주제랑 이어져요.

유연     저희가 세미나할 때 토론꼭지를 만들거든요. 토론꼭지 다시 안 쓰는 게 아까우니까, 이 호를 할 때는 글 쓸 주제 만든다고 각각 토론꼭지 가져가기를 했었어요.

한풀     그리고 사실 저는 좀 부러웠던 게, 글의 분량이 길지 않아서 읽기 좋았어요. 너무 긴 글은 읽다가 오히려 지치는 경우도 있으니까. 그리고 정리정돈이라는 이 말도 너무 귀엽다고 생각했어요. 

유연     귀여움을 인정받다니 기뻐.

야자수     제가 느끼기에는 뭔가 대부분의 글이 콘텐츠 하나를 가져와서 이리도 살펴보고 저리도 살펴보고, 그 콘텐츠를 단순히 소개하는 게 아니라 그걸 기반으로 재미난 방식으로 글을 쓴 것 같아서 문학비평지나 문화비평지 같다고 생각했어요. 이 호에서 다루고 있는 것들은 어쨌든 유형물의 문화잖아요. 그래서 호의 글들이 되게 공통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데어     그리고 저는 권두시 넣는 게 너무 좋아요. 


    

2. 구성과 목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데어     메인기획과 문우의 눈처럼 소챕터가 나눠져 있는 게 좋았어요. 좀 더 집중이 잘 되는 구성이라고 생각했고, 검은 님과 포슬 님의 글이 사실 이 중에서 상대적으로 어려운 글이었잖아요. 그래서 유연의 글이 중간에 나온 게 분위기를 풀어주는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한풀     목차는 어떻게 짜세요 보통?

나비     틀이 있어요. 먼저 권두시, 편집장 서문이 들어가고, 메인기획을 넣고, 그 다음에 메인기획으로 포섭되지 않는 글들이 문우의 눈 카테고리로 들어가게 되고요. 정리정돈은 문우가 참여했던 집회 등의 활동에 대해 글쓸 여력이 되어 누군가가 정리를 했다면 실리게 됩니다. 독자모임도 그래서 저희가 했던 활동이라 같이 정리정돈 란에 실리고 그 다음에 편집후기로 끝납니다. 이게 전체적으로 정해져 있는 틀이에요.

한풀     전체적인 틀이 정해져 있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야자수     저희는 목차를 주르륵 적는데, 여기는 나눠서 적는 게 글의 성격을 알 수 있어서 좋았어요. 메인기획은 세미나 주제를 온라인 담론장에 대한 이야기로 정하고 했던 건가요? 

아자     운영위원회 회의 때 다음 학기 세미나 주제를 정해요.

한풀     저희는 세미나가 없으니까 사실 부러웠거든요. 책이 하나의 통일된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는 게 부러웠던 것 같아요.

데어     문우는 단행본 같은 느낌, 연세지는 잡지고.

야자수     그리고 아, 한 단체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요. 여기 전쟁에 대한 전쟁에서 언급한 베트남 전쟁 피해자 증언 좌담회를 또 노랑 글에서도 언급하고. 오프라인에서의 문우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보여요. 아, 단체구나!      



3. 표지, 내지 등 디자인에 대해


데어     저는 앞 표지 가로배경으로 들어간 거 너무 신기해서 덥석 집어들었거든요. 또 문우에서 글 배경을 다이나믹하게 하는 게 좋았거든요. 배경을 까맣게 하고 글씨를 하얗게 하는. 그런 식으로 가독성을 조금 포기하더라도 글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디자인을 가져가는 게 좋은 선택일 때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자     가독성 때문에 지양하고 있긴 해요. 

나비     잉크가 낭비되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고요. 

데어     ‘그 능력 여주가 살아남는 법’의 타이포와 그림이 너무나 글과 딱 맞아서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한풀     그리고 표지가 글 시작하기 전에 한 페이지로 있는 게 좀 멋있는 것 같아요. 각자 글마다 표지 디자인을 열심히 생각하겠다 싶어요.

데어     편집후기 디자인 너무 귀여웠어요. 사진과 뒷배경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좋네요. 그리고 손글씨로 쓰니 편집위원 각자의 성격이 보이는 것 같아서 그것도 좋았고요. 

아자      저는 개인적으로 손글씨 후기에서 배경을 지우고 딱 글씨만 들어가는 줄 알았는데 배경까지 통으로 들어가서 아쉬웠습니다.

야자수     저는 문단의 배치에 대한 다양성이 좋았어요. 특히 이 글 있잖아요, 이어지고 싶으니까. 사실 우리가 그냥 책을 읽을 때는 이만큼씩이나 여백이 있진 않은데, 옛날 글을 보면 문단이 신기할 정도로 넓게 배치되어 있거든요. 조금 더 교지의 성격을 가진 느낌이라 좋았어요. 그리고 한풀의 말대로 포슬 글의 연인 그림도 그렇고 유연 글의 여주 그림도 그렇고, 자기가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가 확실히 들어가니까 그게 잘 느껴져서 좋았어요.      



4. 개별 글 코멘트


[ 메인기획 - 온라인 담론장 ]


- 파도를 마주하며 / 검은


한풀     이 글 재미있게 읽었어요. 

야자수     일단 필자가 글쓰기를 완성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밝힌 게 웃겼어요. 연세 135호에 실린 데어의 ‘글 쓰기 싫다’도 그런 점에서 웃겼는데. 일단 완성된 글이 나오면 필자가 잘 안 보이는 경우도 있잖아요. 근데 이 글은 이 사람이 글을 쓰면서 어떻게 어디서 넘어졌는지가 보이는 게, 온전히 그러한 넘어짐을 담은 게 이 글의 성공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부분이 없다면 설명만 전달하는 글일까 봐 오히려 안 읽었을 것 같아요. 

한풀     저는 터프 입장에 대해서 반대하긴 하지만 페미니즘 운동을 하면 터프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우리는 무엇을 공유하고 있으며 어떤 지점에서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돼요. 그래서 좀 더 터프 입장에 가까운 접근이 있었으면 좋았겠다 싶다가도, 이 글을 이렇게 솔직하게 써낸 검은의 입장에서 그건 할 수 없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특히 터프 입장의 존재를 깨닫는 과정과 파도에 비유해서 굉장히 긍정적으로 글을 끝냈다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페미니즘 운동을 하다 보면 강경한 여성 우월주의 때문에 절망적인 지점이 굉장히 많단 말이죠. 그 때문에 페미니즘이 오해를 받는 부분에 대해 굉장히 많은 고민이 있는데, 공감되는 것도 많았고 좋았어요.

어푸     그 비유가 좋았어요. 말뚝으로 바다를 가를 수 없다.

야자수     저도 노트에 ‘검은’ 적어놓고 ‘비유 굿’ 하고 적어놨네요. 어떻게 파도라는 생각을 했지? 이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확실히 와닿는 비유여서 큰 그림이 그려졌어요.

데어     그리고 물론 이것은 필자의 선택이지만, 이 글에서 검은이 계속 “~합니다”, “~해요”라고 말하고 있잖아요. 누군가를 상처 입히지 않으려는 말투 같았고, 그런 문체도 글의 일부이기 때문에 그것까지 신경쓴 점이 좋았어요.

한풀     저도 존댓말을 쓰는 점이 굉장히 단단하고 강해보여서 좋았어요.

야자수     그리고 어쨌든 필자의 생각의 변화를 담았잖아요. 내가 나중에 어떤 사람을 만났을 때 그 사람의 생각은 어떻게 변화했을까를 이해해볼 수 있게 하는 글이었던 것 같아요.    

 

- 여러분과 우리 사이에, 혹은, 우리와 너 사이에 / 포슬


나비     스탠드업 코미디를 가져와서 타자의 고통을 마주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 글이었어요.

데어     전 이 글 읽고 제일 먼저 뭐가 생각났냐면, 연세지에 근육의 문제라는 장애인 이동권 시위, 탈시설에 관한 기고글이 실린 적이 있어요. 그 분이 대학원생이셨는데 포슬의 글도 마찬가지로 대학원생이 쓴 글 같아서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지 않는 학술적인 단어들이 어렵기도 했는데, 이런 단어들이 압축적인 글에서 필요한 단어이고, 그래서 이런 글들이 교지에 실려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한풀     이 글이 대화 중에 상대와 소통이 되지 않고 말이 뜨는 것에 대한 고통을 호소하는 글이라고 어푸에게 설명을 들었을 때 되게 설명되는 부분이 많았거든요. 포슬이 가지고 있는 자신의 소수자성을 발화할 때의 고통과 일상생활에서 대화를 할 때의 고통을 글로 유치하지 않게 잘 녹여낸 것 같아서, 그 설명을 듣고 진짜 잘 쓴 글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저 같으면 ‘아 나는 사람들이랑 어색하게 정적이 있는 게 너무 불편해’하고 끝날 글이었는데 이렇게 여러가지를 인용하고 풀어내다니, 포슬은 정말 똑똑한 사람이고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글을 못 쓰거든요. 여러 논문을 인용해 촘촘한 각주가 달린 이런 글을 못 쓰는데 이렇게 포슬이 써내는 게 되게 재밌었어요. 글의 디자인이 우리가 제일 익숙한 흰 배경에 검은 글씨에, 그렇게 긍정적이고 밝은 내용은 아니었다고 생각하는데도 포슬이 하고 싶은 건 비관적이거나 슬픈 이야기가 아니었다는 점이 좀 멋있는 것 같아요. 

나비     마지막 문단이 너무 다정해요. “결국 애정은 절대로 이해할 수 없을 타자의 언어를 통역하는 끊임없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한풀     그 말을 하고 싶었어요.

유연     포슬은 상냥한 사람이니까.

데어     이것도 굉장히 품이 많이 드는 글이라고 생각했어요.

야자수     이런 글을 쓰려면 평소에 사유를 많이 하고 이것저것 많이 보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도 한풀이 이런 글 쓸 수 없다고 한 말을 이해하겠어요. 원래 제 성향 자체가 철학을 좋아하지 않을 뿐더러 엠비티아이에서 N도 아니라 어려운 글을 잘 못 읽는 편이에요. 쉬운 것만 찾아 읽으려 하고. 저도 그런 단점을 알고 있는데 그래도 독자모임을 해야 하니까 끝까지 읽으려 했어요. 중간중간 문장은 이해가 가는데 문맥은 이해가 안 가서 전체적으로는 사실 독해에 실패했던 것 같아요. 근데 전 이 글을 읽고 나서 왜 내가 이 글을 다 읽어내지 못했을까 생각해보니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의 심도를 상상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넷플릭스에 해나 개즈비를 검색해봤는데, 이 작품을 보는 게 글의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것 같아서 집 가는 길에 보려고요.

한풀     저는 제가 포슬을 알고, 제가 해석하는 포슬의 면이 있기 때문에 이 글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저는 이렇게까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글이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그렇다고 이게 절대 남의 이야기를 쓴 게 아니라 자기 생각에서 출발한 거라는 게 멋있는 것 같아요.   

   

- 그 능력 여주가 살아남는 법 / 유연


나비      이 글은 읽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웹소설 이야기고, 웹소설에 있는 클리셰를 이야기하면서 독자들의 심리, 사회적인 경향성이 어떻게 웹소설에 녹아들어 있는지. 독자들이 왜 이런 유행하는 특정한 클리셰에서 재미를 느끼는지를 분석해본 글입니다.

데어     저는 여기 나오는 모든 소설을 최소 20화까지 읽어본 사람으로서 너무 즐거운 글이었고, 유연이 이 웹소설들을 읽고 분류하고 분석하느라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점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어요. 디자인이나 소제목에 신경 쓴 점과, 페이지 마지막에 제목과 회차, 저자 이름이 들어간 부분이 좋았어요. 

한풀     저는 웹소설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신기했어요. 근데 웬만큼 웹소설을 많이 보고, 좋아하지 않으면 클리셰를 이렇게 모르는 사람이 읽기에도 깔끔하게 정리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어떻게 클리셰들을 설명하고 싶었는지 유연만의 관점이 딱 있어서 좋았어요. 웹소설이 이런 재미가 있는 거구나 하는 생각을 했고요. 여기 인용된 작품들도 한두 개가 아니라 어찌 보면 웹소설 독자로서의 이십 년 인생이 들어간 글일 수도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다른 편집위원 중에 자기만이 쓸 수 있는 글을 쓰는 게 진짜 멋있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한 사람이 있었는데, 이 글이 제가 느끼기엔 그랬어요. 유연만이 쓸 수 있는 글 같아서 정말 멋있다고 느꼈어요.

야자수     만약 백 년 뒤에 2023년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았을까 궁금하면 사회과학책을 고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단 당대 사람들이 읽는 이야기, 어떤 이야기를 읽었는지 그 제목이 담긴 카탈로그를 보는 것으로 그 시대의 욕망을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점을 반영하는 글을 쓰고 싶었는데 저는 읽는 문학이 없어서 이런 글을 약간씩 흠모했어요. 이런 건 대상에 대한 오랜 시간의 애착이 있어야 쓸 수 있는 거잖아요. 최근 통학을 하면서 느낀 건데 웹소설은 책 한 권 안 읽을 것 같은 아저씨도 읽는 거예요. 대중적인 웹소설을 가지고 글을 썼다는 점이 너무 좋았어요, 특히 고구마와 사이다 이야기를 풀어낸 관점이 인상깊었던 게, 요즘 사람들이 사이다를 너무 좋아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요. 커피 주문이 약간 밀린 것 같은 사소한 일에 크게 화를 낸다던가 하는 식으로 내가 상대에게 갚아 주겠다는 정서나, 참교육이라는 단어의 적절하지 않음에 대한 생각만 가지고 있었는데 이런 소재를 이렇게 풀어낼 수 있구나 싶어서 반가웠던 것 같아요.

한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까지 거리를 두고 생각해보기 쉽지 않은데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능력주의라는 누구나 읽기 쉽고 커다란 소재를 전체적으로 집어낼 수 있었다는 게 멋있습니다.

유연     아까 야자수님이 하신 말씀이 절 기쁘게 했어요. 가끔 그런 생각을 하거든요. 말씀하신 것처럼, 백 년 뒤 사람들이 지금 이 시대의 사람들이 어떤 욕망을 창작물에 투영하고 있었는지 그 경향을 읽어내려면 웹소설 같은 글을 분석하는 게 가장 주효하다고 생각해요. 최근에 들은 수업에서 교수님이 옛날에는 사람들의 민심을 알기 위해서 관리들이 이야기와 노래를 수집해 이 지역의 관리가 통치를 잘 하고 있는지, 사람들 살기가 좋은지 파악할 수 있었다는 거예요. 현재는 노래나 이야기의 그런 기능을 웹소설이나 웹툰 같은 문화가 수행하고 있다고 느꼈거든요. 그 점에서 저는 이 글이 교지에 실릴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야자수님이 그걸 말씀해주셔서 정말 행복했어요.    

  

[ 문우의 눈 ]


- 전쟁에 대한 전쟁: 베트남 전쟁과 마주하기 / 아자, 야부, 루


나비     이 글은 문우에서 제 제안으로 언협 보도상 후보까지 올렸을 정도로,  개인적으로 잘 썼다고 생각하는 글이에요. 한국 사람들이 베트남 전쟁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중첩된 피해자성과 가해자성,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베트남 전쟁을 기억할 것이며 전쟁이라는 비극에 대해 어떻게 사유할 수 있는지, 나아가, 어떻게 평화를 적극적으로 이뤄내고 상상할 수 있는지를 다뤄요.

한풀     이 글도 자료조사나 품이 많이 들어갔을 것 같아서 쉽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평화에 대한 상상을 멈추지 않기’가 가장 좋았던 부분이었어요. 사실 제가 체감하는 국가폭력은 감히 희망차지 않거든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여러 곳의 전쟁도, 기록된 전쟁도 그 여파가 아직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글에서 말한 것처럼 누군가는 평화롭다고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잖아요. 처음 6⋅25전쟁에 대해 기억하는 배움은, 우리나라는 전쟁 중이지만 약속을 하여 멈췄고,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받아들였던 전쟁은 만화에 나오는 것처럼 되게 가벼웠어요. 지금의 제가 느끼는 전쟁은 결코 가볍지 않고, 일시적이지 않고, 표기된 연도에 끝나지 않는 것인데도 누군가는 평화롭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는 부분이 나오는 게 되게 좋았어요. 평화를 스펙트럼으로 이야기하는 것도 공감이 많이 됐고요.

데어     저는 피해자와 피해자의 만남과 피해자와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인 사람의 만남이 병렬적으로 배치되어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고엽제 피해자들도 그들의 입장에서는 국가가 나를 전쟁터로 몰아넣어서 피해를 입은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전쟁을 수행하면서 있었던 가해 사실이 없어지는 건 아닌데, 그 교차되는 지점을 짚어 주신 게 좋았어요. 또 사람을 텍스트로 만나는 것과, 면대면으로 살아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다른 경험이라고 생각해서 좌담회 참석해주신 걸 언급해 주신 것도 좋았어요. 좌담회에서 직접 그분의 말을 듣고 인용해서 실으신 점이 이 글에서 무거운 부분이어서 인상 깊다고 생각했어요. 마지막으로, 전쟁을 수행하는 사람과 결정하는 사람, 그리고 사회 속에서 개인일 뿐인 나는 굉장히 먼 거리가 있다고 느껴져서 끝낼 말을 찾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너무 멀리 있고 힘이 없고, 심지어 안전한 곳에서 희망에 대해 말을 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생각을 종종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 된 것 같아서, 위안이 되었습니다.

야자수     이 글이 피해자성과 가해자성의 중첩, 그 부분을 이야기해줘서 좋았어요. 조금 반성을 하자면, 사실 저는 지금 한반도가 남북으로 갈라졌다는 것조차 일상에서 많이 잊고 살거든요. 그만큼 전쟁에 대해서 무감각하게 느껴지고, 물론 중요한 의제지만 국가폭력사건은 꽤나 멀게도 느껴져서 어떻게 감각해야 할지 고민이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조금 궁금했던 지점이 있다면, 피해자 분들의 증언을 듣고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에 대한 내용도 들어갔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데어 말대로 사실 우리는 할 수 있는 게 없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해보니 피해 사실을 직접 전해들었을 때,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를 전하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유연     저는 베트남 전쟁 얘기한 거 좋았어요. 정말 필요한 글이라고 생각해요. 의도적으로 은폐되기도 했고, 그 결과 잊히거나 다들 모르는 일이니까. 그래서 우리가 베트남을 대하는 태도와 일본을 대하는 태도를 대비해서 보여준 부분이 좋았어요.

데어     그리고 국가폭력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도, 최근 일련의 사건사고를 보며 충분히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베트남 전쟁을 우리가 직시함으로써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를 새롭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 이어지고 싶으니까 / 노랑


유연     제가 정말 좋아하는 글인데요. 이 글은 소위 제로섬 게임으로 지칭되곤 하는, 자원을 갖고자 하는 사람은 많은데 자원이 한정된 현실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하는 고민으로 시작되었어요. 50페이지의 픽션의 주요한 기능 중 하나는, “현실에 없는 장면을 상상하고 기록해 그것이 실제 현실로 탈바꿈할 가능성을 여는 것이다”라는 말처럼, 사라잔마이와 돌아가는 펭귄드럼이라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이런 제로섬 상황이 어떻게 타개되는지 살펴보고, 나아가 그것이 현실에 어떻게 드러날 수 있을지를 살펴본 글입니다. 정말 좋아요.

한풀     저는 되게 재미있게 읽었어요. 일단 제로섬 게임에 대해서, 되게 놀라웠던 게 여성의 인권이 높아지면 남성의 인권이 낮아진다는 페미니즘에 대한 우회로 이어지는게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픽션을 인용했을 때의 장점도 뚜렷하고 단점도 뚜렷하다고 생각해요. 이 애니메이션에 대해서 굉장히 잘 설명을 해주셨음에도 제가 비관적인 사람이라 그래도 이것은 픽션이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긴 했어요. 그래도 희망을 엿보는 게, 오히려 픽션을 인용해서 유치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너무 현실적인 언어로 설득하려고 했으면 계속 현실로 내쳐졌을 것 같은데, 이런 서사를 가진 애니메이션을 인용했을 때 장점도 있는 것 같아요. 현실에서 찾을 수 있는 제로섬 게임은 너무 충격적이고 거대한데, 픽션은 되게 좁은 사회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글을 쓰는 입장에서 애니메이션을 인용한 점이 되게 현명한 것 같아요. 문우라는 공동체 자체가 멋있다고 생각한 게 각각의 글에서 드러나는 힘이 대단한 것 같아요. ‘이어지고 싶으니까’라는 제목도 정말 강한 욕망이라고 생각했어요. 이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한 학기 동안 생각하면서 글을 쓰는 것은 어떤 힘인지에 대한 고민을 했어요.

나비     저는 글을 쓸 때, 너무 제 성격대로 안 쓰려고 해요. 원래 성격대로 쓰면 밑도끝도 없이 비관적인 사람이라. 

야자수     저도 읽으면서 한풀처럼 픽션이라는 비관적인 생각을 하다가. 결국은 그래도 이런 이야기를 마음속에 품고 사는 사람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천진난만한 결론이 났습니다. 저는 이런 이야기를 마음속에 품고 사는 사람하고 친구하고 싶어요. 사람들이 하나씩 마음에 품고 사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독자의 눈에도 이런 따뜻한 이야기를 열심히 마음속에서 품고 있는 것 같아 보였어요. 그래서 저자를 만나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만나뵈니 반갑습니다. 좋은 이야기 추천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제가 진짜 ‘아 이 워딩 진짜 잘 썼다’ 하는 지점이 있었는데, “서로가 서로의 욕망과 이야기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전해 들음”, 이 부분이 되게 명확해서 좋았어요. 욕망을 이야기하고 전달하고, 전해듣고. 직접 듣지는 않더라도 전해서라도 들어야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욕망이라 하면 뭔가 그렇게 선한 단어는 아닌 것 같지만 사실 모두가 선하려고 사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잘 살고 싶어서 욕망을 가지는 거잖아요. 그래서 욕망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것도 너무 좋았어요. 나도 내 욕망이 뭔지 잘 생각해보고 열심히 다른 사람한테 전달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연히 그만큼 다른 사람들의 욕망도 듣고요.

데어      저는 이 글을 보고 사라잔마이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후에 ‘이어지고 싶으니까’라는 글을 다시 읽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비관적인 사람이라, 이런 글이 필요할 때가 있어요. 한 번 비관적이기 시작하면, 밑도 끝도 없어서 나를 끌어올려 줄 텍스트가 필요하잖아요. 이런 글을 보면서 우리는 이어져 살아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환기시켜야 한다는 느낌이 들었고요. 문우의 독자들 중에서도 그런 사람이 있을 테니까요.

한풀     사실 이 글은 새로운 호의 첫 글이나 마지막 글이 되었어도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정말 희망차고 긍정적인 이야기지만, 그렇게 이야기를 하게 되면 삭제되는 여러 담론들이 있잖아요. 이런 글과 함께 세부적인 담론들이 함께 실렸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여러 소수자 의제 안에서도 합의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많잖아요. 이런 것들이 뒤에 나왔으면 이 글이 더 돋보였겠다고 생각했어요. 

나비     그게 제가 하려다가 못했던 거예요. 아쉽네요.

유연     나비는 미디어 텍스트 비평에 재능이 있지 않나 생각했어요. 애니메이션의 스토리랑 설정을 글 중간중간 설명하는 게 능숙하고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요. 하고 싶은 말을 하면서도, 여기서 이 설정이 있는데 이렇게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하는 것이 굉장히 매끄럽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저는 나비가 앞으로도 이러한 식의 어떤 미디어 텍스트를 경유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글을 쓴다면 좋을 것 같고 기대가 돼요. 

한풀     제가 실제로 두 애니를 본 친구한테 이 글 어땠냐고 물어봤는데 되게 좋았대요. 이 글에 애니메이션 내용이 잘 설명이 되어있다고 얘기해줬어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이 글에 눈길이 가나 봐요.

데어     포슬과 유연의 글에서도 느낀 거지만 적절히 인용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매번 보고서를 쓸 때마다, 이 조각보를 기울 때마다 느끼거든요. 장면의 캡처가 조금 더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만 나비의 글도 인용이 적절해서 좋았어요.     

 

[ 정리정돈 ]


- 자보 수난 시대 - SPC 불매 운동 자보 작성 / 검은


야자수     이걸 꼭 애기하고 싶었는데, 첫째로 반성했고 둘째로 너무 좋았어요. 이런 글이 소중하다고 저는 생각해요. 왜냐면 어쨌든 떼지더라도 자보를 떼는 사람이 ‘에 이거 또 여기 붙여놨어?’ 이런 생각을 했을 텐데, 이런 생각을 들게 하는 것도 중요한 행동이었지 않나 싶어요. 

나비     대자보가 계속 떼어진 일 때문에, 이런 일들을 글로 작성해야겠다고 느꼈었어요. 지금은 저희 동방에 자보가 옮겨 붙어 있습니다.

한풀     저도 공대위했을 때 비슷한 일이 되게 많았던 것 같아요. 백양누리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 유리에 자보를 붙였었는데, 밥 먹고 오니까 없어져있는 등 반나절 만에 떼어져 있었거든요. 그래서 문우의 꾸준함이 진짜 대단한 것 같아요. 피드백을 주고받고, 같은 책 안에 같이 글을 싣는다는 것도 공동체만의 약속이 필요한 일인데, 글쓰는 것 이외에 이런 활동을 꾸준히 끈기있게 해낼 수 있었다는 게 부러웠습니다. 심심한 위로의 말씀이지만 잘 쓴 대자보는 주로 떼지더라구요. (웃음) 잘 썼을수록 빨리 떨어진다, 저만의 그런 통계가 있습니다. 이런 목소리를 계속 내줄 수 있는 건 단과대 교지라고 생각해서… 그래서 야자수도 반성했고 좋았다고 얘기한 것 같아요. 

데어     제가 문우에 온 건, 세미나와 실천활동 하는 시간이 어쩌면 나한테는 당장 글쓰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서였어요. 그래서 문우가 참여한 활동을 정리정돈해서 싣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학내활동이라는 건 일시적이고, 또 학내 단체에서 활동하는 학생이 학기마다 바뀌기 때문에 너무 잘 증발된단 말이에요. 그걸 어디에든 남겨서 아카이빙하는 게 중요하다고 느껴서 이 글이 좋았어요. 그리고 구겨진 종이 배경도 좋고요!

한풀     왜 자보를 썼는지, 자보 내용, 자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 구성도 좋았어요. 정리를 되게 잘 한 것 같아요.      



5. <연세>와 <문우>에 기대하는 글과 하고 싶은 말


나비     <연세> 에 언제나 따스하면서도 날카로운 말들이 적히길 바라요!! 부드러운 말로 강한 힘을 담는 게 <연세>의 매력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분위기가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이번 135호를 보면서도 계속 생각한 건데, 정말 <연세>의 발간이 계속되기를 바랍니다. 몰아치는 편집회의 속에서도, <연세>가 지키고자 하는 기치를 계속해서 담아내며 존재해나갑시다. 교지 단체의 일원으로서 정말 응원하고 있어요!

한풀     전체적으로 <문우>의 67호는 필진들의 따뜻함과 힘, 문우편집위원회라는 하나의 공동체의 안전함과 자신감을 잘 드러낸 것 같아서 좋았어요. 앞으로도 문우가 긴 호흡을 자유롭게 가져가며 치열하게 고민하고 따뜻하게 대화하면서 글을 담아냈으면 좋겠습니다. 교지가 글을 쓰는 것 이외에 또 할 수 있는 일, 또 해야 하는 일에 대해 앞장서서 고민해주시는 것도 감히 부탁드려요. 이번 독자모임에서 글을 보면서, 또 문우 편집위원들을 만나면서 문우가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고, 앞으로도 계속 응원할게요. 세미나 초대해주시면 놀러갈게요 :)

데어     〈연세〉도 〈문우〉도 잘 살아남아서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제가 하지 못한 것을 바라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학내 사안에 대해 〈연세〉가 조금 더 글을 쓸 수 있기를 기대해요… 편집실에 있는 동안 너무 즐거웠다고 말하고 싶고요, 뭔가 필요한 일이 생기면 도우러 갈게요.

유연     멋진 글을 쓰는 사람은 항상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러니 글을 쓰는 사람들의 모임은 엄청 사랑할 수밖에 없겠지요? 비록 우리가 글쓰기 싫다고 엉엉 울어도 결국 우리는 반듯한 교지 한 권을 펴낸 사람들이니까! 앞으로도 인력은 부족하겠고 학생 사회는 망했겠고 우리는 피곤하겠지만 그래도 계속 만나고 인사하고 가끔은 식사도 함께하고 싶어요. 왜냐면 연결에는 힘이 있고 우리는 이어지고 싶으니까~! 

야자수       합동기획 같은 거 했으면 좋겠어요. 쓸 수 있는 글의 폭이 넓어지지 않을까…     



6. 우리에게 교지란?


나비     애증의 존재 ㅎㅎ

한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비     그렇지만 이번 독자모임을 진행하면서 교지란 참 가치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교지를 쓸 힘이 더 나는 것 같아요!  교지란, 소극적인 저도 단체에 속해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해주는 고맙고 소중한 매체 같아요. 또 저에게 교지란, 공동체의 규칙을 합의하려고 노력하고, 그러면서도 너무나 다양해서 사랑스러운 사람들이 존재하는 단체가 하나의 출판물을 내기 위해 애써서 만들어내는 결과물이거든요? 그래서 더 소중해요. 우리가 함께 만들어낸 거야!! 같은, 만화영화 느낌의 대사입니다 ㅎㅎ  

야자수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학교에 더 관심을 갖게 만드는 활동인 것 같아요. 사실 저는 교지 안했으면, 문우도 안 읽었을 거고 당연히 연세지도 안 읽었을 거고. 그러면 이렇게 누군가가 소중히 써서 붙인 대자보가 무참히 떼졌다는 사실도 몰랐을 것 같단 말이죠? 그래서 이런 학교의 소식을 알 수 있어서 좋아요. 저희 학교를 더 더… 열심히 괴롭혀 (웃음) 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걸 글로 남기고.

데어     글쓰는 건 정말 힘든 일이지만 그만큼 의미 있는 일인 것 같아요. 저에게 마감을 설정해주는 교지에게 고마울 따름… 그리고 교지라는 공동체가, 제가 학교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느끼는 곳이에요. 공동체로서도 장소로서도. 그래서 이 느낌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유연     교지 쓰기에 대한 감상은 연세 135호에 실린 데어의 ‘글 쓰기 싫다’로 대신하겠습니다. 대신 교지 동아리에 대해 말해 볼까요? 문우는 이 폭풍 같은 대학 생활에서 제가 마음 둘 곳인 것 같네요. 우리 동방에 둘러앉아 있는 사람들은 내가 무슨 일이 생기면 깜짝 놀라며 후다닥 달려올 사람들이에요. 그건 문편들과의 친밀한 관계 때문도 있지만, 그보다는 그 사람들 자체를 신뢰하기 때문이 더 커요. 더 좋은 글을 쓰려 애쓰고, 조금이라도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사람들은 내가 그들의 친구가 아니었더라도 내가 당한 부당한 일에 목소리를 내줄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가 우리 학교 이곳저곳에 있다는 걸 아니 정말 기뻐요. 그 공동체의 치열한 생각들을 앉은 자리에서 편히 넘겨볼 수 있게 교지까지 내주니 정말 행복하고요. 앞으로도 저는 꾸준히 교지 읽기로 여러분의 존재를 되새기며 제 학교 생활에서의 안정감과 기쁨을 획득할 테니, 여러분 모두 앞으로도 열심히 교지 써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를 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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