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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68호 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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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우편집위원회 Feb 24. 2024

실천활동 ‘버스타고 찾아가는 외국인보호소 폐지 문화제’

편집위원 아자, 키마

실천활동 - ‘버스타고 찾아가는 외국인보호소 폐지 문화제     

      

  문우편집위원회(이하 ‘문우’)는 6월 23일 IW31가 주관한 <버스 타고 찾아가는 외국인보호소 폐지 문화제(이하 ‘버찾폐’)>에 참여했다. 외국인보호소는 정해진 체류 기한을 넘기거나, 국가의 허가 없이 취업 혹은 이직하는 등의 이유로 미등록 이주민이 된 강제퇴거 대상자를 구금하는 시설이다. 화성외국인보호소의 소개란에는 ‘강제퇴거 대상 외국인을 안전하게 보호하여 이들의 귀국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쓰여 있지만, 그곳의 실상은 ‘보호’나 ‘지원’과는 거리가 멀다. 2021년 9월, 하나의 사건을 통해 그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외국인보호소에서 독방에 갇힌 M씨가 양팔과 양다리가 결박당한 채 손목과 발목을 뒤로 꺾는 ‘새우꺾기’ 고문을 받은 CCTV 영상이 공개된 것이다.[1] M씨는 난민 신청 자격을 연장하는 기간을 겨우 하루 놓쳐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수용되었다. 외국인보호소에 수용된 M씨는 목조르기나 수갑, 포승줄, 머리 보호구, 박스테이프 등을 이용한 가혹행위를 일상적으로 당했고 이는 최대 4시간 넘게 이어지기도 했다. 이제껏 CCTV 보존 기간이 짧아 입증할 수 없었던 외국인보호소에서의 가혹행위가 마침내 수면 위로 드러난 사건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외국인보호소의 실태가 여럿 기사화되었지만, 2023년 현재까지 상황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 쇠창살이 쳐진, 창문도 없는 좁은 공간에서 십수 명이 화장실 하나를 두고 생활한다. 직원으로부터 24시간을 감시당하는 그들은 ‘보호외국인’이라는 글자가 쓰인 ‘보호복’이라는 단체복을 입는데, 이는 마치 죄수복처럼 보인다. 제대로 된 밥도 먹지 못하는데다, 몸이 아프더라도 병원비를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 탓에 의료 서비스도 제대로 제공받지 못한다. 이런 열악한 조건에 대해 항의하는 행위는 ‘난동’으로 취급되어 독방에 감금되거나 결박당한다.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외국인은 국적 또는 시민권을 가진 국가에 송환되는 것이 원칙이며, 외국인보호소는 그가 출국할 때까지 그를 ‘보호’한다. 그러나 정치적 박해 등의 이유로 본국에 갈 수 없는 난민 신청자는 출국의 기약조차 없이 구금된다.     


  외국인보호소에서 나오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출신국으로 강제 추방당하는 ‘강제퇴거’ 또는 ‘보호일시해제’이다. 하지만 보호소에서 나오더라도 미등록이주민들의 인권은 보장되지 않는다. 외국인보호소에서 풀려났더라도 여전히 국내 체류 자격은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합법적인 체류 허가가 없는 이주민은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 불법으로 일할 수밖에 없고, 신분증이 없기에 계좌 개설, 휴대전화 개통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 집을 구할 수도 없다. 때때로 보호일시해제는 보호소 측에서 구금 이주민을 내보내거나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는 방법으로도 쓰인다.[2] 보호소에서 구타, 부상, 방치 등의 문제로 이주민의 건강이 악화되었을 때 보호일시해제를 대가로 이를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하거나, 서둘러 이주민을 강제 출국 시켜버리기도 한다. 외국인보호소는 ‘보호소’라는 이름과는 반대로, 오히려 수용자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     

   글 초반에 언급했던 ‘새우꺾기’ 고문 사례가 세상에 알려지고, 이후 해당 사건의 피해자인 M씨가 보호소 밖으로 풀려 나오자, 활동가 아정은 “그의 일상을 하루씩 돌아가며 조력해보자는 의미에서 각기 다른 활동을 하는 서른 한 명에게 편지를 썼”[3]다. 이에 다양한 곳에서 활동하고 연구하던 31명이 모여 ‘외국인보호소 폐지를 위한 물결(International Waters 31, IW31)’이 꾸려졌다. IW31은 외국인보호소 폐지운동에 국한되지 않고 탈시설 운동, 동물해방 운동 등 활동 범주를 다양하게 넓혀가고 있다. 이주민과 난민을 ‘국경’에 가두어 생각하지 않고 “취약성을 가진 이주민들이 그들의 취약성을 악화시키는 조건 속에 놓인다는 점”[4]에 초점을 맞추면 이주민, 난민을 넘어 성소수자, HIV감염인, 정신장애인, 가정폭력 피해자 등이 겪는 문제의 핵심이 동일하다는 것이 아정의 설명이다. IW31은 동물들이 평생 축사에 갇혀 산다는 ‘감금’의 면에 주목하여 ‘인’권활동의 틀을 깼다.  

   

  IW31이 주관한 ‘버찾폐’ 활동은 이름에서처럼 크게 ‘버스 타고 찾아가는 / 외국인보호소 폐지 문화제’로 나눌 수 있다. 외국인보호소는 국가 보안시설이라는 이유로 접근성이 매우 떨어지는 곳에 위치해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해 찾아가기 어렵다. 이에 IW31은 참가자들이 함께 화성외국인보호소로 갈 수 있도록 버스를 대절하여 접근성에 대한 장벽을 낮추고자 했다. 이때 IW31이 대절한 버스는 저상버스로, 보다 많은 사람들의 공간적 장벽을 허물고자 했다. ‘찾아가기’는 참여자들로 하여금 외국인보호소 폐지라는 이슈에 거리감을 좁히는 계기가 된다. 마찬가지로 현장 문화제는 참여자들에게 현행 이주구금 정책의 문제점과 외국인보호소 폐지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문화제의 참여자들은 피켓을 만들어 함께 소리치고 화성외국인보호소 주변을 행진했다.     

  문우는 버찾폐에 참여하기 전, 해당 문화제와 관련이 있는 외국인보호소 및 구금이주민 이슈, 탈시설 운동 등에 대해 함께 알아가고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자 교양 세미나를 진행하였다. 세미나 자료는 외국인보호소의 실상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는 기사인 ‘외국인보호소 CCTV에 잡힌 ‘새우꺾기’, 무슨 일 있었나’와 탈시설 운동에 관한 책인 『시설 사회』 9-10장으로 선정되었다. 한국사회가 규정하는 ‘외국인, 민족국가라는 정체성이 유지되는 방식, 장애담론에서 주로 다루어지는 ‘탈시설’이라는 화두가 외국인보호소의 맥락에서 다루어지는 이유 등에 대한 생각을 나누었다.     


  버찾폐 당일 아침, 사당역 근처 주차장에 참여자들이 모였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서로 왜 버찾폐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등을 이야기하는 자기소개 시간을 가졌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과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소속 활동가들, 문우편집위원회와 같은 대학생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했다. 화성외국인보호소에 도착하여 가장 먼저 한 일은 피켓을 만드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런 평화로운 시간도 잠시, 갑자기 경찰이 집시법적용 및 현장 상황에 의해 인도 쪽만 집회를 허용한다며 집회 장소를 좁히라고 명령했고, 월담을 하거나 경찰 폭행 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과의 트러블을 뒤로 하고 참여자들은 ‘가두지 말고 같이 살자’, ‘우리의 이웃을 가두지 말라’, ‘자유’, ‘폐지’ 등 각자 전하고 싶은 말을 꾹꾹 눌러 담아 피켓을 만들었다. 점심으로 비건 도시락을 먹고 여러 참여자의 발언이 시작됐다. 옆에 수어 통역사분도 계셨는데, 이분께 ‘폐지’라는 뜻의 수어 단어를 배우기도 했다. 성미산학교 학생들, 밴드 소수윗의 호수, ‘멸종반란’ 운동가 희음 등이 발언했고 캄캄밴드, 빌리카터, 이하루, 밴드 소수윗 등의 공연이 이어졌다. IW31은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는 만큼 저상버스 운행, 비건 도시락 제공, 수어 통역 등 사회적 소수자들도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고 노력했다. 공연 후엔 행진을 했다. 외국인 보호소 주위를 크게 한 바퀴 돌며 ‘내 이웃을 가두지 말라’라고 구호를 외쳤다. ‘내 이웃을 가두지 말라’라는 구호는, 외국인보호소에 격리된 사람들은 우리와 전혀 다른 세계에 사는 타인이 아닌 우리와 원래 함께 살아왔던 존재임을 강조하는 의미이다. 함께한 참가자들 다 같이 피켓을 들고 단체 사진을 찍으며 버찾폐는 마무리되었다.    

 

        

버찾폐를 마무리하며     


데어: 버찾폐처럼 현장과 가까운 곳은 처음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방문한 곳들은 과거의 현장이거나 현장에서는 한 발자국 떨어진 곳이었으니까. 그리고 지금도 조금 떨어진 곳에서 글을 쓰고 있는 입장인 것을 생각하면 이런 경험이 의미있다고 생각했다.     


유연: 정말 너무너무 더워서 힘들었어요! 그런 만큼 더더욱 같이 간 문우 사람들뿐 아니라 그날 처음 만난 사람들과도 얘기하고 돕고 나누며 묘한 애정과 유대를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외국인보호소 폐지하라, 폐지하라, 폐지하라!     


나비: 화성외국인보호소가 이렇게 외진 곳인지 처음 알았다. 이렇게 버스를 타고 들어가지 않았다면 정말 접근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이렇게 동떨어진 곳에, 사회와 격리하듯, 숨기듯 ‘보호소’랍시고 이런 시설을 지어놓았다는 게 매우 황당하고 기묘했다. 버찾폐처럼 찾아가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일에 많이 참여해보고 싶다.     

아자: 어떤 시위를 가든 경찰이 서 있는 장면은 흔하게 볼 수 있지만, 왠지 이렇게까지 위협적이라고 느낀 건 처음이다. 버찾폐 참여자들을 빙 둘러싼 경찰들이 무섭게 느껴졌다. 너무 더워서 힘들었지만 그런 만큼 더욱 목소리를 크게 냈던 것 같다.  

   

야부: 버스를 타고 현장에 찾아가 크게 구호를 외치고 다양한 연대의 방식을 목격했던 하루 동안의 경험이 크게 남았고 내가 행동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또한 우리 사회에서 보호라는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는 인간과 비인간 존재에 대한 폭력을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다.     


순: 보호를 명목으로 이렇게나 외진 곳에서 자행되고 있는 일들을 그 현장의 모습과 목소리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우리의 눈 앞에서 ‘치워진 채’ 일어나고 있는 끔찍한 일들에 무서움을 느꼈고, 앞으로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잘 드러나지 않을 수 있는 일들에 주의를 기울이고 연대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키마: 외국인보호소에 대해 잘 몰랐는데 세미나와 버찾폐에 참여하며 많이 배우고 많이 놀랐다. 경찰들이 엄청 많았고 현장이 정말 가깝게 느껴졌다. 날씨가 더웠지만 함께 모인 사람들의 열기가 더욱 뜨거웠고, 그만큼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1]  이은기, “외국인보호소 CCTV에 잡힌 ‘새우꺾기’, 무슨 일 있었나”, 시사IN, 2021.11.1.,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5891.

[2] 박이랑, “외국인보호소의 기만적인 ‘보호’ 일시해제”, 노동자연대(448호), 2023.1.6.,

https://wspaper.org/article/28800.

[3] 박주연. "네 '이웃'을 가두거나 쫓아내지 말라". 일다, 2023.02.24., https://www.ildaro.com/9570.

[4] 위의 글.


참고문헌

- 이은기, “외국인보호소 CCTV에 잡힌 ‘새우꺾기’, 무슨 일 있었나”, 시사IN, 2021.11.1.,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5891.

- 박이랑, “외국인보호소의 기만적인 ‘보호’ 일시해제”, 노동자연대(448호), 2023.1.6.,

https://wspaper.org/article/28800.

- 박주연. "네 '이웃'을 가두거나 쫓아내지 말라". 일다, 2023.02.24., https://www.ildaro.com/9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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