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블루제이스 홈에서 CHOO CHOO를 외치다
2011년 추신수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에서 뛰고 있었고 타율도 제법 높았다. 그리고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클리블랜드 인디언의 경기가 로저스 스타디움에서 그 해 열린 것이다.
그래서 나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다른 한국인 유학생들과 오직 추신수를 위해 경기를 보러 갔다. 당시 경기장 근처에는 한국 야구장보다 암표상이 더 많았는데 그래서 싼 가격에 1층에서 경기를 볼 수 있었다. 물론 아주 가까운 1층은 아니고.
솔직히 캐나다 야구 관중 문화는 한국에 비하면 정말 재미없다. 애초에 캐나다는 야구보단 하키가 더 인기가 많고. 우리와 비슷한 게 있다면 파도타기 정도? 치어리딩도 없고 타선에 타자가 들어서면 목이 터져라 부르는 응원가도 없다.
그래도 나는 마냥 좋았다. 추신수가 타석에 들어서면 목청껏 "CHOOOOOOOO!!! CHOOOOOOO!!!!" 하고 소리를 질러댔다. 그러나 여기서 꼭 기억해야 할 점. 지금 내가 있는 곳은 토론토 블루제이스 홈구장. 다른 말로 하면 적진 한가운데서 적팀 응원하는 꼴.
결국 앞의 한 블루제이스 팬이 뒤를 돌아보았다. 그와 눈이 마주치자 나는 오히려 당당하게
Sorry, We are Koreans!
하고 외쳤다. 그러자 그는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날 추신수의 방망이는 불을 뿜지 못했다. 그래도 타석에는 계속 들어섰다. 그가 들어설 때마다 나의 입도 가만있지 않았다.
CHOOOOOOOOOOOOOOOOOOOOOOO! CHOOOOOOOOOOOOOOOOOOO!
결국 또 다른 블루제이스 팬이 내게 하지 말라고 고개를 도리도리 했다. 하필 블루제이스가 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아까 뒤를 돌아봤던 블루제이스 팬이
쟤네 추신수 코리안 팬클럽이야. 그냥 내버려 둬.
라고 오히려 우리 편을 들어주었다. 이번에는 내가 그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나중에 그 팬은 내가 "CHOOOOOOOO!" 하면 "BOOOOOOOOO!"하고 장난도 쳤다. 그러면 나도 그도 낄낄 웃었다.
블루제이스의 패색이 짙어지자 그 팬과 동료 삼인방은 먼저 경기장을 뜨는 것을 결심한 듯 보였다. 그들은 자리를 떠나며 내게 악수를 청했다. 악수를 하고 또 내게 따봉을 잊지 않았다. 그러면서 묻는 말,
너 근데 추신수랑 개인 적으로 아는 사이니? Are you related to him?
'Are you related to'는 직역하면 '관계가 어떻게 되냐'라고 볼 수 있는데 넓게 보면 이웃이나 개인적인 친분, 좁게 보면 연인이나 혈연관계까지 내포하는 의미다. 나의 극성맞은 응원에 내가 추신수랑 개인적인 친분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모양.
아이고 이 사람아! 한국에선 다 이렇게 응원한다!
블루제이스 관중 썰 하나
경기 중에 같은 블루제이스 팬들끼리 싸움이 났다. 파이터들은 무려 백발의 할아버지와 젊은이. 젊은이는 2층 백발 할아버지는 1층. 노인공경 사 상따 윈 없는 서구권 답게 젊은이는 할아버지에게 욕을 퍼부어댔고 할아버지도 지지 않고 젊은이에게 욕으로 맞섰다. 할아버지는 그에게 "Get Down! Get Down!" 하며 내려오라고 소리쳤다. 1층 주변 관중들도 젊은이에게 "Jump! Jump!" 하며 도발했다. 아무래도 젊은이가 처음부터 잘못했던 모양. 젊은이는 당연히 점프하지 못했고, 할아버지는 '어쩌라고'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