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EBS 다큐멘터리를 한편 봤다.
세 편 짜리라서 며칠간 끊어보긴 했는데 다 봤다. 한 해만 야구 선수들이 1000명씩 쏟아진다는데 프로로 데뷔하는 선수는 몇 안되니 나머지 선수들은 다 어디로 갔느냐는 물음에서 다큐멘터리는 시작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고등학교 야구부 선수들을 다뤘지만 내가 졸업한 대학교도 제법 유명한 야구 명문대였다. 뭐 워낙 스포츠 쪽으로 유명한 학교였다. 나도 한때는 야구를 굉장히 좋아했고 그래서 처음에 대학에 합격했을 때는 내가 좋아했던 한화 이글스의 한상훈 선수와 동문이 된다는 게 기뻤다. 혹시나 캠퍼스에서 볼 수 있으려나 하는 상상도 해봤다. 지금 생각하면 우습다. 학번 차이가 얼만데.
그라운드에서 맨날 기도해서 한때 별명이 한화예수였던 한상훈 선수. 지금은 은퇴해서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박현준 선수는 승부조작으로 훅 갔다. 별명은 개장수였지.
그리고 올해 DC Inside에 등판해 무지막지한 썰을 풀고 갔다.
손정욱. 이 선수는 내가 학교에서 유일하게 본 내가 아는 프로야구 선수다. 학교 근처에서 알바하던 시절, NC 지명을 받았다는 뉴스를 읽은 바로 그 날 그가 우리 가게에 무언가를 사러 왔다. 평소 그를 알고 지내던 가게 사장님이 먼저 축하 인사를 건넸고 그는 약간 별거 아니라는 듯 "감사합니다"하고 답했다. 그 또래 남성 특유의 수줍음의 표현일 수도 있었고.
나는 그를 알기는 알았지만 팬은 아니어서 그냥 '그래도 학교 다닌 덕을 보긴 보는구나' 하고 말았다.
근황은 입대했다는 듯.
그 외에는 07학번 오빠가 학교 식당에서 홍성흔을 보았다고 했지만 나는 본 적이 없고, 친한 동생의 남자 친구가 야구부여서 한 번 인사를 한 적은 있었다. 졸업 후 프로로 데뷔했다고 했는데 이때는 둘이 헤어진 뒤라 차마 이름을 못 물어봤다. 훈련 때문에 까까머리에 온통 타서 까맣고 밤톨 같은 인상이었는데.
아! 야구 선수는 아니지만 내가 한 번 소녀팬 모드가 될 뻔한 선수가 있다!
바로 핸드볼 윤경신 선수. 독일 핸드볼 최다 득점왕, 통산 최다 득점에 빛나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선수.
학생회관 식당에서 밥을 먹고 뉘엿뉘엿 나오다가 키가 커다란 남자를 본 날이었다. 어딘지 모르게 낯이 익었는데 그가 다 지나가고 나서야 떠올랐다. 그가 전설적 핸드볼 스타 윤경신 선수였음을. 그 자리에서 알아봤으면 사진도 찍고 싸인도 받고 바로 소녀팬 모드로 돌변했을 텐데.
지금은 선수생활 은퇴하고 국내 핸드볼팀 감독 생활 중이다.
EBS 다큐멘터리는 각자의 사정으로 인해 고등학교 야구선수 생활을 끝으로 새로운 길을 택한 전직 선수들의 모습들을 소개했다. 이들의 새 출발과 그리고 나의 새 출발(ㅠㅠ)을 응원한다. 그리고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나의 포스팅에 등장당하신 전,현직 선수님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