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해
몇 번 비트코인에 대해 설명 할 일이 있었다.
내가 처음 그들에게 비트코인을 소개한 내용은 이랬다.
"비트코인은 2008년 미국이 글로벌 경제 위기를 겪고 난 후 더 이상 정부와 은행에 속지 말자는 의미를 가지고 태어난 디지털 화폐입니다"
"글로벌 경제 위기는 미국 은행들의 탐욕에 의해 발생한 사태인데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았죠. 성실하게 열심히 일해서 은행에 저축한 사람들이 돈을 날렸고, 실업자가 됐는데 미국 정부는 은행의 빚을 또 국민 돈이 세금으로 다 갚아줬어요. 그리고 은행가들은 그 해 연말에 성과급 파티를 벌였답니다"
"그래서 나온 암호 화폐가 비트코인입니다. 중앙 정부, 중앙은행의 통제를 벗어나서 오롯이 민간에서, 국민들이 스스로 시장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어요"
"중앙의 통제가 없는 대신 거래 내역 원장을 모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시스템을 모두 만들어 사기 피해를 방지했고요, 한 사람이 비트코인을 독차지하는 쏠림현상을 막기 위한 방지 시스템까지 탄생 시부터 갖춰져 있답니다. 전체 공급량도 한정돼있어요"
내가 실제로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기술에 매력을 느껴 공부하고 사모으기 시작했던 이유를 최대한 쉽게 설명하면 다들 심드렁했다.
나는 그들에게 약장수였다.
그러다 최근, 그들의 관심을 얻는 방법을 드디어 알게 됐다.
"비트코인 시총 377조요"
(2020년 11월 20일 기준. 달러화 3,380억 달러)
그러면 다들 눈을 반짝였다.
문득 떠오른 어린 왕자의 한 구절
만약 어른들에게
"창가에는 제라늄 꽃이 피어 있고, 지붕에는 비둘기들이 놀고 있는 아름다운 분홍빛의 벽돌집을 보았어요"라고 말하면
그들은 그 집이 어떤 집인지 관심도 갖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에게 "몇 십만 프랑짜리, 몇 평의 집을 보았어요"라고 말한다면
"아, 참 좋은 집이구나!" 하고 감탄하며 소리친다.
*참고
내가 그들에게 비트코인을 떠들고 다닌 게 올해 9월 말부터였다. 올 9월 말 비트코인 가격은 1,186만 원 정도였다. 지금은 2,000만 원 정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