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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Yonu Apr 07. 2024

코타키나발루 사바 주립 박물관


어딜 가든 박물관을 방문하기 좋아하기 때문에 코타키나발루 사바 주립 박물관을 향했다. 참고로 사바는 주이고, 코타키나발루는 사바 주의 수도다. 한국으로 치면 경기도 수원시쯤 되겠다. 역시 박물관 관람은 한국인에게 큰 인기가 없는지 싱가포르 여행 당시 싱가포르 박물관에서 내가 유일한 한국인이었던 것처럼 투어를 끼고 온 중국인들이 주를 이뤘다. 서양인들도 조금. 



살짝 놀란 것은 입장 가격이었는데 15링깃에, 카드를 받지 않았다. 현금은 분실 시 위험도 있고 여행 후 현금이 남으면 환전하러 은행까지 가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있어 개인적으로 여행지에서 현금을 많이 가지고 다니는 편이 아닌데 수중에 링깃화가 있어 다행이었다. (참고로 여행특화 카드인 트래블월렛 카드를 매우 쏠쏠하게 사용하고 있다) 다만 주립 박물관에서 카드를 받지 않는다는 점은 좀 놀라웠다. 물론 15링깃에 사바 박물관을 포함해 2군데를 더 방문할 수는 있다. 만약 모두 방문한다면 딱히 비싼 가격도 아닐 것이다. 



박물관에 입장하면 미국 자연사박물관처럼 거대한 고래 뼈를 마주할 수 있다. 총길이는 18.6m로 사바에서 발견됐고 말레이시아에서 발견된 고래 중 가장 큰 고래라고 한다. 



이렇게 2층에서 보면 그 크기가 체감이 된다. 발굴 당시 총알도 3개 정도 발견됐다고 하는데 고래 사냥도 이겨낸 강인한 고래다. 



사바섬 원주민들의 전통의상, 전통악기, 결혼 문화 등이 소개돼 있다. 신기한 점은 사바섬 원주민들도 결혼할 때는 마치 면사포처럼 신부의 얼굴을 가렸다는데 신부 얼굴 가리기 문화는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도 비슷하게 행해진 모양이다. 서구에는 아예 결혼식 전에 신랑이 신부의 얼굴을 보면 액운이 낀다는 미신도 있으니.

입식 문화가 아닌 좌식 문화도 역시 아시아 공통인가 싶었다. 

또 자녀가 없이 죽은 부부에 대해서는 아이모 양의 조각상을 세워준다는 문화는 특이했다. 다만 남편이 죽을 경우 부부의 재산은 아내가 아니라 남편 가족들에게로 귀속됐다고 한다. 코로 부는 피리는 사바섬 원주민들의 전통악기 중 하나인데 재미나보여 찍었다. 고수는 코로 피리를 분다.

 


무역도 이뤄져 중국에서 수입된 거대한 쌀통과 물통도 볼 수 있었다. 



이건 처음에 용도가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관이었다고 한다. 나무 관에 정성스럽게 문양을 새겨놓은 모습은 우리의 장례 문화와 달라 흥미로웠다. 



또 신기한 문화는 '헤드헌팅' 즉 '머리 자르기' 문화였는데 자른 머리를 가족 대대로 물려받기도 하고 머리를 옮기는 날에는 축제 비슷하게 큰 행사도 열었다고 한다. 조금 무서웠다. 



당시 사용했던 석기들이 전시돼 있고 직접 만져볼 수도 있는데 그냥 개울가에서 보이는 돌 같아 별생각 없이 들어보았다가 의외로 꽤 날카로워 놀랐다. 박물관에서 체험 중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문구를 괜히 걸어둔 게 아니다 싶었다. 



일본에 대한 역사는 동남아 어디를 가든 찾아볼 수 있는 것 같다. 대일본제국 시절 영토가 로마 제국 영토에 버금갔다고 하니, 사바섬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일본의 지배를 받았다. 2차 전쟁이 끝나고 독립됐으나 곧 영국령이 되었다가 영국과의 합의를 통해 완전한 독립을 이뤘단다. 그래서 사바에서 사용되는 영어는 우리에게 익숙한 미국식이 아닌 영국식 영어다. 물론 영어 거의 안쓴다. 말레이어와 중국어가 주고, 관광지에서는 현란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말레이인들을 만날 수 있다. 




사바 주립 박물관 투어를 끝내고 박물관 기념품숍에 갔는데 이때 기념품을 사지 않았던 것이 조금 아쉽다. 사실 같은 기념품들을 코타키나발루 다른 시장에서도 찾을 수 있을 줄로 생각하고 돈을 아끼려다 그만 놓치고 말았다. 기억에 남는 기념품으로는 영국령 사바에서 발행된 우표 모음이 있다. 코타키나발루가 마땅한 기념품도 없고 시장에서 파는 자석도 조악한 편이라 보통 먹을 것을 많이 사서 귀국하던데 조금 더 역사적이 기념품을 원한다면 박물관 기념품숍을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아, 당연히 알겠지만 기념품은 공항에서 사는게 제일 비싸다. 공예품이라던지 작은 자석이라도 핸디크래프트 마켓에서 사는 것을 추천한다. 거기서도 나름 바가지 요금이라 흥정이 필수라지만 똑같은 자석인데 핸디크래프트 마켓에서는 5링깃에 파는 걸 공항에서는 12.5링깃에 팔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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