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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Yonu Apr 07. 2024

코타키나발루식 '해병대 택시'를 탔다

그랩 안에서 각군의 군사력에 대해 논하다


사실 '해병대 택시'라고 하는 표현이 올바른가에 대해서는 조금 조심스럽다. 내가 묘사하고자 하는 것은 한국에서 해병대, 혹은 본인이 전역한 부대 마크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는 택시다. 이런 분들의 택시를 타서 군생활에 대해 여쭤보면 그분들이 직접 겪은 재미난 군생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나는 좋아하는 편이다. 


대학생 때는 해병대 마크를 붙이신 분의 택시를 탔다가 월남에 참전하셨던 이야기까지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당시 그분은 통역병이셨어서 영어도 굉장히 잘하셨다. 


예시. 출처=네이버쇼핑 은성앤




동남아시아를 여행할 때는 택시보다는 그랩이다. 



그랩은 동남아의 우버로, 이제는 여행의 필수 어플로 자리 잡았다. 이날도 그랩을 잡아타고 이동 중이었다. 그런데 차에 Sniper, Sky Diving 등의 스티커가 자리를 하고 있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그랩 기사님께 혹시 군인 출신이시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랩 기사님은 맞다고 하면서 20년간 말레이시아 군에서 복무했다고 하셨다. 특수부대 출신으로 퇴역 후 연금으로 생활하며 짬짬이 그랩 운전을 하고 계신 거였다. 


"레바논 파병도 다녀왔어요. 여기서 슈웅, 저기서 슈웅, 아주 위험했어요" 


나는 말레이시아군이 해외 파병을 하는 줄도 몰랐는데 기사님은 레바논에 1년간 파병을 다녀오신 적이 있다며 영어가 완벽지 않아 의성어까지 동원해 당시 상황을 설명해 주셨다. 


군 출신이셔서 그런지 한국의 군사력을 알고 계셨고 칭찬 세례를 퍼부으셨다. 한국은 군사력으로 세계 탑 5에 드는데 말레이시아는 저~ 밑에 있다며 아쉬워하셨다. 한국이 징병제 국가인건 모르셨는지 BTS도 군대 간다니까 깜짝 놀라셨다. 


내가 코타키나발루가 너무 좋다고 이야기하자 기사님은 코타키나발루는 쿠알라룸프르와 다르게 중국인, 말레이인이 서로 싫어하지도 않고(여기서 무려 Racist라는 단어를 사용하셨다) 코타키나발루 무슬림들도 자유롭게 술 마시고 싶으면 마시고 즐기면서 산다고 하셨다. 종교 간에 서로 싸우지도 않고. 실제로 나는 말레이 시아하면 무슬림을 먼저 떠올렸는데 그랩 기사님 중 교회에 다니는 분도 만나봤다. 그리고 불교도인 사장님 밑에서 일하는 무슬림 직원도 봤다. 


서로 심지어 바다까지 끼고 이만큼 떨어져 있으니 문화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축구도 좋아하시는지 "박지성, 손흥민, 풋볼(영국식 영어) 굿!"이라며 연신 치켜세우셨다. 덤으로 한국 남자들은 왜 그리 잘생겼냐는 질문까지. 그래서 그 사람들은 연예인이라 그렇고, 한국도 남자건 여자건 다 차이가 있다고 설명드렸다. 일단 나부터 한국인 여성이지만 말레이 사람들이 보는 연예인급 외모가 '전혀' 아니기에.  

"박지성, 손흥민, 풋볼(영국식 영어) 굿!"

재미난 드라이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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