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오래된 여행 노트 속 기록된 날들을 꺼내본다. 30대 초반의 내가 20대 초반의 나를 만난다. 마치 10년 동안 못 본 동창에게 어색한 인사하는 기분이다. 삶에 찌들어버린 서른두 살의 내가 보기엔 그 친구는 참 발랄하고 철이 없었다. 하지만 자신을 사랑했고, 여행과 자유를 즐긴 모험가였다.
9년 전 나는 아무런 준비 없이 인도로 향했다. 한 권의 책을 읽고 비행기표를 예약했고, 배낭가방에 가이드북, 카메라, 노트 한 권 그리고 500달러를 넣었다. 그게 내가 가지고 떠난 전부였다. 여행 친구를 구하고자 페이스북에 글을 하나 올렸으나 반응이 없었다. 그래서 혼자 떠났다. 지금은 머리가 커서 그럴 용기가 없는데 9년 전 나는 그럴 용기가 있었다. 그때만 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치기 어린 시절이었다. 순정만화 보는 고등학생 감성 그대로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모든 곳이 새로웠고 또 불안했다. 그 순간이 참 좋았다.
서른 초반의 나는 그때를 추억하기 위해 글을 쓴다.
글을 쓰면서 무슨 생각이 더 생각날지 모르겠으나 일단 써보기로 했다.
나를 위한 글이되, 읽는 당신도 함께 즐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