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모유수유

아이에게 모유를 주는 일

by 요니

아침에 일어나는 건 늘 아이가 먼저다. 침대에 발을 팡팡 차거나 옹알거려 항상 나를 깨운다. 그럼 나는 눈을 비비고 일어나 아이에게 잘 잤냐고 인사 후 거실에 놓여 있던 수유패드를 침대로 들고 와 아이에게 젖을 물린다. 기다렸다는 듯 아이는 가슴에 입을 가져다 댄다. 예전처럼 손으로 젖을 물려주지 않아도 잘 찾아서 먹는 아이가 대견하다.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내가 아이에게 모유를 주고 있다는 게 신기하다.


출산하기 전에는 아이를 어떻게 먹여야 할지 별 생각이 없었다. 엄마가 될 준비조차 몸도 마음도 되지 않았고, 낳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이 꽉 찼다. 젖을 잘 물면 모유를 주고, 그게 아니면 분유를 주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요즘은 모유만큼 분유도 영양소가 풍부하니 오히려 분유를 주는 게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출산 후 병실로 돌아오자 간호사가 수유콜을 받겠냐고 대뜸 물었고 나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런데 젖은 어떻게 물리는 걸까? 가면 가르쳐주려나? 걱정스럽고 긴장됐다. 몇 시간 후 전화를 받고 수유실로 가니 간호사가 플라스틱 침대를 끌고 내가 앉은 소파로 왔다. 침대 중앙에는 속싸개로 꽁꽁 쌓인 아이가 눈을 뜨지도 못한 채 입을 우물거리고 있었다. 간호사가 “아직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뱃속에서 받은 영양분이 있어 배고프진 않을 테니, 연습한다는 느낌으로 해보세요.”라며 간단히 수유 자세를 알려준 뒤 떠났다. 나는 팔뚝만 한 아이를 엉거주춤 가슴에 안고 간호사가 알려준 대로 젖을 아이의 입에 가져다 댔다. 아이 입에 내 유두는 너무 커 보였다. 가슴을 잡아 입에 가져다 물렸지만 자꾸 내 유두는 입에서 빠졌다. 한겨울인데도 등에서 자꾸 땀이 났다. 결국 시간이 한참 흘러 간호사를 다시 부르니 “유두보호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겠네요. 빨기 어려운 모양인데, 그래도 아이가 열심히 빨려고 하네요.”라고 말했다. 다음번 수유콜에는 약국에서 산 유두보호기를 꼈지만 여전히 잘 먹이지는 못했다.


이틀 뒤 퇴원을 하고 조리원으로 가니 유축기가 방 안에 놓여 있었다. 노란색 유축기 옆에는 깔때기와 빈 젖병이 있었다. 방 안을 안내해 주던 직원은 마지막에 소파에 앉아 유축기 사용법을 자세히 설명해 줬고 초유가 곧 나올 테니 나오면 병에 모아 복도 선반에 놓아두면 된다고 했다. 병원에서 젖을 물리는 게 쉽지 않다는 걸 깨달은 나는 결국 초유만 유축해서 먹이는 게 낫겠다 싶었다. 조리원에서 밥과 간식을 먹고 쉬는 일 외에는 딱히 일이 없었으므로 부지런히 유축을 했다. 유축하지 않으면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계속 가슴에서 모유가 새기도 했으니 나를 위한 일이기도 했다. 중간에 아이가 황달 수치가 높아 병원에 입원을 할 때는 울면서 유축을 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하면 큰일은 아니었지만 냉동실에 유축한 모유 팩이 쌓인 걸 볼 때마다 마음이 안 좋았었다. 냉동실 안이 온통 모유 팩으로 가득 채워질 때쯤 아이가 무사히 돌아왔고, 곧 집에 가야 할 시간이었다.


초유도 줄 만큼은 줬다, 이제는 다 했다 싶었다. 그런데 어쩐지 나는 아이에게 모유를 먹이고 싶다는 마음이 스멀스멀 기어 나왔다. 잠깐이었지만 병원에서 아이를 안고 모유를 먹이는 장면이 떠나지 않았다. 눈을 감고 입을 열심히 오물거리는 모습이. 결국 집에 돌아온 나는 사놓은 유두보호기로 수유를 시작했다. 2주 동안 분유를 잘 먹고 자란 아이라 모유 양이 따라가지 않는 듯 보였고 수유 자세는 여전히 어려웠다. 주고는 싶었지만 역시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가득 찰 때까지 일주일이 걸렸고, 결국 그만두기로 결심했을 때 미리 예약해 둔 모유 수유 전문가가 방문했다. (나라에서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 중 하나로, 출산 전에 별 뜻 없이 예약해 놓은 것이었다.) 모유 수유 전문가는 아이와 내 가슴을 보며, “충분히 직수가 가능하겠는데요?”라고 말했다. 소파에 앉아 자세와 아이의 위치를 알려주고 젖을 물리자 아이가 덥석 물며 힘차게 빨기 시작했다.




아이가 젖을 물다 말고 내 얼굴을 물끄러미 본다. 맑은 눈동자에 내 얼굴이 비친다. 나는 왜 그러냐며 아이를 보며 싱긋 웃는다. 아이는 손을 들어 내 뺨을 어루만진다. 작은 손에서 온기가 느껴진다.


5개월이 넘은 지금도 나는 계속 모유를 주고 있다. 분유도 함께 줘서 크게 모유 양에 부담을 느끼지 않고, 식단 역시 크게 신경 쓰지는 않는다. 가끔 혼합 수유는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 단점만 모아 놓아 추천하지 않는다는 글을 보지만 지금까지 큰 불편한 점은 없다. 아이 역시 아프지도 않고 평균에 비해 몸무게가 나가는 편이라 괜찮아 보인다.


처음부터 모유 수유를 고집한 것도 아니고, 중간에 여러 번 그만두고 싶었으면서 나는 왜 지금까지 모유를 먹였을까. 의무감 때문은 아니다. 분유통에 적힌 ‘모유가 아기에게 가장 좋은 식품입니다.’라는 문구에 고개를 끄덕이지만 요즘 분유도 얼마나 좋은지 잘 안다. 결국 한참을 생각해 봐도 젖을 무는 아이의 모습이 사랑스럽기 때문이라는 이유밖에 없다. 그 모습이 좋아서, 오래 보고 싶어서 나는 여전히 모유를 먹인다. 얼마 남지 않은 순간이기에 오래도록 지금을 곱씹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