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신교 목사가 쓴 책이다. 분량은 매우 방대하다. 무려 500페이지가 훌쩍 넘는다.
책의 배경만 놓고 보면 결코 호감이 가지 않는다. 요즘 같은 시대에 누가 개신교 목사가 쓴 두꺼운 책에 관심을 갖겠는가 싶다. 사실 한국 개신교에 반감이 큰 나 역시 이 책을 읽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이 책을 읽을 수 있었을까? 우선 저자가 철학자 출신이라는 점, 그리고 번영복음을 비판해 온 인물이라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먼저 일원동 교회의 담임목사라고 하여 예배 설교를 찾아 들었다.
들어보니 특별히 가스라이팅을 하는 듯한 느낌은 없었다. 그것은 다행이었지만, 정치적 색채가 강한 교단이라는 점이 못내 꺼림칙했다. 그래서 책의 첫 장을 펼칠 때도 어느 정도 경계심이 있었던 것 같다.
책은 기독교가 아닌 타 종교를 먼저 다룬다. 그리고 저명한 철학자들의 사상을 소개한다. 세상에 널리 퍼져 있는 여러 사상과, 각각의 사상이 말하는 ‘황금률’을 풀어 설명한다. 생각보다 꽤 흥미롭다.
다만 철학적 배경지식이 없다면 중간에 다소 지루할 수도 있고,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AI의 도움을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만큼 철학적 견문을 넓히는 데는 도움이 된다. 특히 기독교를 편협하게 믿어 온 이들에게는 균형 감각을 되찾게 하는 책이 될 수도 있겠다.
읽는 동안 타 종교와 철학을 몰상식하게 다루지 않는 목사가 한국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에 문득 놀라기도 했다. 예수의 황금률이 보편적 황금률과 어떻게 다른지를 드러내는 논거 역시 설득력이 있다. 기독교 세계관을 보다 넓게 바라보도록 돕는 힘이 느껴진다.
깊이 없이 가볍고 획일화된 설교, 혹은 만담처럼 흘러가는 설교에 지친 기독교인이라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기독교가 일반 상식에도 미치지 못하는 종교로 전락한 듯 보이는 2026년 한국의 현실이 답답하다면, 그리고 신앙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면, 이 책은 분명 하나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