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쩔 수가 없다〉

스포 있음

by 느리미

넷플릭스에 올라왔길래 눈여겨보다가 어제 드디어 시청을 했다.

한 평범한 가장의 소박하고 행복한 일상. 그러나 가장이 회사에서 잘리고 나면 평범한 가정과 소박한 행복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일을 해서 돈을 벌지 않으면 평범한 가정과 소박한 행복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재취업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집도, 자녀의 미래도, 결혼생활도 모두 끝장이다. 그 신념의 이름으로 부부는 원팀이 된다.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행한 일은 설령 살인이라 해도 상관없다.


이것이 영화 속 주인공 부부의 신념이었다. 둘의 신념은 일치하고 확고해 보인다. 영화는 세상에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당신도 그렇게 가정을 지키고 있지 않냐고.


‘나와 가정이 행복하려면 어느 누군가가 피 흘리고 희생하는 일을 막지 못한다. ‘어쩔 수가 없다’. 나쁜 행동인 건 아는데 그렇게 안 하면 내 가정이 망한다. 그렇게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않은가.’


세상에는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 정말 있을까 싶지만 존재한다. 그런 사람들은 의외로 많으며, 내가 피해자였을 수도 있고, 어쩌면 나의 무의식에도 그런 비슷한 신념이 있을 수도 있다. 세상이 불공평한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인간성을 잃고 지켜낸 주인공 가족의 모습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인간됨을 포기하고 경쟁자들을 모두 제거했을 때 주인공의 앓던 이가 빠졌던 것은, 결국 인간은 자신의 악한 본성이 원하는 목표를 이뤄내야 직성이 풀리는 존재임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 부부는 공범자로서 결혼생활을 잘 유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들이 저지른 과업은 어떤 식으로든 돌아오기 마련이다. 마지막에 주인공 만수는 정신증이 있어 보였고 매우 공허해 보였다. 그가 하는 가족 사랑은 매우 잘못된 것이었다.


이 영화는 가족 이기주의를 비판하는 내용에서 그치지 않았던 것 같다. 눈부신 기술 발전의 이면에서 인간은 가치 없는 존재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 또한 보여준다. 인간이 인간 스스로를 망쳐가며 이뤄낸 기술 발전이 과연 무슨 소용이 있을까?라는 이 무거운 질문 앞에서 인간성을 회복하려는 사회적 노력의 필요성을 폭로하는 멋진 영화이자, 충격적인 영화였다.



#넷플릭스_어쩔 수가 없다

#그릇된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