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를 정말 금지해야 할까?
작년 코로나 초기 주식 시장은 처참히 무너져 내렸었다. 코스피가 1400대 까지 내려갔었으니, valuation 고려할 때 정말 대부분 주식이 헐값이었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심하게 내려가서 두렵긴 했지만, 그동안 가격이 좀 비싸다고 생각되어 매수를 주저했던 주식들이 대폭락하여, 열심히 매수하였었고, 덕분에 오랫만에 괜찮은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작년부터 이어진 상승장에서는 사실 수익을 못 내는 것이 더 이상한 것이긴 하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수익률이 아니라 공매도이다. 작년 대폭락 때 시장 안정을 위해서 공매도가 금지되었고, 금지 기간이 끝나서 올해 다시 재개하려고 했지만 많은 투자자들이 반대하여 일단 보류되었다고 한다. 많은 투자자들 (특히 개인 투자자들) 은 공매도를 무조건 나쁘게만 생각한다. 근데 공매도가 과연 나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본주의의 꽃인 주식시장에서, 공매도는 당연히 있어야 하는 기능이다.
일단 공매도는 버블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테마주는 항상 있어왔고 개인 투자자들의 유입은 항상 사이클을 돌았었다. 작년에도 개인 투자자들이 매우 많이 유입되는 사이클에 속했고 그 덕에 테마주가 극성이다. 근데, 대부분 테마주의 재무제표를 보면 알겠지만 주식이 올라갈 이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 간혹 정말 좋은 계약을 따내거나 한 경우가 극히 드물게 있지만, 그런 경우는 1% 미만이라고 보면 된다. 대부분 테마주는 그냥 폭탄 돌리기 일 뿐이다. 매출도 낮고, 성장성도 없어 보이며 몇년간 손해를 보고 있어서 주식시장에서 퇴출될 것만 같던 회사도 테마주에 편입되는 순간 말도 안되는 valuation 으로 뛰어오른다.
특히나 요즘같이 개인투자자 위주의 장세에서는 그런 경향이 더 짙어진다. 이런 경우, 공매도는 버블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개미들은 자신이 산 주식이 끝없이 올라가길 원하겠지만, 버블이 커지고 손해액이 더 커질 뿐이다. 공매도는 말도안되는 버블을 좀 줄여주어서 테마주 폭탄 돌리기로 인한 손해를 더 줄여준다. 그냥 무작정 나쁜 것이 아니다.
개미들은 공매도를 하는 기관이나 외국인들이 돈을 쓸어담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공매도 할 수만 있으면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과연 그럴까?
공매도는 일반적인 주식을 구매한 후 올랐을 때 파는 롱 포지션에 비해 단점이 더 많다. 일단, 배당이라는 안전마진이 없어진다. 롱 포지션 전략의 경우 우량주만 골라서 장기보유해도 배당이라는 안전마진 덕에 손해율을 줄이거나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공매도는 불가능하다.
게다가 대여 수수료도 발생하고, 대여 기간도 마음대로 정하기 쉽지 않다. 즉, 주식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 중 하나인 장기투자+존버라는 전략을 쓰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배당도 없고, 수수료도 더 비싸고, 기간도 마음대로 정하기 힘들다면 수익 가능성 자체가 줄어든다. 주식은 확률게임인데, 기대값 자체가 롱 포지션보다 낮은 것이다. 즉, 공매도는 전혀 두려워 할 대상이 아니라 건강한 시장을 만들어주는 당연히 필요한 존재일 뿐이다.
최근까지 인버스 상품, 특히 곱버스 상품이 개인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었었다. 개인들이 공매도가 안되니 곱버스를 대량 매수하게 된 것이다. 근데 인버스, 특히 곱버스로 수익을 내려는 생각은 강원랜드가서 부자되겠다는 생각과 별 다를 바 없다.
인버스 상품은 선물 (future) 이기 때문에 롤오버 비용이 일반적으로 발생한다. 따라서, 시간이 지날수록 수익률은 자동으로 줄어든다. 게다가 다른 우량주 ETF 등과는 달리 배당도 없다. 수수료도 더 비싸다. 게다가 국내법 상 파생상품 계열은 세금도 비싸다. (국내주식은 시세차익이 비과세인데, 파생상품 계열은 15.4%를 기본으로 떼간다) 일단 손해 보고 시작하는 게임인 것이다.
가끔 재미삼아 곱버스 상품 주식 게시판에 들어가 보면 존버한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건 선물의 개념도 전혀 모른다는 뜻이다. 파생상품에 관한 이해도 없으면서 어떻게 이런데 몰빵할 생각을 하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작년 코로나 초기때 원유 가격이 폭락했었고, 그 때문에 원유 관련 ETN 상품들 가격이 대폭락 했었다. 많은 개미들이 원유 가격이 다시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원유 ETN을 매수하러 갔다. 나도 매수하려고 했었는데, ETN 가격이 WTI 지수를 전혀 못 따라가고 있었다. 보니까 개미들이 너무나 많은 물량을 사버려서 LP의 물량이 동이 나버려서 가격 조정 기능이 없어져 버리고, 괴리율이 어마어마하게 치솟아서 그런 것이었다. 괴리율이 50% 가 넘기도 했었다. 100원 짜리 상품을 150원 이상 주고 산다는 뜻이다. LP 물량이 동 났을 때 잠깐 개미들끼리 폭탄 돌리기 하며 가격을 비싸게 파는 케이스도 있었겠지만, LP물량이 새로 발행되면 곧 괴리율이 줄어들며 큰 손해를 보았을 것이다. 이걸 보며 세상은 넓고 바보는 많다고 느꼈었다.
선물이나 옵션의 원래 목적대로 인버스는 헷징 용도로만 소량 구매하는게 맞는 방향이다. 그것도 곱버스는 헷징으로 쓰기도 애매한 상품이며, 인버스 선물 정도만 헷징용도로 쓸 수 있을 것이다. 곱버스에 몰빵하는 것은 엄청나게 불리한 조건을 가지고, 전지전능한 미스터 마켓에게 덤비는 꼴이다. 즉, 이것은 도박하는 것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도박을 하면 참여자들은 모두 돈을 잃고 하우스나 카지노만 돈을 번다. 인버스 상품도 마찬가지다. 증권사만 돈을 버는 상품일 뿐이다. 인버충들의 결말이 참 궁금하다. 이처럼, 숏 포지션으로 수익을 내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괜히 공매도 전문 헷지펀드들이 엄청난 준비와 엄청난 돈을 들여서 공매도 리포트를 내는 것이 아니다.
나는 공매도가 꼭 필요한 것이라고 본다. 이는 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물론, 현재의 국내 공매도 제도는 문제가 있기는 하다. 기관과 외국인은 쉽게 주식대여를 한 후 공매도가 가능하지만 개인들은 그게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누구나 공매도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지 공매도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다.
공매도는 시장에 꼭 필요한 기능이다. 공매도를 때문에 투자실패했다고 하는 것은, 단지 실력과 끈기가 부족해서 투자 실패 한 것을 합리화 하고 남탓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말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