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지는 장사는 하지 맙시다
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손해(損害)는 두 가지로 해석된다.
1.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밑짐
2. 해를 입음
아마도 결혼을 하면 '손해'라는 문장에서는 두 가지 의미 모두 말이 되는 것 같이 보인다.
이제 답을 해보자.
Q. 결혼을 하면 손해 보는 쪽은 어디라고 생각하는가? 여자 쪽? 남자 쪽?
나는 미혼인 사람에게도, 기혼인 사람에게도 이 말을 들은 적이 꽤 있다. 듣자마자 하게 된 생각은 아, 이걸 손해다 아니다고 따질 수도 있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순수한 건가?
뭐 예전에도 그랬겠지만, 요즘은 진짜 서로가 손해를 안 보려고 한다. '정' '인심'이라는 시대에 맞지 않는 단어들은 잊힌 지 오래다. 각박해진 세상일 수도 있고 합리적인 세상이 된 걸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와 관계를 맺게 될 때도 별걸 다 본다. 내가 손해 보긴 싫기 때문이다. 저 사람의 학력은 어떤지, 가정환경은 어떤지, 잘 웃는 편인지, 키는 큰지, 머리숱은 많은지, 실비는 다 들어놨는지, 빚은 없는지, 재산은 얼마나 있는지, 부모가 살아는 계신지, 봉양해야 할 부모는 없는지, 자기 관리를 잘하는 사람인지, sns를 자주 하는 사람인지, 어떤 스타일 옷을 좋아하는지, 자동차는 있는지, 피부가 하얀지. 나와 비교해 더 낫거나 적어도 비슷한 사람과 관계를 맺으려고 한다. 이런 평가는 의식적으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무의식적일 수도 있다.
이런 평가들은 자기와 비교하여 이뤄지는 일종의 물물교환 시스템이다. 물론 항상 공평하진 않다. 내가 키가 작으니까 상대방은 키가 커야 하고(불공평), 내가 자기 관리에 열심히니까 상대방도 자기 관리에 열심히이면 좋겠다는 식이다. 나는 연봉이 5천이니 상대방도 그 정도면 좋겠다.
이렇게 손해를 안 볼 수 있게 머리를 열심히 굴려보니, 결혼이란 제도도 나에게 손해인지 득이 되는지 따지기 시작한다. 이 분야의 손해와 득실에는 남녀 대결 구도가 형성된다. 남자 입장에선 책임감 있게 가정을 꾸려가야 하는 신세가 되기 시작했다고 나의 자유에 '손해'가 생겼다고 한다. 여자 입장에선 애를 낳고 키우고, 집안일도 결국엔 여자가 해야 하기 때문에 '손해'라고 말한다.
손해이기 때문에 연애와 결혼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차라리 할 말이 없다. 그렇지만,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은 꼭 연애도 열심히 하고 결혼도 하더라.
왜 논리가 맞지 않느냐고, 손해가 난다고 하면서 연애와 결혼은 왜 하는 거냐고 물어보고 싶지만 차마 그런 말은 하지 않는다. 다만 속으로 생각한다. "생활을 하는 내내 자신이 손해라고 생각하는 둘이 만나서 생활을 하면 얼마나 불행할까"
왜 우리는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지 않는 걸까? 불행할 것이라고 굳게 믿으면서 결국 불행한 선택을 하는 이유는 뭘까?
나는 결정했다. 손해라고 생각하고 살 바에야 결혼을 안 할 거고, 손해라고 생각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든가 둘 중 하나를 택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