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00억이 되어도, 대표가 반드시 알아야 할 숫자

중소기업 CEO를 위한 회계와 세무의 실무이해

by 이대팔



중소기업 대표님들을 만나다 보면, 회계나 세무, 재무업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아마도 영업 출신이거나 연구·기술 쪽 배경으로 창업하신 경우가 많다 보니, 숫자와 세금은 자연스럽게 ‘멀리 있는 일’이 되어버리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이런 일들도 있었다.

어느 대표님은 매출액이 ‘부가세 포함 금액’인 줄 알고 계셨고, 어떤 분은 ‘부가가치세’라는 단어 자체를 잘 모른 채 창업을 하셨다고도 했다. 또 다른 대표님은 설립 당시 납입한 자본금 액면가 그대로 수년간 주식 양수도 거래를 하다가, 세무조사 과정에서 억대의 증여세를 납부한 사례도 있었다. 회사는 어느덧 매출 100억 원이 훌쩍 넘는 기업이 되어 있었지만, 정작 기본적인 세무 구조를 모르고 계셨던 것이다.


25년 넘게 중소·중견기업에서 회계와 세무등을 담당해 온 CFO 출신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사례를 마주할 때마다 늘 같은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알고 있었어도, 잠깐만이라도 관심을 가졌어도 충분히 피할 수 있었을 리스크인데…”


그래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 글은 회계사나 세무사처럼 이론 중심의 전문 글이 아니라, 기업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겪은 실무 중심의 재경 이야기다. 대표님들께 작은 참고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풀어본다.



회사가 커질수록, 재경팀의 역할은 무거워진다


회사가 어느 정도 성장하면 자연스럽게 효율을 높이기 위해 업무를 분장하여 팀을 구성하는 조직이 생기고, 매출이 100억 원 이상으로 커지면서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법적으로 외부회계감사를 받게 된다.


지금 당장은 비상장 중소기업이라 하더라도, 그 단계에 가까워졌거나 그 지점을 목표로 밤낮없이 뛰고 계실 대표님들이라면, 한 번쯤은 ‘재경팀이 실제로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정확히 이해해 두실 필요가 있다.

재경팀의 주요 업무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고 이는 필자의 경험이며 회사마다 업종마다 다종다양할 수 있다.


- 회계 : 재무회계, 관리회계, 원가회계, 무역회계, 건설회계, 금융회계, 연결회계, 합병회계등

- 세무 : 법인세, 부가가치세, 소득세, 주민세, 증여세, 자동차세등 지방세 등

- 자금 : 일일자금수지관리, 자금수지계획, 자금수지실적집계, 자금조달, 자금운용, 외환업무 등

- 원가 : 제조원가, 유통(상품) 원가, 용역원가등

- 기획 : 전략기획, 경영기획, 재무기획등


대기업은 회계팀, 세무팀, 자금팀, 원가팀등으로 세분화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중소기업은 현실적으로 재경팀이 회계, 자금, 인사, 총무를 모두 수행하는 멀티플레이어 조직이 일반적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중에서 대표님들이 반드시 이해하셔야 할 핵심이 바로 회계직무와 세무직무다.



회계란 무엇인가: 회사의 ‘숫자 가계부’


회계는 기업의 매출, 매입, 비용 등 모든 경영활동을 숫자로 기록하는 일이다.


한 줄로 요약하자면 “회사는 모든 것을 숫자로 기록해야 하는 조직”이라 할 수 있다.


회계는 흔히 회사의 가계부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매출이 커질수록, 거래가 복잡해질수록 데이터는 폭증하고, 이 데이터를 계정별로 정리 정돈해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드는 작업이 회계의 본질이다.


문제는 이 작업을 회사 맘대로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국가는 기업이 따라야 할 회계 기준을 정해 놓았고, 이를 ‘회계기준서’라고 부른다.

이 기준을 무시하고 허위로 처리하거나 임의로 숫자를 고치면, 뉴스에서 종종 보는 것처럼 분식회계로 형사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어느 대표님이 처음 회계 감사를 받으면서 이렇게 말씀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올해 매출은 100억입니다.”
1년 동안 발행한 매출 세금계산서가 100억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회계 기준서에 따라 결산을 하고보니 100억이 아님을 아시고는 언잖아 하시는 것이다.

수익 인식 시점, 반품, 선수금, 공사 진행률 등에 따라 매출은 얼마든지 대표님 생각과 달라질 수 다.


어떤 회사는 기말 재고를 실제 원가가 아닌 ‘고객사 판매 단가’로 기재한 경우도 있었다.

그 결과 장부상 이익은 커 보였지만, 실질적으로는 회사가 오히려 세금과 리스크를 함께 떠안는 구조가 되어버렸다. 엄밀히 말하면 분식회계에 해당한다.


필자 역시 과거 한 비상장 회사에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상사가 은행 대출연장의 목적인지 보고를 잘하려고 하는 건지 실제보다 이익이 난 것처럼 재무제표를 손보는 장면을 바로 옆에서 목격한 적이 있다.

언제든 큰 사고로 터질 수 있는 상황이었고, 결국 그 회사를 입사한 지 며칠 만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



외부감사: 회사 숫자를 ‘외부에서 검사받는’ 절차


회사가 일정 규모에 이르면, 공인회계사가 회사를 직접 방문해 회계처리가 기준에 맞게 되었는지를 검사한다. 이것이 바로 '외부회계감사' 줄여서 '외부감사'라고도 한다.

보통 한 해의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하지만, 최초 감사의 경우 2년 치 자료를 요청하기도 한다.

외부감사 시 제출하는 자료는 다음과 같다.

재무제표, 계정별 원장, 계정명세서, 회계전표와 증빙, 제조업의 경우 재고수불부 등 기본요청자료 외에 거래실질을 확인하기 위해 많은 자료를 요청한다.


외부감사 결과는 네 가지 중 하나로 나온다.

◎ 적정의견 : 충분한 감사절차를 밟아 재무제표가 회계기준에 따라 적정하게 작성됐다고 판단

◎ 한정의견 : 감사범위 제한에 따른 영향, 회계기준 위반 정도가 중요하나, 심각하지 아니한 한 경우라 판단

◎ 부적절의견 : 회계기준 위배 정도가 심각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

◎ 의견거절 : 감사범위 제한에 따른 영향이 심각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


상장사의 경우 ‘적정’이 나오지 않으면 상장폐지 심사 대상이 될 정도로 매우 중대한 문제가 된다.



‘마감’이 무너지면, 회사가 흔들린다


현업 부서에서 올라오는 자료를 재경팀이 회계 기준에 맞게 정리하는 것을 ‘기장’이라고 한다.

매출 50억 미만의 기업들은 세무법인에 기장대행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

회계 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 바로 ‘마감’이다.
마감이 무너진다는 것은, 곧 회사의 숫자가 무너진다는 뜻이다.


일반적인 회계마감 흐름은 대략 다음과 같다.

- 각 부서 자료 취합 (월말 기준 5~10일)

- 자료 적정성, 증빙 검토 및 회계 입력 (3~7일)

- 감가상각비, 충당금 등 비현금성 계정 반영

- 거래처별·계정별 오류 점검등 결산조정

- 회계전표 출력 및 재무제표등 팀장 또는 CFO 결재

- 월간 손익 보고서 작성


전사의 데이터를 취합하기 위해 재경팀 팀장급에서 이 '마감'절차를 도입하여 시행해야 자료 집계가 제대로, 제 때에 될 수 있는데 이 절차가 아직 안된다면 대표님이라도 나서서 마감체계를 만들어 주셔야 한다.

AI와 자동전표 시대가 되면서 속도는 빨라졌지만, 마감이 무너진 조직은 반드시 재무 리스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고 매월 매출과 손익실적을 가장 빨리 알고 싶은 사람은 대표님이기 때문이다.

좀 더 유식한 표현으로 하면 사내 거버넌스(Governace) 체계를 구축한다고 할 수 있겠다.



세무: 회계보다 더 무서운 ‘법률적 통제’


세무는 부가세, 법인세, 소득세, 지방세 등 기업이 부담하는 모든 세금의 영역이다.

이 중 기업에서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접하는 것이 바로 부가가치세(부가세) 다.

부가세는 면세, 영세 품목을 제외한 모든 재화와 용역 거래에 무조건 10%의 세금이 붙는다.
매출 시에는 부가세를 받아서 ‘부가세 예수금’으로 보관하고,
매입 시에는 부가세를 지급하여 ‘부가세 대급금’이 된다.
그리고 이 두 금액의 차이를 매 분기 (또는 반기나 매월) 신고·납부한다.

부가세는 단순하지만, 기한을 어기면 즉시 가산세가 붙는 무서운 세금이다.
필자가 사원때처럼 세무서 찾아가서 사정한다고 해결되는 시대는 끝났다.
지금은 온라인 시스템이 1분의 지각도 가산세로 처리한다.


법인세 신고 과정에서는 회계 기준과 세법 기준의 차이를 조정하는 ‘세무조정’ 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이 모든 기반 자료가 결국 세무조사 시 그대로 제출된다.

세무조사는 통상 과거 5년, 길게는 10년까지 조사한다.
그래서 회계 자료등 회사의 자료는 반드시 10년 이상 보관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마치며: 대표님은 숫자를 몰라도 되지만, 무시하면 안 된다


대표님이 회계나 세무의 모든 실무를 직접 다 아실 필요까지는 없다.

이것 아니어도 영업, 국내외 시장동향, 고객사응대, 자금충당, 기술, 제품사양 업그레이드, 자재물색, C/S등 신경쓰시고 챙길 것이 수두룩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숫자를 모른 채 회사를 운영하는 것과, 알고 맡기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회계와 세무는 회사를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방어선이다.
이 방어선이 무너지는 순간, 그동안 쌓아온 매출, 고객, 조직, 브랜드는 한 번에 흔들릴 수 있다.

이것은 비상장사나 상장사나 모두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이 글이 중소기업 대표님들께 숫자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작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