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맛을 찾아서
국순당에서 운영하는 우리술아름터라는 곳이 있다. 2016년에 아내와 함께 막걸리 빚는 법을 배우러 웹사이트(www.woorisooledu.com)에서 신청 후 교육장을 찾아갔다. 당시에는 신도주라는 술을 빚는 과정이었다. 추석에 사용할 차례주를 빚어보는 과정이었다.
우리 술에 관한 강의를 시작으로 실제 술을 빚는 실습까지 이뤄지는 과정이었다. 제법 많은 사람이 참석했고 우리 술 역사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이론 강의를 마친 후 실습장으로 이동했다. 재료가 미리 세팅되어 있었고, 강사의 시범을 따라 하며 술을 빚었다. 신도주라 햅쌀로 찐 고두밥이 미리 준비되어 있었고, 누룩과 물 그리고 플라스틱으로 된 술통이 있었다. 교육을 받은 후 자신이 직접 빚은 술을 가져가는 프로그램이었다. 실습장에 모든 것이 준비가 되어 있어서 술을 빚는 데에 어려움은 없었다. 국순당에서 생산하는 막걸리를 좋아해서 강사에게 누룩을 구매할 수 없냐고 물었는데, 판매할 만큼 누룩이 충분하지 않다는 답변을 들었다. 집으로 가져간 신도주는 발효 과정을 거쳐 맛있는 술로 거듭났다.
강사의 이야기 중 동동주에 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술을 빚는 과정 중에 거품이 보글보글 올라오는 시기가 지나면 밥알이 동동 떠다니는 시기가 있다. 그땐 이미 물이 알코올로 변한 상태인데, 그 상태를 동동주라 부른다. 숙성이 되지 않은 상태라 조금만 마셔도 금방 취할 수 있다고 한다. 맛도 그리 좋지 않은 상태이다. 시중에 동동주라는 이름을 가진 대부분의 술은 막걸리라고 보면 된다. 막걸리 체험을 통해서 빚은 술은 세 가지 정도로 분류한다. 윗부분의 맑은 부분을 약주 또는 청주라고 부르고, 아래쪽에 가라앉은 부분을 원주라고 부른다. 물을 부어 거른 술을 막걸리라고 하는데, 원주와 막걸리는 탁주라고 부른다.
처음으로 빚은 술의 맛은 정말 일품이었다. 정성스레 빚은 이유인지 누룩이 좋아서 그런 건지 맛이 좋았다. 호기심이 충만할 때 몰입하는 것을 좋아하는지라 조금 다른 재료를 사용해서 막걸리 빚기를 여러 번 시도했다.
시장에서 누룩을 구매했다. 생각보다 딱딱한 누룩을 잘게 부수느라 꽤나 힘이 들어갔다.
한 번은 고두밥과 밀을 섞어서 빚어보기도 했고, 단호박을 넣어 빚어보기도 했다.
쌀과 밀로 빚은 술의 색과 단호박을 넣어 빚은 술의 색이 확연하게 달랐다.
담그는 시기에 따라서 누룩을 섞은 고두밥이 가라앉는 정도가 다르다.
단호박을 넣어 빚은 술은 색상이 노랗게 나왔다.
청주와 원주 그리고 막걸리를 나누어 담았다. 냉장고에 두고 시원해진 다음에 마셔봤는데, 강의장에서 빚은 술이 가장 맛이 좋았고, 같은 방법으로 만들었던 막걸리가 비슷한 맛을 냈다. 단호박이나 밀을 넣어 만든 술은 생각보다 맛이 좋지 않았다. 나중에는 항아리를 하나 구매해서 술을 빚기도 했다.
항아리를 구매한 후 신도주, 단호박막걸리, 고구마막걸리, 밀과 섞은 막걸리, 고두밥 대신 백설기로 만든 막걸리 등 몇 가지 방법을 시도한 후 직접 빚어 만드는 막걸리에 흥미를 잃었다. 대신 전국의 맛있는 막걸리를 찾아 마시는 걸 즐기고 있다. 운동 후에는 단연코 청량감이 느껴지는 막걸리가 최고이고, 맛있는 음식과 함께 마실 땐 약주가 좋다. 가끔 독한 술을 마시고 싶을 땐 막걸리를 증류한 소주를 찾는다. 쌀과 누룩 그리고 물만으로 이렇게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8년 정도가 지난 요즘엔 막걸리를 빚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지만, 언젠가 좋은 누룩을 만나게 되면 감미로운 막걸리를 다시 빚어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