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너에게

길은 우리가 걸었기에 만들어지는 것이다.

by 유강

반가워, 잘 지내고 있니?


난 너에게 가는 중인 '과거'야.


이 편지를 읽을 때쯤이면 우리의 안식년도 마지막 달을 보내고 있겠네.


지금의 노력이 운에 닿았다면 서른아홉, 착실히 쌓였다면 마흔 살.


여름의 끝자락에서 제법 선선해진 저녁바람을 맞으며, 익숙해진 방에서 지난 날을 그리워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난 너에게 궁금한 게 너무도 많아.


지인들의 불어 농담을 웃어넘길 만큼 귀가 트였을까?


너를 위한 옷을 세상에 보여 줄 생각에 아직도 심장이 뛰니?


나는 내가 정말 패션 공부를 즐길 수 있을 지 알아보기 위해 2주간 썸머클래스 수업을 들었어.


그리고 그 끝에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마음을 확인했지.


그 다음엔 내 이야기를 제대로 '판매'해보기 위해 필명을 정하고, 출판사도 차렸어.


지금은 내가 안식년을 준비하는 과정을 기록해서 브런치 공모전에 도전해보려고 해.


이 다음엔 뭘 해야 할지 아직은 모르겠어.


유학 비용을 마련하고, 다시 돌아올 돈도 준비해야 해서 아마 돈 버는 일로 바쁘겠지.


사실 잘 지내고 있는데 괜한 도전으로 인생의 하단이 뚫려버릴까 걱정되서, 포기할까 생각도 많이 들어.


내가 그만둔다고 비난할 만큼 내 이야기를 아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아니고, 지금의 생활이 권태로운 것 말고는 나쁘지 않거든.


그럼에도 다시 안식년을 바라보고 나아갈 용기를 얻는 건, 너에게 닿을 미래를 믿고 있기 때문이야.


꿈을 품고 살아가고 있는 이 순간들이 너무나 소중하고, 그 과정 자체가 나를 살아있게 하니까.


파리에서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한 것 투성이지만, 그래도 너의 눈빛은 지금의 나보다 훨씬 더 깊고 빛나리라 믿어.


적응하느라 고생도 많이 하고, 서러울 때도 많았을 거야.


하지만 그 모든 경험이 너를 더 지혜롭고 따듯한 사람으로 만들어줬기를 바라.


네가 있는 곳의 나는 만족하고 있을까?


아마 완벽히 만족하는 일은 없겠지.


그러나 과거의 나는 온 힘을 다해, 미래의 너에게 다가가고 있어.


지금의 내가 미래의 너에게 바라는 건 하나야,


너에게 닿는 순간까지의 수많은 갈등과 선택의 흔적들이 개성과 지혜의 깊은 결로 마음에 새겨져 있기를 바라.


사실 나는 네가 무엇을 이루었는지보다, 무엇을 지켜냈는지가 더 궁금해.


프랑스라는 낯선 곳에서도 끝까지 지켜낸 것은 아마 우리의 삶 깊숙이 새겨진 소중한 것일 테니까.


혹시나 제법 자랑할 만한 이야깃거리가 많이 생겨도, 실패 이야기를 잊지 말아 줘.


그래야 내 이야기를 통해 다른 누군가가 “나도 해볼 수 있겠구나” 하고 용기를 낼 테니까.


물론 그 용기를 내는 첫 번째 사람은 '미래의 나' 일 거야.


끝으로, 성공이든 실패든 모두 소중한 경험이니, 부디 하나하나 소중히 꿰매고 다려서 우리만의 옷으로 만들어 입어 줘.


그 끝에 나온 옷은 앞으로 우리의 마음을 지켜주는 데 꼭 필요한 옷이 되어줄 테니까.


지금 여기 조금 과한 카페인과 두려움이 가득한 설렘, 약간의 통장 잔고로 버티는 서른여섯이 너를 끝까지 응원하고 있었다는 걸 잊지 말고.


2025년 9월의 유강이, '미래의 나'에게.




미래에 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