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으로 깔린 게 봄이다. 새까만 대지를 온갖 색깔로 물들이는 걸 보면 욕심이 센 듯도 싶다. 잠깐 겨울이 놀려 주고 싶었던 건지 멥쌀 가루눈을 쏟아 집 앞 풍경을 쑥대밭으로 버무리고 말았다. 순간 맛있는 떡이 되어 버렸으니 겨울이나 봄이나 흥겹기는 마찬가지다. 맛의 기억은 오래가는 총천연색 장면이다. 무심코 옆을 지나다 만난 쑥버무리는 아주 따끈한 옛 시절의 저녁이거나 가족을 연상케 하는 기막힌 가장무도회가 아닐 수 없다. 푸르른 만큼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