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를 내고 결심을 해야만 하는
유튜브를 보다 제목에 이끌려 세바시 강연을 봤다. '삼김이'라는 캐릭터를 그린 배은정 일러스트레이터의 강연이었다. 20대 초반 자신의 길을 찾아서 캐릭터를 개발하고 편의점과의 협업을 통해 나름 일찍 성공의 길로 들어섰지만, 스스로 두려움에 갇혀 자신의 진짜 모습을 지켜가지 못한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내가 여기까지 오게 된 과정은 이렇습니다. 힘든 과정을 거쳤지만 그래도 그런 것들을 극복하고 나니 나의 길이 보였습니다. 뭐 이런 류의 강연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에 이어진 강연자의 말은 전혀 나의 예상 밖이었다.
"나는 매 순간 용기를 내야 하고 결심을 해야만 하는 나약한 인간입니다."
눈물이 흘렀다.
우리는 타인을 알지 못한다. 타인의 성공과 성취의 결과만 바라본다. 그들의 성취를 동경하면서 동시에 시기한다.
"너는 어떻게 그렇게 용기가 있니? 나라면 그렇게 못했을 텐데."
그들의 용기를 추켜세우고, 나를 낮추는 말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만약 나의 성취에 대해서 누군가 그런 말을 한다면 나는 뭐라 답할까? 너도 할 수 있어. 사실 별거 아니야. 하며 나의 성취를 깎아내릴 것 같다. 겸손의 표현이라 생각하면서 말이다. 나도 결과를 보는 사람이었다.
사실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니다. 내가 그곳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은 매 순간 포기하고 싶고 좌절하고 싶은 나와 용기를 내고 결심을 한 내가 싸웠기 때문이다. 내가 매 순간 용기를 내야 하고 결심을 해야만 하는 나약한 사람이라는 선언은 그 치열한 싸움이 몸과 마음에 새겨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내가 인정하지 못했던 말. 매 순간 자신의 선택에 대해서 의심하고 결과에 대해서 두려워하고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한 내가 해야만 했던 말. 용기를 내자, 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재촉하면 강한 사람이 될 수 있으리란 건 착각이다. 난 우선 내가 나약한 사람임을 인정해야 했던 것이다.
내가 나약한 인간이라 어쩔 수 없다는 자조가 아닌, 내가 나약하므로 내가 흔들리지 않게, 무너지지 않게 나 자신을 붙잡고 매 순간 용기를 내어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결심. 오히려 가장 강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
세상에 이런 생각들을 나눠 주는 사람들이 고맙다. 내 삶을 살아가기도 힘든데 기꺼이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나약한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