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하게 바뀌는 일상의 어떤 것들
요즘 누군가와 대화하면서 많이 하는 얘기 중 하나다. 사시사철 핸드크림 없이도 멀쩡하게 잘 살았고, 쇠도 씹어 먹고 소화시킬 수 있었던 시절이 언제인지 까마득할 정도다. 여름을 제외한 계절엔 핸드크림 없이 살 수가 없고, 조금만 위에 부담되는 음식을 먹고 나면 속이 더부룩해 소화제를 찾는다. 핸드크림만으로도 모자라 겨울이 다가오니 온 몸이 건조하고 간지러워 바디로션과 크림을 밤마다 쳐발쳐발 한다.
예전에는 밤샘 작업을 해도 하루 푹 쉬고 나면 일상으로 돌아가는 게 어렵지 않았는데, 요즘은 밤을 새우고 나면 밤낮이 바뀌어 고생하기 일쑤다. 밤샘 후 체력이 돌아오지 않아 좀비 상태로 일주일 넘게 지내는 건 내 나이 앞글자에 3자를 달면서부터니 벌써 몇 년 전부터인지... 까마득하다. 그래서 밤샘을 되도록이면 피하려 한다. (하지만 새벽이 주는 고요의 매력은 벗어나기 힘들지...)
특히 최근 1년간은 식습관이 많이 변했다. 밥보다는 면이나 빵 같은 밀가루 음식을 즐기던 내가, 곧 죽어도 밥을 사수하기 시작한 것도 작년 이맘때부터다. 김치도 젓갈 많이 들어가지 않은 깔끔한 배추김치와 백김치만을 즐기던 과거와 달리, 엄마와 이모가 갖다 주신 열무김치로 열무 비빔밥과 열무 국수를 잘해 먹었다. 자취를 10년간 하면서 비린내 때문에 내 돈 주고 생선을 사 구워 먹지 않았는데 요즘 내 장바구니와 냉동실엔 늘 생선이 담겨있다. 대신 그렇게 좋아하던 돼지고기와 닭고기 섭취율이 줄었다. 김치찌개는 눈 감고도 맛있게 후딱 끓일 수 있지만 좋아하지 않는 된장찌개는 10년간 해 먹고 싶다는 생각도 안 들었는데 해 먹는다. 희한한 일이다.
또 달라진 점이 있다. 연말이라고 마음이 동요하지 않는 것이다. 핼러윈이 지나니 백화점이며 거리마다 크리스마스 장식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예쁘긴 한데 예전처럼 찾아왔던 연말연시에 대한 설렘이나, ‘아 이렇게 올 한 해가 가는구나... 또 나이 먹는군... 씁쓸하네...’ 하는 쓸쓸함 같은 게 사라졌다. 크리스마스 장식을 봐도 그냥 ‘예쁘네.’ 딱 그 생각만 든다. 그래서 그런지 올해는 집에 크리스마스 장식도 하지 않고 있다. 엄마랑 통화하면서 이런 얘기를 하니 엄마 하시는 말씀.
나이를 먹는다는 게 마냥 슬프거나 안타까워하지 않은지도 -나는 20대의 나 자신보다 30대의 나 자신을 더 좋아한다. 시간을 돌려서 다시 어린 시절로 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나는 20대로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야...- 몇 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나이를 먹으며 점점 바뀌어가는 나도 나쁘지 않아서 변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생선파의 시간도 육식파의 시간처럼 언제 지나갈지 모르니, 열심히 이 순간을 즐기면서 살아야지.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저녁은 된장찌개에 생선구이를 곁들인 보리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