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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 환경이 만들어낸 모차르트

모차르트의 고향 잘츠부르크에서 만난 다섯 대의 오르간

by 류인하

“잘츠부르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무엇인가요? 소금광산이 먼저 떠오른다면 잘츠부르크에 대해 잘 아시는 분,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이 먼저 생각난다면 씨네필이실 확률이 높겠죠. 그리고 모차르트와 카라얀의 이름을 가장 먼저 떠올리신다면 음악에 조예가 깊은 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잘츠부르크는 속된 말로 ‘모차르트 팔아먹고 사는 도시’ 라 그런지 곳곳에 모차르트의 흔적을 찾는 게 어렵지 않습니다. Mozarthaus(모차르트 하우스 ; 모차르트의 집)이라는 이름이 붙은 곳만 두 곳... 카라얀 가문의 집 근처에 있는 Mozarteum(모차르테움)은 음악가를 양성하는 기관인데 모차르트의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거리마다 늘어서 있는 상점에는 모차르트의 얼굴이 박혀 있는 초콜릿이 없는 곳이 없습니다. 잘츠부르크는 모차르트가 태어나 아버지로부터 독립하여 빈에 정착하기 전까지 살았던 곳이기도 하고, 클래식을 들어본 적 없다고 하는 사람도 모차르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그는 시대와 공간을 초월한 유명한 작곡가이니 잘츠부르크 곳곳에 모차르트 관련 상품이 가득한 것은 당연한 일일 겁니다.


잘츠부르크를 찾는 많은 사람들이 모차르테움 근처의 미라벨 정원을 돌아보고, 모차르트의 생가가 위치한 게트라이데 거리며, 모차르트의 동상이 서 있는 모차르트 광장까지 둘러보지만... 그냥 겉에서만 휘익 둘러보고 마는 건물 하나가 있습니다. 바로 잘츠부르크 대성당입니다. 저도 작년에 처음 잘츠부르크를 찾았을 때는 ‘저기 민트색 돔 지붕이 있는 곳은 잘츠부르크 대성당인데, 모차르트가 태어나서 유아 세례를 받은 곳’이라는 설명만 들었을 뿐 가까이 갈 기회도 없었고, 내부를 둘러볼 기회도 없었습니다. (패키지 관광의 한계이지요. 코앞까지 가서 시간 없다고 내부를 들어가지 못하는 건 패키지 관광에서 너무나도 당연한 거니까요...) 이번에도 일정에 쫓겨 오랜 시간을 보내지 못했지만, 그래도 잘츠부르크 대성당을 찾아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지금이야 오스트리아 국가 내의 한 지역이지만... 모차르트가 이 세상에 태어나 죽을 때까지, 그 시대의 잘츠부르크는 신성 로마 제국의 제후였던 대주교가 통치하던 자치구였습니다. 대주교는 이 잘츠부르크 자치구를 통치하는 통치자의 역할도 했지만, 그는 사제의 임무도 갖고 있던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미사를 집전하는 것 또한 대주교의 임무 중 하나였겠죠.


모차르트의 아버지 레오폴트는 이 잘츠부르크 대주교의 궁정에 소속되어 있는 악단의 악장이었고, 궁정뿐만 아니라 성당에서도 음악가로서 일했습니다. 합창단원들을 지도하기도 했고, 바이올린과 피아노 등을 가르치는 선생의 역할도 맡았고요. 그러니 이 대성당은 레오폴트에게는 직장이기도 했던 셈입니다. 그리고 어렸던 모차르트에게는 단순히 ‘내가 유아세례를 받은 성당’이기도 했겠지만 ‘우리 아빠의 직장’이기도 했겠죠. 빈으로 독립하려 떠났던 25세가 될 때까지, 연주 여행을 하기 위해 고향을 떠나 있지 않았다면 매주 일요일마다 가족들과 함께 이 성당에서 있었을 미사에 참여하기도 했을 테고요.


잘츠부르크 대성당은 그 크기도 어마어마해 웅장하기도 하지만, 큰 성당의 규모와는 별개로 특별한 것이 존재합니다. 바로 다섯 대의 파이프 오르간입니다. 이 다섯 대의 오르간은 사제가 미사를 집전하는 제대 양 옆과 바로 맞은편의 통로 양 옆, 그리고 성당의 입구가 위치한 가장 뒤쪽에 놓여 있습니다. 잘츠부르 대성당에 들어서 가장 먼저 성당의 규모에 압도되었다면, 유럽 최대 규모라고 알려진 이 다섯 대의 파이프 오르간을 보고서는 ‘이런 소리를 매 주일미사 때마다 들었을 모차르트가 대 작곡가가 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성당을 찾았을 때는 평일 낮이어서 오르간 연주가 없었지만, 눈을 감고 다섯 대의 오르간이 동시에 연주되는 순간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이 큰 성당의 구석구석까지 울려 퍼지는 오르간 소리가 그려집니다. 그리고 어린 모차르트가 가족들과 함께 성당 한 켠의 신자석에 앉아있는 모습도 그려봅니다. 음악과 전혀 관련이 없었던 집안에서 태어나 자라서 자수성가로 잘츠부르크 궁정악장까지 된 아버지 레오폴트에게서 받은 음악적 재능도 있었겠지만, 모차르트는 이런 환경 속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시대를 뛰어넘는 대 작곡가가 되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모차르트가 직접 이 오르간을 연주하는 모습도 그려봅니다. 주인이었던 콜로레도 대주교와 갈등을 빚고 빈으로 떠나기 전까지, 모차르트는 이 성당에서 오르간 연주자로 활동하며 오르간 곡들을 작곡하는 일을 맡은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작곡가로서 만개하기 이전의 일인지라 음악이 원숙하지는 못할 때였겠지만 20대 초반의 모차르트가 연주하는 오르간 곡에 감화되는 어린 소녀도 있지 않았을까요? 상상 속의 제 모습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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