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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함께

노인에게 보내는 AI의 위로

방문 돌봄이 놓치고 있는 자존감을 지키는 기술

by 김유인

며칠 전 유튜브에서 노인과 AI에 관한 내용이 있어서 보게 되었다.
이는 AI가 장착된 말하는 인형을 가지고 생활하는 독거노인들의 이야기였다.

노인들이 아침에 일어나서 "잘 잤니?" 하고 물으면 인형들이 "안녕히 주무셨어요?" 하고
대답을 해주었다. 밥 먹을 때도 옆에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식사를 하니,

어르신들은 혼자 하는 식사 시간도 즐겁다고 하셨다.
할머니들은 인형을 마치 친손자 돌보듯이 쓰다듬고 대화하면서 행복해하셨다.
이제는 다 자라서 따로 사는 손주들이나 자제분들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고 하셨다.
또한, 멀리 있는 자식이나 손주들에게 듣지 못하는 따뜻한 말과 대화를 나눌 수 있으니까
노인들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단순히 말을 건네는 도구가 아닌, 나를 기다려 주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에 위로를 느낀다고 했다.

요즘 한국도 지자체에서 노인들을 방문하여 돌보는 일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노인 가정에 방문하는 거에 대해서 어르신들이 항상 고마워할 거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오히려 어르신들은 모르는 사람이 집을 방문하면 자신들의 생활을 그대로 보여줘야 하는 거에 부담을 느끼고, 또 그들이 집을 방문하기 전에 청소라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지신 분도 있다.
그런 것이 다 번거롭고, 또 자신들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하는 걸 꺼려 할 수도 있다.
그분들이 몸이 불편하셔서 거동이 힘들고, 젊었을 때보다 삶의 수준이 많이 떨어진 모습을 노출시키기 싫어하실 수 있다.

그분들이 노인이고 보호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분들의 자존감까지 지켜 드려야 한다는 걸 꼭 생각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봉사자가 무심코 던진 "어디가, 얼마나 아프세요?" 한 질문에 노인들은 모르는 젊은 봉사자에게 몸이 불편한 모습을 반복적으로 확인시켜줘야 하는 게 자존심이 상할 수 있다.
혹은 자식들과 문제로 연락이 끊기거나, 자녀와의 불화 등 민감한 가정사를 노출하는 것을 꺼려 할 수도 있는 점을 봉사자들은 이해해야 한다.
우리도 집에 모르는 사람이 와서 나의 사생활을 노출시키는 질문을 받고, 대답하는 게 싫은 것처럼 그들에게 자신의 사정을 알려야 하는 것이 힘들 수 있다.
또한 봉사자들이 그런 점을 염려하여하는 소극적인 접근 때문에 어르신들이 적절한 도움을 못 받는다는 불만을 갖게 만들 수도 있는 어려운 지점이다.


이러한 현실적인 어려움을 고려할 때, AI 컴패니언 (companion), 즉 AI인형은 매우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대안이 아닌가 생각한다.
하루에 잠깐 방문이 아니라, 항상 같이 있을 수 있고, 일정시간 반응이 없을 때 사무실로 연락이 가는 기능을 추가하면 노인들은 인형과 함께 더 안전하게 있을 수 있고,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의 고립을 더 부추기는 게 아닌가 하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따뜻한 인간의 손길이 닿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따뜻한 AI가 무심한
인간의 손길보다 나을 수 있다.
최소한 AI는 노인의 사생활을 침범하지 않고 가장 필요한 순간에 정신적인 지지와 위로를 건네며, 어르신들의 자존감을 지켜주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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