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식당에서 맞은 60세 생일 파티

인생은 의외성의 연속이다.

by 김유인

누가 꿈꿨을까? 60세의 생일 파티가 인도 식당 이라니...


외국에서 살게 된 지 21년째가 넘어간다.

원래부터 사교적이지 않아 친구가 많이 없었지만,

외국에 살다 보니 친구는 점점 없어졌다.

지금은 자주 연락하는 친구는 하나에서 둘 정도고

가끔 연락하는 친구도 서너 명 정도이다.

물론 직장에서 만난 외국인 친구들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정기적으로 연락하는 직장 친구는 하나밖에 없다.


몇 년 전부터 60세 생일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나를 아는 이곳 사람을 불러 생일을 치르리라 하고...

몇 년 전에 생긴 한국 뷔페식당을 가리라...

작년 연말 2025년 드디어 60세 생일이 다가왔다.

요즘은 환갑은 아무도 안 한다지만 부를 친구도 없는 게

'내 인생을 돌아봐야 하나?'라고 생각을 했다.


특히 필리핀 친구들은 동료 생일이 다가오면

생일 카드를 동료들에게 쓰라고 강요를 한다.

다른 나라 동료들과 모여 생일은 필리피노에게만 있냐고 할 정도였다.

난 한국인이 하나고, 요즘은 이곳에서 연락하는 한국 친구도 거의 없다.

특히 내 생일은 음력으로 지내서 해마다 생일 날짜가 바뀐다.

내 생일이라도 물어보면 난 정확한 대답을 안 해서

외국 친구들이 내 생일을 모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한국인 친구도 여기선 다 양력을 쓰기 때문에...'라고 혼자서 위로했다.

그러다가 인도 친구들이 집요하게 내 생일을 물어봤다.

60세 생일은 중요하니까 넘어가면 안 된다고...

그래서 날짜를 알려주고 그 친구들이 축하를 해준다고 했다.


그중 한 친구는 베지테리언이라 다른 나라 음식을 못 먹는다고 해서

인도 식당을 예약한단다.

너무 재밌었다.

내 생일에 인도 식당이라니....

난 인도 음식이라곤 '버터치킨'밖에 안 먹는데...

그래도 기대하는 마음으로 스리랑카 친구 한 명 더 해서 4명이 가기로 했다.

생일날 그 식당을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가 깜짝 놀랐다.

밴쿠버에 그렇게 크고 화려한 인도 타운이 있는 줄은 몰랐다.

환하게 불을 밝힌 화려한 보석 가게와

금을 좋아하는 그들의 특성상 번쩍이는 금칠을 한 가게들이 눈에 띄었다.

각종 인도 전통 의상 파는 가게, 보험, 치과 등 다양한 업종의 가게들이

인도 글씨와 조그만 영어를 쓴 간판으로 있어서 난 길을 잃을 정도였다.


원래 인도 사람들이 밴쿠버 외곽에 자리 잡고 있어서 그쪽까지 갈 일이 없었고,

요사이 인도 이민이 많이 늘었다고 방송에서 많이 봤었지만,

이렇게 큰 곳에 자리 잡았을 줄이야.

식당에 도착해서 이국적이고 화려하고 세련된 실내 디자인에 또 놀랐다.

잘 꾸며진 식탁과 의자, 각종 대리석 조형물과 조각들까지

이국적이고 화려한 식당이었다.


한 인도 친구가 그녀의 엄마와 함께 왔다.

친구 엄마는 연한 갈색에 금박 문양이 찍힌 인도 전통 의상을 입고 오셨다.

'왜 엄마를?' 의아해했지만

그 친구의 정성스럽게 엄마를 챙기는 태도에 감동받았다.


나 자신도 반성했다.

난 왜 아버지 생전에 그렇게 못 했을까?

부모님이 다 돌아가신 난 그녀의 그런 태도가 부러웠다.

한국에 어떤 자식이 친구 생일 파티에 엄마를 모시고 갈까?

그것도 말도 통하지 않는....

하지만 그런 친구가 부러웠고

나도 아버지 살아계실 때 더 살뜰히 챙겨드리지 못한 게 후회됐다.

그 친구는 30대 초반으로 사실 내 딸 같은 나이지만

이곳에서는 나이를 안 따지니 더 다양한 사람과 접촉할 수는 있다.


다른 인도 친구는 세련된 의상을 입고 곱게 한 화장으로 예쁜 모습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스리랑카 친구는 밤새 일하고, 또 연장근무까지 해서

16시간 일하고 잠시 쉬다가 왔다고 했다.

피곤할 텐데 왜 왔냐고 했더니

내 생일은 꼭 와야 한다고 말해서 나를 감동시켰다.


음식을 주문했다.

내가 평소에 좋아하던 버터치킨과 내가 못 먹는 인도 음식이 차려지고

친구가 준비한 60세 생일 파티 케이크도 먹었다.

친구들과 사진도 찍고 재밌고 의미 있는 인도 식당에서 맞은 나의 생일 파티.

누가 생각했으랴?

인도 식당의 생일 파티를....

이런 생각지도 못하는 의외성이 인생을 재미있게 하는 것 같다.


#인도식당 #버터치킨 # 생일 파티 #60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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