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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장준 Jan 28. 2024

제조 스타트업이 유통 채널 전략에서 겪게 되는 실수

유통의 힘은 막강하다.

제조 스타트업이 유통 채널 전략에서 흔히 겪게 되는 첫 번째 실수는 생각보다 너무 적은 유통 채널에 의존한다는 점입니다. 한두 개의 유통 채널에만 입점하거나 아예 유통 채널에는 입점조차 하지 않는 것이죠. 제가 여쭤봅니다. 대표님 이런 채널도 있고 저런 채널도 있는데, 왜 입점을 안 하십니까? 그렇게 여쭤보면은 나름대로 논리와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 제품은 특별하다 특정한 가치가 있다. 그래서 뭐 중구난방 이곳저곳에 다 찔러보는 것보다 우리 제품과 시장의 핏(fit)이 맞는 특정 버티컬 시장에만 입점을 할 계획이다.


이 말도 일리가 있죠. 맞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가급적이면 많은 채널에 입점을 하라고 추천을 드립니다. 단 평생 그렇게 하라는 뜻이 아니고요, 초기에만 그렇게 하라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초기에는 시장-제품 핏(Market-Product Fit)이 100% 파악이 안 된 상태에서 어디서 터질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를 애자엘 방식이라고 하죠. 여기 한 번 해보고, 아니면 빨리 수정을 해서 피버팅을 해서 다른 곳에 시도를 해봐야 합니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제품 자체를 바꿀 수도 있고요. 아니면 제품의 용도를 바꿀 수도 있는 거고요, 아니면 타깃 자체를 바꿀 수도 있습니다. 이는 유통 채널을 바꾸는 것과 연관이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백화점, 양판점, 할인점, 폐쇄물, 복지몰, 오픈마켓, 종합몰 등... 온라인, 오프라인 채널이 정말 많은데요, 요즘엔 버티컬 시장이 강화되면서 이를테면 여성 의류 분야의 강자들이 따로 있기도 하고요, 오프라인 쪽에서는 핫플레이스 중심으로 편집샵이 많이 활성화되었죠. 아무튼 이러한 다양한 유통 경로들이 있는데 그저 한 두 군데의 채널에만 입점한다는 것은 그만큼 잠재 고객을 가려서 받겠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초기에는 되도록 많은 그런 유통 채널의 입점을 하고 진출을 하자. 이렇게 설명을 드립니다.


제조 스타트업이 유통 채널 전략에서 흔히 겪게 되는 두 번째 실수는 자사몰에만 의존하려는 모습입니다. 자사몰에만 의존하려는 이유를 물어보면 이렇게 항변합니다. "유통 채널의 수수료가 너무 비싸다. 그래서 유통 채널이 수익을 다 가져가게 되므로 팔아봤자 소용이 없다." 이런 피드백이 많습니다. 이 역시 일리가 있습니다.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정말 남는 장사가 아니라, 남 좋은 일만 해 주는 것 같거든요. 그런데 저는 단도직입적으로 재고해 달라고 당부드립니다.


삼성전자를 한 번 생각해 볼까요? 삼성전자는 과연 어디에 물건을 팔고 있습니까? 삼성전자 자사몰에서만 파나요? 그렇지 않죠. 하이마트에서도 팔고 심지어 쿠팡에서도 팔죠. 거기뿐만 아니라 안 들어간 채널이 없을 정도로 곳곳에 다 들어가 있죠. 삼성 정도면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가 6위인가 하는 데요, 이미 세계적인 기업이고, 모르는 사람이 없는 회사고, 이룰 거 다 이룬 삼성에서 왜 굳이 채널이 입점을 하는 걸까요? 그건 다 이유가 있는 겁니다. 우리가 스스로 손 닿을 수 없는 곳에 구석구석 고객한테 전달하기 위함이죠.


이렇게 말씀드리면, 반론을 제기하실 겁니다. 삼성은 그렇지만 애플은 안 그렇지 않나요? 애플은 다 자사몰에서 파는 거 아닙니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애플도 프리스비, 에이샵과 같은 채널에 유통을 태웁니다. 굳이 애플 스토어가 있는데 왜 그런 식으로 제3자에게 제품을 넘겨서 판매를 하는 걸까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겁니다. 유통은 무서운 겁니다. 유통의 힘은 막강합니다. 이 수수료라고 하는 것은 백화점 같은 경우 25~30%, 올리브땡 같은 경우는 심지어 50%까지 받는다고 하죠. 어마어마하게 비쌉니다. 때로는 대기업의 횡포라고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일부 그런 면이 없지는 않겠습니다만, 가급적이면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채널 수수료에는 말하자면 무형의 광고비도 포함이 되어 있고요, 그래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대중들이 잠깐씩 스쳐 지나가면서 우리 브랜드를 보게 됨으로써 우리 브랜드가 널리 알려지게 되는 효과는 단순하게 유료 광고를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그런 파급 효과가 있습니다. 특히 오프라인 소매점의 비용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이 들어갑니다. 보증금, 관리비, 인건비 등 천문학적인 숫자가 들어가는 겁니다. 그래서 채널 입점 수수료가 단순하게 그냥 다짜고짜 비싸다고만은 할 수가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이해는 갑니다. 큰 회사들이야 규모의 경제가 있으니까 비용이 적게 들지만, 우리 스타트업들은 규모의 경제가 없기 때문에 생산 단가가 높아서 이런 채널 조건이 안 맞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라도 마진이 빠듯하게 맞거나 마이너스가 아니라면 가급적이면 채널에 입점해서 납품하시는 것을 추천을 드립니다. 평생 그렇게 하라는 말씀이 아니고요. 아까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자사몰이 성장할 때까지, 그러니까 아직 인지도가 없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우리가 유통의 힘을 빌려야 됩니다.


그러고 나서 점진적으로 데이터베이스가 쌓이고 리텐션이 늘어나게 되면 그때는 이제 자사몰을 활성화시킬 때입니다. 즉 투트랙 전략으로 가셔야 됩니다. 처음부터 내가 원래부터 생각한 것을 100% 다 취할 수는 없어요. 처음에는 현실과 타협을 하셔야 됩니다. 천 년 만 년 이렇게 해라 그런 것이 아니고, 몇 년 후에 우리의 가치가 꽃피울 때까지만 그렇게 하면 됩니다. 나의 이상은 하늘 위에 있겠지만, 내 발은 땅에 있어야 되잖아요. 그래서 가급적이면 다양한 채널에 입점을 하셔서 수수료가 조금 들더라도 가급적이면 우리 브랜드를 널리 알리는 전략을 취하고, 그러면서 동시에 마진을 점진적으로 늘려가는 그런 투트랙 전략을 취하셨으면 합니다. / 스타트업세일즈연구소 유장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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