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스앤노블 성공사례
“오프라인 서점이 부활하고 있습니다!”
반스앤노블스는 미국의 대표적인 오프라인 대형 서점 체인입니다. 이 서점은 한때 오프라인 서점 몰락의 상징처럼 여겨졌습니다. 폐점 소식이 이어졌고, “이제 책은 온라인에서만 사는 시대”라는 말이 상식처럼 받아들여졌습니다. 이 현상은 어쩌면 전세계적인 추세였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반스앤노블스가 다시 살아나고 있습니다. 단순히 유지 수준이 아니라, 성장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매장을 줄이던 회사가 이제는 매년 수십 개의 신규 매장을 열겠다고 발표합니다. 이 변화는 오프라인 전체의 반등 신호일까요, 아니면 반스앤노블스만의 특수한 사례일까요. 바로 이 지점이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반스앤노블스는 2019년, 경영 악화 끝에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에 매각되었습니다. 이후 상장 폐지를 하고, 강도 높은 체질 개선과 경영 개편이 시작됩니다. 행동주의 펀드답게 무자비한 정리해고도 있었지만, 반스앤노블스에서는 비교적 장기적이고 본질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의 핵심에는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인물이 바로 제임스 돈트(James Daunt)입니다. 그는 원래 금융업계 출신이었습니다. 금융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의 이름을 딴 독립서점 ‘돈트북스(Daunt Books)’를 창업했고, 이를 성공적으로 키워냈습니다. 이후 영국의 대형 서점 체인 ‘워터스톤즈’를 맡아 회생시켰고, 그 이력을 보고 엘리엇이 반스앤노블스 CEO로 그를 영입합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불과 몇 년 만에 반스앤노블스는 “죽어가던 오프라인 서점”에서 “다시 확장하는 서점”으로 변했습니다. 그렇다면 제임스 돈트는 도대체 무엇을 했을까요? 비결은 의외로 너무 단순해서, 듣고 나면 “이게 왜 혁신이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의 철학은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서점은 책을 잘 큐레이션해주는 장소다.” 서점은 독자들이 좋은 책을 ‘발견’하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경영 방식을 ‘Back to the Basic’라고 부릅니다. 복잡한 전략보다, 서점의 본질로 돌아간 것입니다.
기존의 오프라인 서점들은 오랫동안 출판사 프로모션에 의존해 왔습니다. 서점에 가면 눈에 잘 띄는 매대들이 있는데, 그 대부분은 출판사가 광고비를 내고 확보한 자리입니다. 책을 세워 두느냐, 눕혀 두느냐에 따라 판매량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이 매대는 대형 출판사 중심으로 운영됩니다. 서점 입장에서는 중요한 수익원이기도 했기 때문에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제임스 돈트는 이 관행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광고비를 받고 전면에 내세운 책이 과연 독자에게 좋은 책인가, 그것이 서점의 역할인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그는 과감하게 출판사 프로모션 의존도를 낮추고, 독자가 찾고 싶어 할 책 중심으로 진열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는 권한의 이동이었습니다. 과거에는 본사에서 내려온 지침에 따라 모든 매장이 동일한 진열을 해야 했습니다. 출판사와의 계약 구조상 본사가 통제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임스 돈트는 본사 조직을 대폭 축소하고, 각 지점에 자율권을 줬습니다. 지역 직원들이 직접 큐레이션하고, 그 지역의 분위기와 역사에 맞는 서점을 만들도록 한 것입니다. 그 결과 반스앤노블스의 매장들은 점점 ‘대형 체인’이라기보다 ‘동네 독립서점 같은 느낌’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소셜미디어와 현장 이벤트를 결합했습니다. 북토크,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적극적으로 열어 사람들이 서점에 올 이유를 만들었습니다. 행사에 참여하러 왔다가 책을 사고, 책을 사러 왔다가 행사에 관심을 갖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또한 성향에 맞춰 매월 한 권씩 책을 보내주는 구독 서비스도 운영했습니다. 큐레이터와 상담을 통해 독자의 취향을 반영하는 방식이었는데, 실행 자체가 쉽지는 않았을 텐데도 서점의 정체성을 분명히 보여주는 시도였습니다.
이런 모습은 한국에서도 이미 일부 실험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인아책방’은 북토크, 음악 콘서트, 각종 클래스와 북클럽을 통해 ‘서점 이상의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콘텐츠와 커뮤니티가 결합된 장소로 진화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오프라인 서점과 독립서점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유튜브, 팟캐스트, 독서모임 같은 콘텐츠를 분리해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서점 운영과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야 합니다. 로컬에 맞는 주제를 큐레이션하고, 오프라인 이벤트를 열고, 참가자들을 어떤 방식으로든 데이터베이스로 연결해 지속적인 관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뉴스레터든, 문자든, 커뮤니티든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다시 올 이유’를 만드는 일입니다.
둘째, 현실적인 전략인 B2B, B2G 비즈니스를 병행해야 합니다. 오래 살아남는 작은 서점들을 보면, 개인 고객 매출만으로 버티지 않습니다. 학교나 공공기관에 정기적으로 도서를 납품하는 구조를 함께 가져갑니다. 물론 이것이 서점 주인이 꿈꾸던 ‘이상적인 큐레이션’과는 거리가 있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고정 매출이 바닥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그 위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서점의 모습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매우 인상적인 사례가 하나 있습니다. 울산도서관의 ‘책값 돌려주기’ 프로그램입니다. 개인이 동네서점에서 책을 사서 읽은 뒤 도서관에 반납하면, 그 책값을 돌려주는 방식입니다. 도서관은 수요가 검증된 책을 확보하고, 동네서점은 매출이 생기며, 독자는 부담 없이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개인의 선택을 집단지성처럼 활용한, 매우 창의적인 구조입니다. 이런 모델은 반드시 전국적으로 확대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통계를 보면 10대, 20대의 독서 비중이 다시 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책을 안 읽는 시대”라는 통념 역시 흔들리고 있습니다. 세상은 늘 돌고 돕니다. 한때 온라인이 모든 것을 대체할 것처럼 보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오프라인의 가치가 재발견되고 있습니다. 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한국의 오프라인 서점과 독립서점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남고 성장해 나가기를 기대해 봅니다. / 글: 스타트업세일즈연구소 유장준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