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회의를 마치 한 편의 뮤지컬처럼 대해야 한다
회의란 일반적으로 직장인에게 고통의 시간이며, 졸음의 시간이며, 카톡의 시간이며, 또한 네이버 뉴스 검색의 시간이다. 오른손으로는 휴대전화를 몰래 들고 테이블 밑에 위치시키고 왼손으로는 턱을 괴고 있으면 팀장한테 걸리지 않도록 어느 정도 위장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계속 그 자세를 유지하면 안 되고 주기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팀장님의 비위를 맞춰야 한다.
아예 피하는 방법도 있다. 주간 회의가 있는 월요일 오전에 반차를 쓰는 것은 초보 수준이다. 가끔 타이밍을 맞춰서 제사나 벌초, 할머니, 할아버지 칠순 잔치나 사촌 결혼 등 집안 사정을 들이대 줘야 시나리오 상 무리가 없다. 그래서 평소에 너무 건강해도 안 좋다. 위궤양이나 치질 등 시급히 치료를 요하는 질병으로 무장하는 것도 미팅을 피하는데 요긴한 방법이다.
이렇게 많은 팀원들은 여러 가지 꼼수를 써가며 회의를 피한다. 말하자면 회의란 어떻게 하든 피하고 싶은 시간이다. 언제부터 회의란 것이 이렇게 필요악으로 전락했는지 모르겠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왜 회의는 항상 무료하거나 짜증 나는 것일까? 회의가 보다 생산적이고 보다 혁신적일 수는 없을까? 회의가 생산적이지도, 혁신적이지도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무용론이다. 회의 때 손들고 발언해봐야 반영이 안된다는 것이다. 팀원들은 모두 자신의 소신과 의견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의 때 발언을 하지 않는 이유는 시간과 열정의 낭비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회의 때 말 없기로 소문난 김 대리도 저녁 술자리에서는 청산유수라는 것이다. 따라서 저녁 술자리에서 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발언을 하는지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둘째, 책임론이다. 회의 때 손들고 발언하면, 아뿔싸 그 업무의 화살이 나에게 돌아온다는 것이다. 회의 때 발언했다는 이유로 그 사람에서 바로 일을 시켜버리면 팀원들은 입을 다문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에게 시키면 발언한 사람이 미안해서 앞으로 다시는 입을 열지 않을 것이다. 신중하게 검토하고 지시해도 늦지 않는다. 검토한 다음에 팀장의 정책과 언어로 업무 지시를 해야 부작용이 없다.
셋째, 조급증이다. 어디선가들은 키워드, ‘빠른 의사 결정’을 곡해한 것이다. 회의는 짧아야 하고, 의사 결정은 빨라야 한다는 출처 불명의 지론을 너무 신봉해선 안된다. 회의 때 모든 의견들은 통일되어야 하고, 이견은 설득되어야 하며, 액션 플랜이 우리 앞에 가시적으로 펼쳐져야 한다는 맹신에서 벗어나자. ‘회의’의 정의는 여럿이 모여 의견을 교환하는 것임을 잊지 말자. 그것이 우선이다.
회의 때는 팀장과 팀원들이 동상이몽의 상태가 된다. 팀장은 팀원들 이적 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자발적으로 환상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길 바라지만, 반대로 팀원들은 팀장 이분위기를 이끌고 선택지를 먼저 던져 주기를 바란다. 이런 상태로 회의를 진행한다면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모두가 침묵하고, 책임을 회피하며, 어설픈 결론만 도출할 것이다.
팀장이 먼저 변해야 한다. 유능한 팀장은 아무런 준비 없이 회의를 주제 하지 않는다. 팀원들이 편안하게 의사 발언을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회의와 관련된 사전 지식을 공유해야 한다. 회의 때 나올 법한 의견을 예측하고 그와 관련된 이론과 사례를 추가하여 회의를 풍성하고 재미있게 만들어야 한다. 팀장은 하나의 회의를 마치 한 편의 뮤지컬처럼 대해야 한다. 회의를 멋지게 연출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회의가 필요악에서 벗어날 수 있다. / 스타트업세일즈연구소 유장준 대표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