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 독립을 준비하는 방법 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책 쓰기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내가 만약 C그룹 계열사의 영화 배급사에서 10년 간 일해 왔다고 가정해 보자. 지금까지는 회사 명함을 꺼내어 건네면서 "다닌 지 10년 됐습니다."라고 말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회사를 떠나 독립한 상황이라면, 현재의 명함에 찍힌 회사 말고 자꾸만 과거 회사의 경력을 설명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러지 말자. 내 과거 경력을 굳이 내 입으로 얘기하지 말자. 없어 보인다. 과거 자료는 내 프로필 어딘가에 적어 놓으면 자연스럽게 인식되리라. 대신 나의 콘텐츠를 생산하자. 10년이나 영화 배급 일을 했다면 분명히 쓸 내용이 있을 것이다. 영화 제작사, 투자사, 배급사의 역할은 각각 어떻게 다른지, 왜 유통이란 말 대신 배급이란 말을 쓰는지, 배급사의 마진은 통상적으로 얼마나 되는지, 해외 배급과 판매는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국내외 주요 배급사 플레이어들은 누가 있는지. 영화 홍보는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등 영화 배급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조차도 쓸만한 주제와 소재가 무궁무진하다. 10년을 일했는데 쓸 내용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게 사실이라면 잔인하게 들리겠지만 그동안 짬밥만 쌓였지 실력은 별로 없다는 걸 의미한다.
직장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하는 마당에 이제 'S전자 20년 경력' 따위의 수식어는 필요 없다. 그동안 나를 지켜주던 회사의 파란색 로고는 더 이상 나를 대신해 주지 않는다. 이제는 오롯이 나의 실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내 실력은 이력서에 적혀 있는 회사 이름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창조한 결과물로부터 나온다. 내가 창조한 결과물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내가 직접 작성한 블로그 포스팅, 내가 방송한 유튜브 채널이나 팟캐스트 그리고 내가 쓴 책을 말한다. 다시 말해 나의 언어로, 나의 논리로, 나의 전문 분야를 정리한 콘텐츠다. 물론 내가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이나 솔루션이 있다면 그것도 포함된다. 어쨌든 사람들에게 보이는 창조물이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나의 20년 경력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다만 내가 생산한 콘텐츠나 솔루션에는 관심이 있다. 왜냐하면 지식만큼은 얻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내가 20년 간 경험했던 노하우 말이다. 그것을 영상으로 찍으면 영화가 되고, 글로 쓰면 보고서가 되고, 일상을 다루면 블로그가 된다.
그렇다면 독립을 앞둔 사람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전문성을 가지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이제 책 한 권을 쓰자고 마음먹어보자. 블로그를 하든 유튜브를 하든 상관없이 그냥 책 한 권 쓴다고 생각하자. 책을 쓰는 이유는 2가지다. 하나는 그냥 순수하게 책을 출간하여 대중들이 나에게 연결되도록 하기 위함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먼저 내 전문 분야에 대해 정립하기 위해서다. 그러므로 꼭 출간을 하지 않아도 좋으니 일단 써보자. 그러다 보면 체계가 잡힐 것이다. 논리가 잡힐 것이다. 정리가 될 것이다. 내 전문 분야에 대해 말이다. 더 이상 몇십 년의 경력이 있다고 설명하지 말자. 사람들은 그런 말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대신 나만의 콘텐츠를 창조하자. 과거의 경험을 회상하고 나의 업무에 대해, 내가 속한 산업에 대해 정리를 해 보자. 무에서 유를 창조할 필요 없다. 내 경험을 쓰면 되니까. 세상에 있던 것이지만 나만의 논리로 재정립을 하면 된다. 혹시 책을 쓸 때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면 아래의 다섯 가지 팁을 참조하자.
(1) 내가 경험했던 업무를 정리한다.
책을 쓰려고 할 때 사람들은 자꾸 부담을 갖게 된다. 그 이유는 그냥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먼저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내가 했던 업무는 내가 제일 잘 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하는 일이 너무 뻔해 보여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뻔하지 않을 수 있다. 편의점 매장 관리 업무를 하는 담당자는 그 누구보다 편의점 매장 관리에 대해서 최고로 잘 안다. 경영학과 교수도, 유통 전문가도, 프랜차이즈 회사 대표도 그를 따라갈 수가 없다. 상품 진열 노하우, 가맹점주 관리 노하우, 상권 분석 노하우, 직원 채용 노하우, 상품 입출고 노하우 등 매장 관리에 관해 10권짜리 한 질 시리즈를 내고도 남을 분량이 차고 넘친다. 주말 아침에 모닝커피를 마시면서 차분하게 업무 프로세스를 정리해 보자. 매장에서 상품 진열만 열심히 하지 말고 매장 진열의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보자. 날씨와 상권에 따라 적절한 상품을 적절한 매대에 진열하는 노하우는 매장 운영을 하려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콘텐츠가 될 것이다.
(2) 주변 사람들한테 물어본다.
어느 정도 내 경험을 정리하다 보면 내용이 분명 한쪽으로 쏠리게 된다. 가량 목공 경력자의 경우 톱으로 자르고 드릴로 뚫는 스킬에 집중할 수 있는데, 알고 보니 사람들은 공방을 차리는 데 얼마나 드는지에 대해 관심이 있을 수 있다. 어떤 것이 더 중요하다고 단도직입적으로 주장할 수는 없다. 분명한 것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으니 틈 날 때마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자. "네가 만약에 영업 컨설팅을 받는다면 어떤 걸 받고 싶니?"라고 쿨하게 물어보자. 전혀 의외의 답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음... 컨설팅보다는 누군가가 영업을 대신해 줬으면 좋겠어." 아뿔싸, 원하는 영업 컨설팅이 뭐냐고 물어봤더니 영업 대행을 원하더라. 이것이 바로 사람들의 바람이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영업 대행사를 찾는 방법을 연구해서 글로 쓰면 된다. 전혀 예상 못했던 답을 받더라도 절대 반박하거나 왜곡하지 말 것. 그것이 사람들의 니즈(needs)고 수요이기 때문이다.
(3) 도서관에 가서 관련 서적을 조사한다.
내가 쓰려고 하는 책은 웬만하면 시중에 나와 있다. 그래도 괜찮다. 너무 결벽증적으로 세상에 없던 것을 창조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자. 같은 이야기라도 내 경험을 쓰면 그것 자체가 유일무이한 것이니까. 하지만 기존 콘텐츠도 파악하고 틈새 콘텐츠도 조사할 겸 도서관에 가 보자. 필자의 경우도 내 책을 쓰기 전에 도서관에 가서 영업 관련 책을 쭉 훑어보았다. "아~ 주로 이런 내용을 쓰는구나. 이런 식으로 얼버무렸네. 사례가 너무 적네."라며 내가 채울 빈자리를 떠올렸다. 그리고 전반적인 책의 목차를 떠올리며 가닥을 잡았다. 서점에 가 보는 것도 좋다. 제목과 목차를 정하는 감각도 익히고, 문체도 살펴가면서 나만의 색깔을 잡아가는 절차라고 보면 된다.
(4) 잡지를 본다.
필자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참 별걸 다 안다는 말을 들을 때가 많다. 칭찬인지 조롱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말이지만 그래도 듣기 좋은 말로 인식하고 있다. 분명한 건 나의 신변잡기적인 잔 지식은 대부분 잡지로부터 얻는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남성지에서부터 여행 잡지 그리고 대기업의 사내보까지 모조리 넘겨 보는 게 일종의 취미다. 합정동에 위치한 종이잡지클럽(https://www.wereadmagazine.com)의 회원일 정도로 잡지를 사랑한다. 잡지를 보다 보면 엄청나게 상큼한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이기종(異機種) 간 상호 교류에서 혁신이 나오듯, 전혀 관련이 없는 분야로부터 내 전문 분야에 적용할 만한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5) 해외 사이트를 참조한다.
해외 사이트는 콘텐츠의 보고(寶庫)다. 아무래도 직업 작가, 프리랜서 컨설턴트, 프리 에이전트가 발달한 미국 사이트에서 배울 점이 많다. 그들의 사이트만 검색해 봐도 영감이 팍팍 떠오른다. 다이엘 핑크(Daniel Pink, http://www.danpink.com), 그레첸 루빈(Gretchen Rubin, https://gretchenrubin.com), 브렌든 버차드(Brendon Burchard, https://brendon.com), 크레이그 워트만(Craig Wortmann, http://www.salesengine.com) 등... 모두 스스로 콘텐츠 하나만으로 연간 수십 억을 버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콘텐츠를 감상해 보자. 그리고 무크(MOOC, Massive Open Online Courses) 사이트인 코세라(Coursera, https://www.coursera.org), 온라인 교육 사이트인 스킬쉐어(Skillshare, https://www.skillshare.com)를 보면 매우 정갈하게 정리된 학습 콘텐츠를 만끽할 수 있다. 이 정도 힌트를 줘도 책을 못 쓰겠다는 건 직무유기다. / 스타트업세일즈연구소 유장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