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였나. 한창 <달자의 봄>이라는 드라마가 유행이었다. 채림 배우님과 이민기 배우님이 주연이었고, 홈쇼핑 회사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노처녀’ 30대 여성의 연애와 결혼에 관한 스토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의 나는 어렸지만, 드라마를 이해하고 흥미를 느낄 정도는 되었었고, 한 여름 거실에 이불을 깔고 앉아 온 가족이 함께 에어컨을 쐬며 <파리의 연인>이나 <미안하다, 사랑한다> 등의 드라마 즐겨보며 잠들었던 기억이 있다. <달자의 봄> 역시 그런 드라마들 중 하나였다.
드라마 속 주인공 달자는 쇼핑몰 MD로 일을 하고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그맘때 나의 장래희망은 쇼핑몰 MD 였었다. 어린 나의 눈으로 보기에 (비록 극 중에서는 30대 들어서도 시집을 못간 ‘노처녀’로 비춰졌지만) 자신만의 감각과 능력으로 일을 멋지게 해내는 달자는 꽤나 멋진 어른처렴 느껴졌고, 나에게 서른이 된 어른은 그런 멋진 커리어 우먼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2022년, 11월. 커리어우먼을 꿈꿨던 어린아이는 어느새 서른을 두 달 앞으로 남겨두고 있다. 나는 꿈꿨던 멋진 서른의 모습을 하고 있을까. 커리어우먼으로서 일도 사랑도 척척 잘해내는 그런 멋진 어른이 되었을까.
제목에서 이미 눈치챘겠지만, 지금의 나는 그때 꿈꾸던 서른 살의 모습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멋진 정장을 입고 출근하기는 커녕 맨날 재택근무로 9시 정각에 맞춰 파자마 차림으로 책상 앞에 앉는가 하면, 자기 소유의 집을 번듯하게 장만해 생활하기보단 원룸에 월세로 살며 아껴쓰고 나눠쓰는 자취 생활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비록 완벽하게 꿈꾸던 서른은 아닐지라도, 나는 나를 온전히 사랑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누구보다도 박하게, 모질게 대해왔던 나 스스로에게 능력이나 성과와 상관없이 그 자체로 온전한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부터 하루에 하나씩, 1994년 태어난 때부터 2022년의 현재까지, 약 30여년의 시간을 찬찬히 되짚어보며 과거를 추억하고, 현재를 기억하며, 미래를 다시 꿈꿔보려고 한다. 이것이 지금의 내가 곧 서른이 될 나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애정이자 유일한 선물이다.
비록 꿈꾸던 서른의 모습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여전히 그 자체로 빛나고 있는, 멋진 예비 서른들과 이 에세이를 함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