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재석 Aug 26. 2015

소셜커머스의 오픈마켓화, 이유는?

직원숫자로 본 쿠팡, 티몬, 위메프와 오픈마켓

오늘(8월 26일) 아침 흥미로운 뉴스가 발표됐습니다.

소셜커머스 쿠팡이 '오픈마켓' 시장에 진출한다. 상품을 직접 발굴·추천하는 역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일반 상품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차별화전략도 세웠다. 쿠팡은 이를 위한 사전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픈마켓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전자금융업 등록을 신청한데 이어 상품 판매방식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일반 판매자들이 상품을 직접 등록할 수 있는 새로운 코너 '마켓플레이스'를 곧 선보일 예정이다. - 소셜커머스 쿠팡, 오픈마켓 사업 진출한다

티몬, 위메프에 이어 쿠팡까지도 오픈마켓의 영역에 들어서겠다고 발표한 셈인데요. 앞서 티몬과 위메프도 올해 2월 오픈마켓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내용이 보도되기도 했죠.

위메프와 티몬 관계자에 따르면 홈페이지에 직접 상품을 올리는 ‘판매자 상품등록 페이지’(가칭, 이하 상품등록 페이지)를 신설한다. 위메프는 3월부터, 티몬은 올 상반기 안에 이 시스템을 내놓을 방침이다. 양사 모두 일단 의류부터 도입하고, 식품 등 유통이 까다로운 제품은 논의를 거쳐 적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 위메프·티몬, 오픈마켓 시스템 도입한다

그동안 소셜커머스는 '통신판매업자'의 위치에 있었습니다. 옥션, 지마켓, 11번가와 같은 오픈마켓은 '통신중개업자'로 불렸죠. 이는 소셜커머스가 자사의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제품에 대해 오픈마켓보다 가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소셜커머스가 오픈마켓 사업에 진출한다는 것은 통신중개업자의 위치도 차지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오픈마켓의 모바일 환경과 비교했을 때 UX(사용자경험), UI(사용자인터페이스)에 차이가 없기 때문이죠. 

모 오픈마켓 본사 주소를 찾으려고 모바일 페이지를 열었던 적이 있었는데, 눈을 비비고 다시 보게 됐다. 이게 소셜커머스 페이지인지 오픈마켓인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똑같았다. — 오픈마켓의 모바일화?

결국 ‘모바일’에서 커머스 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못해 쌍둥이와 같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키워드가 더 있습니다. 


직 원 숫 자

응?...

드라군이 출동하면..은 아니고. 직원수로 볼까요? 쿠팡 2000명, 티몬 1200명, 위메프 1200명입니다. 오픈마켓을 보죠. 이베이코리아 전체 직원 숫자는 950여명입니다. 옥션(350여명)과 지마켓(600여명)을 합쳐봤자 소셜커머스 한 업체보다 적죠.


실적은 정반대입니다. 


수치로 보면 2014년 기준 쿠팡, 티몬, 위메프의 매출은 각각 3485억 원, 1575억 원, 1843억 원, 영업 손실은 각각 1215억 원, 246억 원, 290억 원입니다. 쿠팡의 자산은 3428억 원, 부채는 3191억 원으로 237억 원의 자본을 갖고 있습니다만 2014년에 1500억 원을 투자받지 못했다면 -1163억 원을 기록했을 겁니다. 티몬은 자산 1418억 원에 부채 2235억 원으로 자본은 -817억 원입니다. 위메프도 이를 피해가지 못합니다. 자산 1013억 원, 부채 1886억 원, 자본 -873억 원이죠. 


반면, 옥션과 지마켓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매출 7339억 원, 영업이익 562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자산은 1조6343억 원, 부채는 5364억 원으로 약 1조 원의 자본을 갖고 안정적인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요. 막 5살이 된 소셜커머스와 15세 오픈마켓을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긴 합니다만, ‘구성원 숫자’와도 연관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소셜커머스 대부분의 인력은 제품 판매를 의미하는 ‘딜’에 투입됩니다. 프로세스를 보면 한 가지 딜을 성사시키고, 페이지에 올리기까지는 많은 사람의 공이 들어갑니다. 

물품을 판매하는 파트너사와 수시로 통화하는 것은 물론, 확인해야 할 제안서도 많다. 디자이너, 에디터, 파트너들과 미팅이 많아 자리를 비울 때도 다수다. - 뜨거운 감자 ‘소셜커머스’…최전방 MD들의 하루

대략적으로 과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영업기획자(MD)가 점주, 업체를 만나 계약 체결

2.제품 페이지를 만들자! 사진팀 투입! 디자인팀 투입!

3.페이지가 완성되면 점주에게 보내 최종 확인 후 게재


하나의 딜을 올리기까지 과정이 (오픈마켓에 비해) 복잡합니다. 좋은 퀄리티의 상품 페이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신규진입자로서 갖고 있던 경쟁력이기도 했죠.


그런데 오픈마켓 시스템을 도입하게 되면 어떻게 프로세스가 바뀔까요?


1.점주, 업체가 상품등록 페이지에 제품 등록

2.MD가 점검 후 판매 페이지에 게재


소셜커머스로서는 두 가지 이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더 이상 MD가 점주와 본사를 오락가락하면서 조율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업체가 페이지를 만들어올 것이기 때문에, 사진팀과 디자인팀의 리소스가 줄어듭니다.(의류부터 도입하는 이유가 평균적으로 갖고 있는 이미지의 품질이 좋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변화의 이유는 하나입니다. 더 이상 소셜커머스는 ‘소셜’에 머무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모바일 커머스로 변신한 지 오래됐습니다. 오히려 오픈마켓이 그 뒤를 쫓고 있는 모습이죠.

출처: 랭키닷컴

현재 소셜커머스가 모바일 커머스에서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5~6년 간 적자를 감수하면서 계속해서 외연을 확장한 이유도 시장 장악에 있겠죠. 3사 모두 거액의 투자를 받았으나, 이제는 투자대비수익(ROI)도 생각해야 할 시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관련 글 : ‘적자 연속' 소셜커머스 3사를 향한 두 가지 시선


오픈마켓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것은 소셜커머스업에서 오픈마켓으로 시장을 확대하는 것에 더불어 내부 인력의 리소스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의미가 숨겨져 있을 겁니다. (+물론, 쿠팡과 티몬, 위메프의 환경에 따라 시장을 접근하는 방법과, 규모는 또 다를 것이라 생각합니다. 쿠팡으로서는 로켓배송에 들어가는 인력에 투자하고 그 외의 인력은 효율적으로 운영하자는 목적도 담겨 있단 생각이 듭니다.)


해결해야 할 요소도 분명히 있습니다. 상품 품질을 보장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오픈마켓은 제품에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통신판매중개업자의 위치에 있습니다만 소셜커머스는 책임을 져야 하는 통신판매업자이기 때문에 더욱 필요한 부분입니다.


내부 리소스 개선, 외연 확장, 고객 만족도 유지


세 가지 요소를 효율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남은 과제겠죠. 바야흐로 소셜, 모바일, 이커머스의 경계가 무너진 시대가 시작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고고밴이 바꿀 물류 패러다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