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삶을 택할 건지는 그대의 선택
3년 반 전. 신문사에 갓 입사했던 수습 시절. 나의 기상은 오전 4시 50분이었다. 30분 동안 급히 씻고 집을 나서면 첫차, 혹은 두번째 차가 오곤 했다.
첫차의 삶은
졸렸고,
졸렸으며,
힘들었고,
힘들었다.
6개월쯤 그 생활을 반복했다. 그랬더니 눈에 보이는 것이 하나 있었다.
늘 타던 사람이 그 자리에 있었다.
나는 충정로에서 내렸고, 아주머니는 그 전 정거장인 서소문에서 내렸다.
매일이 그랬다.
나는 고개를 휘저으며, 잠에 취한듯, 오늘 해야 할 업무의 압박에 턱턱 막힌 가슴을 달래며 살던 시절이었다.
그래도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는 희망, 새벽 6시를 알리는 혜화동 성당의 종소리를 듣는 즐거움, 그리고 함께탄 동료들의 묘한 친근함이 위로가 됐던 시절이다.
2년이 지났다.
시간이 지나고,
첫차보다는 막차를 타는 일이 더 많아졌다.
막차의 삶은
피곤했고,
피곤했으며,
치열했고,
동물들 뿐이었다.
학창시절 마시지도 않던,
기자라는, 핑계같지 않은 핑계로,
밤늦게까지 넘기던 술
몽롱함 속에 무조건 타야 했던 그 차
자리는 한정됐고, 모두가 아우성치던
막상 타고 나도 제 정신이 아니었던
그 시간, 시간들
그곳엔
동료도, 친구도 없었다.
모두가 떨어뜨려야 할 경쟁자일 뿐
그리고 기억나지도 않을 이름모를 얼굴들, 목소리들
막차의 삶은 그랬다.
명문대 출신의 삼성전자 차장 A씨. 지난 추석을 앞두고 회사로부터 청천벽력같은 얘기를 들었다. 희망퇴직 대상자라며 퇴직을 종용받은 것. 자존심이 상해도 어떻게든 버텨볼까 했지만 회사로부터 "그나마 노동법이 개정되면 위로금도 없이 나가야 한다"는 말을 듣고 결국 퇴직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고참부장인 B씨 역시 같은 통보를 받았다. B씨는 승진연한을 채우고도 임원승진에서 누락된 경우. 예년 같으면 정년까지 버티다 부장으로 퇴임할 수 있었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인사담당자는 B씨에게 "무급휴직을 하거나 2년치 월급을 받는 조건으로 퇴직하라"고 통보했다. - '찬바람 부는데' 짐 싸는 삼성 부장들(아이뉴스24)
내가 첫차를 타기로 결심한 이유는
비록
피곤하고
졸리지만,
막 떠오르는 아침해와
마음을 울리는 종소리,
동지들이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모비데이즈의 모비인사이드에 합류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