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지난 9월 운영체제(OS) iOS9 업데이트를 진행했습니다. 그중 '광고차단' 기능이 많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데요. 앱 개발자로 하여금 모바일 웹인 '사파리'에 따라붙는 광고 배너 차단 앱을 만들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애플이 지난 16일(현지시간) 새로운 운영체제 iOS9를 배포하면서 광고차단 기능을 새롭게 선보인 가운데 그 배경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는 구글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와 애플의 모바일 광고 플랫폼 아이애드(iAD)를 키우기 위한 포석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애플 iOS9 '광고차단 기능' 도입…구글 견제용?(머니투데이)
이에 따라 가장 큰 피해자는 구글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리하면, 애플은 모바일 광고를 차단하고자 하고 있고, 구글은 이에 반발해 대안을 만들고 있습니다. 구글은 모바일에 최적화된 사이트를 키워드 검색 시 상위에 노출되도록 정책을 수정하였고, 지난 5월부터는 구글플레이에서 직접 사전예약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모바일 시대를 선도하고 있는 애플과 구글이 상반된 길을 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두 회사는 태생부터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모바일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방식에 차이가 나는 거겠죠. 네 가지 관점을 중심으로 정리하겠습니다.
◇ DNA가 다른 두 회사 애플(Apple Inc.)은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과 론 웨인이 1976년에 설립한 컴퓨터 회사이다. 이전 명칭은 애플 컴퓨터(Apple Computer, Inc.)였다. - 위키피디아
애플은 하드웨어 판매를 주력으로 하는 회사입니다. 애플에서 발생한 매출에 대다수는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이 차지합니다. 물건이 많이 팔릴 수록 애플은 더 많은 돈을 벌게 되는 것이죠.
애플이 이날(2015.07.21) 내놓은 실적(2015년 2분기)은 매출 496억달러(약 57조1200억원), 순이익 107억달러(약 12조3221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3%, 39% 늘어난 수치다. 매출은 시장 예상치 494억달러(약 56조8800억원)를 능가했다. …… 애플은 아이폰으로만 313억달러(약 36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 애플, 기록적 성장시대 끝나가나, 2분기 깜짝 실적 냈는데 주가는 7% 폭락(조선닷컴)
‘아이폰을 더 많이 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애플의 답은 ‘아이폰에서 쓸수 있는 좋은 서비스도 함께 만들자’였습니다. 애플은 iTunes(2001년), iOS(2007년), 앱스토어(2008년) 등 자사의 기기에 최적화된 플랫폼과 서비스, 즉 소프트웨어(SW)도 제공하기에 이릅니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테니, 비싸지만 믿고 쓰세요.
애플의 철학과 비즈니스 전략으로 애플은 충성 이용자(애플빠, 혹은 앱등이)를 확보했습니다. 타 회사의 제품보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죠. 이러한 상황에서 애플에게 모바일 광고는 큰 돈벌이가 되지 못합니다.
애플과 다르게 구글은 소프트웨어(SW)와 광고가 주력 사업입니다. 주된 수익원이 광고 수수료이기 때문이겠죠. 이용자에게 광고를 보여주고 구글은 그 사이에 발생하는 수수료를 가져갑니다. 매출 구조를 살펴봐도 전체 매출의 90% 이상이 광고에서 나옵니다.
구글은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전체 매출이 177억2000만달러(약 20조3124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증가했다고 밝혔다. …… 루스 포랏 구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광고 매출의 증대가 구글의 성장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구글의 2분기 광고 매출은 160억2000만달러(약19조515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늘었다. 2분기 구글 전체 매출의 대부분이 광고 부문에서 발생했다. - 구글, 2분기 매출 177억달러(20조원)...광고 증가 덕분(조선비즈)
구글은 검색, 지도, 이메일 등 대부분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합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란 없는 법.
무료인 대신, 광고를 봐야 합니다.
웹, 혹은 앱에서 검색 광고 또는 배너(또는 동영상) 광고를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구글 입장에서는 이용자의 수가 증가할수록 광고를 노출 시킬 수 있는 기회도 증가하죠. 구글에게 광고는 회사가 유지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일 수밖에 없습니다.
애플과 구글은 서로 다른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애플이 이 시점에 모바일 광고차단 정책을 발표한 이유가 뭘까요. 광고가 갖는 의미 측면에서 이유를 찾아봤습니다.
◇ 모바일 광고차단, 차별화된 브랜드
모바일 광고시장은 여전히 불완전합니다. 특히 모바일 웹 상에서 광고는 콘텐츠를 이용하는 데 불편함을 줍니다. 지금도 모바일로 뉴스를 읽을 때, 광고가 기사 위에 노출되어 불편한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배너 광고는 이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불편함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마트폰에도 이러한 형식의 광고가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죠. 이에 따라 모바일 광고차단 프로그램의 인기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전세계 약 2억명의 사용자가 정기적으로 광고 차단 앱을 사용한다. 지난해보다 41% 늘어날 정도로 광고를 차단하는 사용자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사용자의 15% 4317만명이 광고 차단 앱을 이용한다. 유럽은 그 비율이 더 높다. 영국은 21%, 폴란드는 35%, 그리스는 37%의 사용자가 광고를 차단한다. 한국은 전체 이용자의 2% 정도만 광고 차단 소프트웨어를 이용한다. - 광고 차단 앱 이용자 2억명…수익 26조원 ‘블록’(블로터)
앞서 언급했듯 애플은 제품 판매를 통해 가장 많은 매출을 얻는 회사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분별한 광고는 이용자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스팸(Spam)성 콘텐츠'가 될 뿐이죠. 결론적으로 자사의 제품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주기 위해 광고차단 앱 개발 권한을 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자체가 다른 스마트폰과의 차별점이기도 하고요.
◇ 구글을 도와주는 꼴?
애플이 운영하는 사파리에서도 구글 광고 플랫폼의 광고가 노출됩니다. 사파리에서 광고가 노출되지만 그 광고 수익은 고스란히 구글에게 갑니다. 애플은 아무런 수익을 얻을 수 없죠. 애플도 모바일 광고 플랫폼인 iAD를 운영하고 있지만, iAD는 모바일 앱에서 광고 집행을 도와주기 때문에 웹에서는 아무런 영향력이 없습니다.
애플의 입장에선 이용자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요인을 고수하면서 다른 회사에 좋은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것이죠.
◇ 모바일 광고의 수직 계열화
iOS9에서 주목받은 또 하나의 서비스는 ‘뉴스 앱’입니다. 뉴스 앱은 애플이 만든 미디어 플랫폼인데요. 애플은 뉴스 앱과 제휴한 미디어를 대상으로 파격적인 내용의 광고 제휴를 제안했습니다.
애플은 ‘뉴스’ 앱에 언론사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일단 언론사가 자체 유치한 ‘뉴스’ 앱 광고 수익은 전액 다 갖도록 했다. 또 애플이 대신 광고를 해줬을 경우에도 매출의 70%를 제공한다. - 애플 '뉴스' 앱, 참여 언론사 50개 넘었다(ZDNet Korea)
애플은 모바일 웹에서의 광고를 차단하는 대신, 자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서비스(News, Wallet, Apps, Music)를 중심으로 모바일 광고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구글의 경우 광고 플랫폼로 다수 매체에 광고를 집행하고 있습니다. 광고가 노출되는 도달범위가 넓어야 광고 수익이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애플은 자사가 보유한 앱(서비스)에만 광고를 집행하고 있습니다. 이용자들이 만족할만한 광고를 보여주겠다는 의지로 보입니다.
애플과 구글, 각 회사는 자신들의 철학에 기반해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는 중입니다. 그 과도기에 모바일 광고 차단이라는 이슈가 발생한 것이죠. 수면 위에서 벌어지는 갈등에는 완전히 다른 회사의 정체성이 담겨 있는 셈입니다.
이번 해프닝은 '배너'를 중심으로 했던 온라인 광고의 패러다임이 모바일에 적합한 광고로 대체되고 있는 과도기를 상징하는 사건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