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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재석 Nov 24. 2015

이석우 카카오 전 대표가 중앙일보로 옮긴 이유는?

이직이라 쓰고, 윈윈이라 읽는다

오늘 오후 7시였죠. 저녁먹으러 가는데 깜짝 뉴스가 나왔습니다.


이석우 카카오 전 대표가 중앙일보의 디지털전략을 책임진다. 복수의 중앙일보 기자들에 따르면 이석우 전 대표는 12월 1일자로 조인스 공동대표 및 중앙일보 디지털전략본부장으로 인사가 날 예정으로 알려졌다. 포털 플랫폼에 밝은 이 전 대표가 종합일간지의 플랫폼 전략을 어떻게 만들어나갈지 언론계 관심이 모아진다. - [단독] 이석우 전 카카오 대표, 중앙일보로


이석우 카카오 전 대표와의 마지막 만남은 지난 2월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사수였던 선배와 함께 다음카카오 관계자 인터뷰를 하러 한남동 사옥을 방문했을 때, 선배가 "이석우 대표께 카톡 보내놨어 차나 한 잔 하자고"라고 말한 것에서 비롯됐죠.


그날 거의 4개월 만에 사적인 자리에서 이 대표와 차 한잔을 했는데요. 꽤나 수척해진 얼굴이었던 게 기억이 납니다. 제 이름이 특이하다고 기억해줬던 것도 인상적(?)이었네요.


작년 10월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의 합병식부터 '감청이슈'의 직격탄을 맞았던 게 이석우 대표였습니다. 다음카카오란 이름으로 상장하기 바로 전날 오후 6시에 긴급 기자회견을 열더니 검찰의 감청영장에 응하지 않겠다고 파격 발언을 했던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이석우 대표는 “본인의 안일한 대처로 사용자에게 불안감을 줘 대단히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법과 프라이버시 사이에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어떤 경우에라도 프라이버시 우선 정책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 이석우 대표 “실시간 감청 영장 거부..법적 책임 내가 진다”


이후 묘하게도(?) 이 대표는 아청법 논란에 시달렸습니다. 작년에는 대전지방경찰정에 소환을 통보받았죠.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 위반 혐의로 대전지방경찰청에 소환을 통보 받았습니다. 이유는 폐쇄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카카오 그룹’의 아동청소년 음란물 유포를 사전에 막지 못했다는 혐의인데요. -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 아청법 위반 혐의로 소환통보…표적 수사는 아니다?


불과 11개월 전에 벌어진 일입니다. 작년 12월에 이 대표는 아청법 위반 관련으로 경찰청에 소환이 됐는데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올해 11월에도 이석우 대표는 검찰에 불구속 기소가 됐습니다. 이유는 동일합니다. 아청법 위반 혐의 때문입니다. 결국 그는 카카오를 아예 떠나기에 이릅니다.


‘카카오 성공신화의 주역’ 이석우(49) 전 카카오 대표가 카카오를 떠났다. 미국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던 이 전 대표는 NHN(현 네이버) 법무담당 이사로 재직할 당시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인연을 맺었다. 2011년 카카오에 입사해 김 의장과 함께 국내 대표 메신저 서비스 카카오톡의 성공을 견인했다. 지난해 카카오가 포털업체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한 이후에는 최세훈 다음 대표와 함께 다음카카오 공동대표를 맡았다. - '아청법’ 발목 잡힌 Kakao 이석우 전 대표는 희생양


카카오에 대한 계속적인 압박에 힘겨웠던 이 대표는 결국 완전히 떠나는 길을 택하게 됐습니다. 이를 놓고 '한국에서 태어난 카카오의 원죄'와 같은 분석 기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석우 전 대표가 다음 보금자리로 택한 곳은 중앙일보입니다. 중앙일보의 인터넷판인 조인스(라고 쓰고 골칫덩이라고 읽는다)의 디지털 전략을 총괄하는 것이 그의 다음 업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전 대표는 왜 중앙일보를 택하게 됐을까요. 저는 '미디어'라는 점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가끔 언론사의 기자가 검찰에 기소됐다는 보도가 나오곤 합니다. 이유는 다양한데요. 법적으로 봤을 때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음주운전이나 성범죄와 관련된 일이곤 하죠. 이러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언론사 소속원을 경찰이나 검찰에서 소환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입니다.


굳이 무리해서 '언론탄압'이라는 말을 나오게 할 이유가 없겠죠. 특히 알려진 매체 소속일 경우 더욱 그럴 겁니다.


이석우 대표의 경우는 본인의 잘못이라기보다는, 회사 '카카오'에 대한 법적인 이슈에 대해 대표로서 소환된 상황입니다. 카카오를 벗어난 다음에는 회사의 이슈와는 무관할 수 있죠. #꼬리자르기?_일_수도_있지만.


검경의 입장에서도 언론인을 끌어들이는 게 부담스럽죠. 특히 전 직장과 관련해서 그를 소환한다는 게 쉽지는 않을 겁니다. 이 대표 개인의 측면에서 중앙일보의 디지털 전략을 담당하는 것은 나쁠 게 없죠. 중앙일보 기자 출신이기도 했고요.(그가 92년 입사니... 동기들이 부국장, 국장 라인 정도 되겠군요.)


중앙일보로서도 잃을 건 없는 상황입니다. 미디어들이 계속해서 디지털, 모바일 퍼스트를 외치지만, 지난 1~2년을 돌아봤을 때 큰 실효가 없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도전이 헛됐다기보다는, 플랫폼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점이 큰데요.


그러한 상황에서 대표적인 모바일 플랫폼인 카카오의 전 수장을 합류시킨 것은 미디어 차원에서도 나쁘지 않은 소득입니다. 이석우 대표가 플랫폼 업무를 직접 담당하지는 않았더라도, 관련 네트워크는 탄탄할 테니까요.


임지훈 신임 대표 체제의 카카오에 줄 수 있는 나쁜 영향은 이석우 전 대표가 모두 떠맡은 형국입니다. 카카오로서도 그를 희생양으로 해, 새로운 국면을 준비할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예상대로 안될 수도 있...지만요;


이제 카카오에게 남은 건 제주도와의 다소 미묘한 관계. 임지훈 대표는 해당 지역에서 기자간담회를 여는 동시에 '카카오파머'와 같은 파일럿 서비스를 열었죠. 제주 감귤 관련 콘텐츠로 해당 지역과의 관계를 완화하고자 하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이석우 전 대표의 참으로 고단했을 것 같은 1년에 대해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중앙일보에서는 이 전 대표의 좋은 디지털, 모바일 경륜이 잘 이식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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