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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재석 Dec 31. 2015

총론은 있되 각론이 없는 나라

201​​5년​​을 마​무리하고, 병신년을 맞으며

'혈액형에 따른 성격'을 설명해주는 글은 늘 인기가 많다. 가령 A형은 소심하고, O형은 자기 중심적이며, AB형은 싸이코(...) 등의 분석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 '근거 없는 내용'이라는 반론도 있지만 '재미로 하는 건데, 대충 맞기도 하고'라는 식의 반응이 더 많다.

자신의 혈액형의 특징만 읽고, 그에 공감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소심하고, 이기적이고, 싸이코 기질이 있기에 마련이다. 그런데 세계 인구를 네 종류로 나누고, 그에 따른 성격을 분류해놓으니 공감대가 형성되고, 영향력을 갖는다. 총론이 갖는 힘이다.

기자 생활 4년여 동안, 총론에 입각한 글들이 힘과 공감대를 얻는 모습을 종종 봐왔다. 빅데이터/머신러닝/핀테크/O2O/스타트업 등. 미국발 새로운 트렌드를 알리는 소식이 전해지고, 이에 따른 수많은 평가들이 뒤를 따른다. 대체로 결론은 '패러다임이 급변할 것'이라는 식으로 마무리된다. 혹은, 우리나라의 미래가 걱정된다 정도?

그런 글을 쓰기 싫었다. 총론이 의미가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지금 당장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무엇이고, 나와 똑같은 직장인인 해당 업계 종사자들은 어떠한 상황에 놓였는지를 쓰고 싶었다. 각론을 논하고 싶었던 것이다.

지난 10월부터 시작한 모비인사이드에서 철저히 실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자 노력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선, 쿠팡의 로켓배송, 1조 원 투자와 관련해 갑론을박이 일 때 나는 쿠팡 내부의 구성원들은 어떠한 비전 아래에서 일을 하고 있으며, 어떻게 로켓배송이 구체화되고 있는지를 써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글을 작성했다.

- 쿠팡에 대한 엇갈린 평가…그리고 남은 이야기
- 쿠팡의 로켓배송에 담긴 플랫폼 전략


알리바바에 대한 글도 마찬가지였다. 광군제 때 16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거두었다는 이야기보다는, 과연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러한 광군제의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그러다보니 아이씨비라는 알짜 기업을 만나게 됐고, 중국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게 됐던 모든 이야기를 적어낼 수 있었다.

- 알리바바와 혈혈단신 사업하는 남자…이한용 아이씨비

중국 상하이에서 잠시 한국에 방문했던 몇몇 기업 대표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중국에 대한 편견을 버리자는 내용으로 두 편 글을 작성하기도 했다.

- 당신이 아는 중국이 아니다(上) 속도
- 당신이 아는 중국이 아니다(下) 비즈니스

물론, 써내려간 글이 누군가에겐 여전히 총론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각론을 파고들기 위해 책상앞, 외신 대신 현장에 가 글을 쓰고자 노력했다.

실무, 현장에 대한 이야기를 쓰지 않는다면, 굳이 더 배울 연차에 기존 언론 조직을 나올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총론'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중국 중관춘은 이렇게 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어찌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글들은 여전히 인기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재무제표 숫자로 기업의 현재와 미래를 논하는 글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나는 나만의 길을 갈 것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굳이 모비인사이드에 합류해 도전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병신년에도 그 길을 꾸준히 가겠다.


<메인 사진 출처: 혈액형에 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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