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이커머스…시장에 대한 이해, 맞춤형 접근 필요
2016년 말. 사드 배치 이슈가 발생하면서 국내 중국향 서비스들이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분야의 종사자들에게는 큰 시련의 기간이나 다름없었죠. 사드로 인한 보복 조치가 중국 정부에서 비롯된 것인지 여부를 차치하더라도 말입니다.
당시 모든 영역이 막힌 것은 아니었지만 중국에서 광고, 마케팅은 당분간(이라고 쓰고 무기한이라 읽는다) 중단됐고, 역직구 영역 역시 해관에서 많은 제품들이 거절되거나 묶여있다는 소식도 들려왔습니다. 한국을 방문하려는 단체 중국인들이 관광 규제를 받게 된 후 면세점 매출도 급감하는 결과가 초래됐습니다.
다행히도 19대 대선 이후 새 정권이 들어서면서 중국 정부와 관계 완화의 신호가 이곳저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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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역직구 관련 이커머스 및 물류업계에서도 “상황이 완화됐다”는 평가들이 속속 들려오고 있습니다. 중국 이커머스 및 커뮤니티 플랫폼들에서 한국 제품 광고를 다시 시작했고, 크로스보더(跨境) 통관 역시 C2C나 EMS(국제특송)에 대해서 무조건적으로 막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중국의 문이 다시 열린다니 나쁜 소식은 아닐 것입니다. 자, 다시 시장이 열렸으니 하던 대로 마케팅하고, 제품 소싱하면 되겠죠?
아닙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중국 시장은 사드 이슈를 전후로 다르게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13억(혹은 14억) 인구, 23개 성, 4곳의 직할시. 중국 시장은 거대합니다. 혹자는 ‘중국은 23개의 나라라고 생각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플랫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커머스를 예로 들면 절대 강자는 C2C 영역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갖고 있는 타오바오, B2C 영역에서 총합이 90%에 육박하는 티몰, 징동이 있습니다.
어마어마한 수치죠. 이들이 중국 전체 이커머스 시장의 거의 모든 영역을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입장에서 위의 거두에만 한정지어야 하느냐는 점은 좀 더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허나 중국 크로스보더 플랫폼 점유 비중을 보면 또 다른 양상입니다.
상위 5개의 플랫폼이 15~20% 정도를 골고루 나눠갖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중국 B2C 영역 이커머스 점유율과는 또 다른 상황이죠. 중국은 현재 육아, 뷰티, 패션, 왕홍 등에 특화된 신흥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중국 마케팅 관련 ‘웨이보, 웨이신, 바이두 마케팅’이라는 타이틀의 세미나가 이곳저곳에서 열렸던 게 불과 1~2년 전입니다. 몇차례 가본 기억에는 중국의 대세 플랫폼들에 돈을 지불하기만 하면 자신의 콘텐츠를 13억 인구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식의 신세계가 열릴 것만 같은 환상이 심어지게 되더군요.
허나, 중국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을 한다는 것 역시 어불성설입니다. 내가 홍보하고 싶은 콘텐츠를 중국의 성별, 연령, 소비력, 거주지역, 선호하는 플랫폼 등을 모두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각 요소를 분석해 접근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가령, 중국 시장의 도시별 마케팅 원가는 아래와 같습니다.
요즘 핫한 왕홍의 영역을 봐도 그렇습니다. 단순히 팔로어 100만, 200만의 영향력에 취해서 접근했다가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이야기는 업계 종사자라면 모두가 아는 내용입니다. 중요한 건 최종 구매인데, 뷰가 몇 나오고 동시 시청자수가 몇 나오며, 겉으로 보여지는 팔로어 숫자에 취해 있기 때문에 이러한 모순이 발생합니다.
마케팅 서적을 사서 볼 때마다 머릿말에 세밀화한 타깃팅의 중요성은 빠지지 않더군요. 하물며 실전에서 그 기본을 지키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아이리서치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한국 제품의 선호도는 미국, 일본에 이은 3위입니다. 하지만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같은 해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인 쌍11절에서 제이준이 마스크팩 판매량 1000만장 초월, 스킨케어 1위를 한 성과를 제외하고서는 전자제품이라든지 다른 카테고리의 품목들은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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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이슈가 본격 영향을 주기 이전의 한국 제품의 위치 역시 그다지 녹록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는데요. 사드 이후에는 기존의 위치를 지키기조차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평가들이 지배적입니다.
<참고> 통계청에서 '온라인쇼핑 동향' 데이터 관련 2017년 1분기 현황만 발표한 상황이라 2분기를 지켜봐야 사드 이슈로 인한 타격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됩니다.
상황이 안좋을수록 정밀한 타깃팅이 더욱 빛을 발합니다. 제조사의 제품을 원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플랫폼을 파악해, 고객들이 원하는 문법으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가령, 국내 인플루언서 커머스 플랫폼인 서울스토어의 경우 이미 중국의 대표격 왕홍 커머스 루한을 통해 상품 공급 및 콘텐츠 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중국의 온라인 패션 플랫폼인 한두이서와 콘텐츠 제휴를 통해 중국 소비자들의 문법에 맞는 접근을 하고 있습니다.
소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들이 바로 파트너(에이전시)들입니다. 국내에서는 파트너 라고 하면 외주 업체로 치부되는 경우가 잦은데요. 중국 기업에 파트너가 갖는 의미는 그 이상의 동반자의 위치에 있습니다.
알리바바에게 현지 파트너사란 단순히 사업적 이익을 위해 함께하는 기업이 아닌 자신들의 생태계를 이루는 구성원이자 삶의 동반자와 같은 존재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풍부한 현지 자원을 갖고 있는가, 같은 곳을 보며 함께 나아갈 수 있는가와 같은 기본적인 사항에 대한 고려 뿐만 아니라 보다 다양한 부분을 살피며 파트너 선택에 더욱 신중을 기합니다. 사업 파트너가 아니라 결혼 상대를 고르는 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때도 있죠. — 중국 핀테크의 거두, 그들에게 한국시장이란?
결국, 중국 시장을 표면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무에서 부딪치며 깊이 있는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업체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령 알리바바 생태계 기반으로 중국 역직구를 하고자 한다면 알리페이&차이냐오 공식 파트너사인 아이씨비에 문의를 해야 하고, 파편화된 이커머스 플랫폼들을 파악해 전략적으로 접근하려면 요즘 모구지에, 라마방, 모차, 러에코 등 중국 이커머스&마케팅 플랫폼들을 수집(?)하고 다니는 투에이비와 같은 에이전시를 만날 필요가 있겠죠.
정리하면, 중국의 이커머스, 마케팅 플랫폼들은 파편화, 수직화의 과정을 겪고 있으며, 한국 제품의 영향력은 과거와 같지 않습니다. 이제는 중국 소비자의 문법에 맞는 방식의 콘텐츠 전달, 제품 판매를 하는 곳들에 승산이 있습니다.
사드는 변화의 변곡점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