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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재석 Jun 20. 2017

2017 징동 618절을 읽는 3가지 포인트

쌍11절 대항한 전략적 승부: 신 기술과 새로운 트렌드

618. 중국 2대 기업고객간(B2C) 이커머스 플랫폼 징동상청(이하 징동)이 매년 할인 행사를 여는 날입니다. 중국에서는 11월에 쌍11절(광군제)이 있다면 6월에는 618절이 있다고들 하죠.


올해 6월 18일에는 징동 뿐만 아니라 궈메이, 쑤닝, 아마존중국, 1하오디엔, 웨이핀후이(Vip.com), 심지어 알리바바의 티몰까지 할인 행사를 열었습니다. 징동의 발표에 따르면 618 행사의 총 거래액은 1199억 위안, 판매 건수는 7억 건에 이르렀습니다. 작년 티몰에서 진행한 쌍11절(双十一)의 1207억 위안에 살짝 못 미치는 수준이죠.


‘눈속임’이 있긴 합니다. 쌍11절은 하루만에 1207억 위안을 팔아치운 어마어마한 행사입니다. 허나, 징동의 618은 5월 25일부터 약 한 달 간 판매하는 콘셉트죠. 1199억 위안이라는 수치는 6월 1일부터 18일까지 총 18일간 거래된 금액 전체를 의미합니다.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행사는 아니라는 거죠.


저는 (매우 늦었지만) 지난 2015년에 징동의 면면을 처음으로 접했습니다. 그해 코엑스에서 징동의 류창동 창업주(회장)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발표를 한단 소식을 듣고 쫓아갔는데요. 당시 지나가던 류 회장을 붙잡고 이것저것 물어보는 도중 직접 매입한 SKU(Stock Keeping Unit) 비중이 60%를 넘었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류창동 징동 창업주에게 받았던 명함


징동은 최근 몇년 사이 티몰에 필적하는 이커머스 플랫폼 중 하나로 시장에 자리를 잡습니다. 평가는 각각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전자제품은 우위고, 그외 화장품 같은 뷰티 용품에서는 밀린다고 합니다.


어차피 징동의 618 할인 행사에 대한 수치적인 기록들은 많이 쏟아지고 있을 테니, 여기서는 이 행사를 둘러싼 이야기에 대해 네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 왜 하필 징동은 6월 18일에 할인 행사를 여나?

징동이 6월 18일에 행사를 여는 데에는 회사의 설립과 연관이 깊습니다. 1998년 6월 18일. 류창동 회장은 베이징 중관춘에서 전자제품 판매 쇼핑몰 360buy닷컴을 만듭니다. 이후 360buy닷컴은 징동으로 불리다가 2013년에 이르러 JD닷컴으로 공식 개명하게 되죠.


618 행사는 2010년부터 시작합니다. 핵심은 파격가죠. 징동의 정체성이 전자 제품에 있다보니, 이를 중심으로 할인 행사를 진행합니다. 매년 행사의 슬로건은 아래와 같습니다. 바이두 백과를 인용해 정리합니다.


2010년: “게임을 하면서 토큰을 얻자(玩游戏,得令牌)”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게임하듯 제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경험을 불러 일으켰다. “늦게 구매하면 늦게 도착하고, 가격이 비싸져” 및 “미친 듯한 소비”, “제품을 사면 쿠폰이 바로” 등의 메시지들도 던졌다.

2011년: “징동 618, 미친듯이 돌격하는 6월”이란 슬로건으로 6월 내내 행사를 진행했다. 대형 및 소형 가전제품, 컴퓨터, 휴대폰과 같은 디지털 제품이 주였다. 특히 18시간 동안은 수많은 제품들의 가격을 50%로 낮추기도 했다.

2012년: 컴퓨터 제품 50% 할인, 가전 제품 52% 할인과 같은 파격 할인을 진행했다. 9위안 USB, 99위안 프린터, 199위안 모니터, 999위안 컴퓨터, 2999위안 울트라북 및 아이폰은 2999, 3999위안에 판매하는 파격 행사를 벌였다.

2013년: 징동은 1만곳의 브랜드를 618 행사에 올려서 파격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오디오북의 경우엔 90% 할인 및 200위안 이상 구매시 50위안 할인, 300위안 이상 시 100위안 할인 등의 혜택도 선보였다.

2014년: “제품을 엎어, 하나도 남기지 않는다(购物大趴,全品省不停)”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외장 배터리 및 건강식품류 1위안 선착순 판매, 199위안 이상 구매시 80위안 환급 등의 파격행사를 벌였다.
2015년: 5월 25일부터 6월 20일까지 1달 동안 테마를 나눠 행사를 진행했다. 스마트 기기, 아동 가전 제품, 의류, 기타 전자 기기 등을 시기에 맞춰 파격 할인했다.

2016년: 글로벌 제품을 소싱한다는 콘셉트로 34개국, 400곳 기업의 제품을 징동의 플랫폼 위에 올렸다. 6월 1일에서 6일까지는 전자제품을 61.8위안부터 선착순 판매를 했으며, 7일부터 9일까지는 가전 제품을, 10일에서 13일은 저가형 정품, 14일에서 17일은 의류 및 가구를 판매했다.


여기까지 본다면 618은 쌍11절 천하에서 틈새를 노리는 파격 할인 행사에 그치고 말 것입니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징동의 이번 행사에는 몇가지 포인트가 더 있습니다.


▍물류 실험…차이냐오 ‘14분 배송’에 대항하는 징동

대형 행사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물류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쌍11절 같은 행사에서 왕홍들이 수천~수만개의 제품을 팔아치웠지만 물류가 뒷받침되지 않아 한 달 뒤에 배송이 됐다는 건 업계에서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올해 징동 618의 첫 1시간 내 거래액이 전년에 비해 250% 증가했습니다. 거래액이 증가했다는 것은 곧 플랫폼이 감당해야 할 물류의 부담 역시 급증했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징동이 작년 인수한 물류 플랫폼 다다의 발표에 따르면 6월 18일 당일 주문량은 400만 건이며, 일평균 300만 건의 특급 우편이 발송됐습니다. 다다는 이를 감당하기 위해 300만 명의 배송 기사풀을 구축해 360곳 도시, 80만 판매자, 3000만 이용자에게 제품을 배송했습니다.


물류의 위력은 작년 쌍11절 알리바바가 이미 보여줬죠. 당시 베이징 차오양구에 거주하는 구매자가 14분 만에 제품을 배송받았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다소 이벤트 성격이 강하긴 하지만 알리바바의 물류 플랫폼인 차이냐오의 강력함을 보여주기엔 충분했습니다.


그래서 징동도 준비했습니다.


징동은 618에서 ‘헤이커지(黑科技; 블랙 기술. 인류 역사상 최고의 기술, 인류가 풀 수 없는 기괴한 것을 일컫는다)’ 기반의 물류·배송 체계를 선보였는데요. 이른 바 ‘무인 배송’입니다.


- 관련 기사: 중국 電商 2인자 징둥 ‘618’, 세계인의 쇼핑축제로(뉴스핌)


인민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산시성 시안에 거주하는 싱모씨는 오전 10시 15분에 제품을 주문했는데, 징동의 무인차가 제품 배송을 해줬습니다. 추싱더이이(出行的意义)가 바이두 바이쟈하오에 게재한 칼럼에 따르면 무인차는 23분 만에 15km를 이동하며 징동 앱, 모바일 메시지를 통해 제품의 배송 상황을 고객에게 전달합니다.


징동의 무인차


단순히 배송의 측면에서만 기술력을 보여준 건 아닙니다. 스마트 물류 창고의 역할 또한 두드러졌습니다.


중국 인터넷 미디어 Donews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징동이 운행하는 물류체인 한 라인이 시간 당 처리하는 물량이 1만5000건에서 2만4000건입니다. 과거 물류센터 인력이 해오던 물량의 74.1%를 담당하죠. 광저우 물류 센터에서 618 기간 담당하는 물류랑은 최대 일 100만 건에 다다릅니다.


-관련 기사: 京东618了,包裹到你手中,到底经历了多少“黑科技”?(Donews)


이밖에 징동의 물류센터를 상징하는 세 종류의 시간이 있습니다. 60초, 5초, 3분인데요. 설명인즉슨 아래와 같습니다.


-60초. 무인 AGV(Automation Guided Vehicle) 기기가 물류 창고와 화물 수납장 사이 수백미터의 거리를 이동해 제품을 자체 선별하고 집하하며, 제품 분배 구역까지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
-5초. 자동 포장 설비가 제품을 포장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 이 기기는 2초만에 제품의 크기, 종류를 측정하고 포장을 실시한다.
-3분. 고객의 배송 정보를 부착하고, 분류 시스템으로 보내어 동일 목적지에 도달하는 소포의 합류지점에 보내고, 차량에 올리는 데 걸리는 시간.


징동의 AGV 기기가 물류센터에서 화물 모듈을 통째로 운송하고 있다.


▍온오프라인 결합

징동의 618 행사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입니다. 이는 단순히 모바일에서 오프라인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모바일(온라인)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플랫폼이 오프라인 영역에 매장을 세우고 서비스의 경험을 확장하는 데까지 이릅니다.


이번 618에서는 징동과 제휴된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할인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이를 위해 오프라인 매장 1700곳과 제휴를 했는데요. 징동의 류창동 회장은 행사를 시작하면서 다음과 같이 강조를 했습니다.


“올해 618의 불같은 기세는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도시에서 시골로, 브랜드에서 소비자로 향해 갈 것입니다. 618은 징동의 생일이자 전국민의 명절이 됐는데요. 각 사람들이 이에 참여해 중국 경제의 앞길을 열게 될 것입니다.”


하나 더. 주목할만한 키워드가 있습니다. 바로 월마트와 징동의 합작인데요. 두 회사는 6월 18일 선전 지역에 오프라인 매장을 만들었습니다. 리엔샹왕(联商网)의 보도에 따르면 징동은 플랫폼의 빅데이터를 이용해 오프라인 지역의 80허우, 90허우 소비자 성향을 파악하고, 전자제품(3C) 위주의 제품을 배치한 형태의 매장을 세웠습니다. 이 매장에서는 가상현실(VR) 기기를 통한 제품 구매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월마트가 지난 해부터 징동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현재는 12.1%까지 갖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마존이 오프라인으로 진격하면서 월마트가 수세에 몰릴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인데요. 중국 대륙에서는 또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정리하면, 중국 최대 할인 행사는 6월 18일에 열리는 게 아니라 11월 11일 알리바바의 티몰에서 진행됩니다. 1199억 위안이라고는 하지만 19일 간 판매총액일 뿐. 징동은 일일 판매량에서 하루에 1207억 위안 팔아치우는 알리바바의 상대가 되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것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겠죠.


징동이 8년째 진행하고 있는 618절의 핵심 키워드는 플랫폼으로서 징동이라는 리브랜딩이란 생각도 듭니다. 즉, 새로운 기술, 온오프라인 결합이란 키워드들을 시장에 던지면서 6월에 열리는 행사는 단순한 할인 행사 이외의 것들이 있다는 인식을 주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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