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 왜곡, 거짓 보도 등등…
중국 미디어와 언론 하면 떠오르는 몇가지 선입견이 있습니다. 과거 중국 소식을 전하는 국내 미디어들 역시 미국이나 일본의 보도를 재번역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바로 신뢰의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특히나 정치적인 이슈에 대해서는 특정인의 사진이나 이름을 보도에 담는 것조차 제재를 받는 정도인데요. 이러다보니 중국 미디어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쉽지가 않았습니다. 그 사이, 중국 미디어의 판이 크게 변했습니다. 인터넷을 거쳐 모바일화된 중국의 미디어들은 기존 신문사와 1인 미디어 개인을 아랑곳하지 않고 우수한 콘텐츠만이 시장에 자리잡는 구조가 완성됐습니다.
얼마 전 만났던 중국 1인 미디어 기자와 저녁 늦게 이야기를 나눴던 적이 있는데요. 이 친구가 갑자기 기사를 써야 한다며 노트북을 열었습니다. 그러더니 웹 창을 10개쯤 열고 토우탸오, 바이두 바이하오, 이디엔즈쉰, 위챗 공공계정의 기사 작성 페이지(어드민)를 열고 자신의 기사 내용을 복사 및 붙여넣기 하더군요.
언뜻 보기에 중국의 1인 미디어들은 회원수가 1억 5000만~11억에 달하는 대형 뉴스 플랫폼들에 완전히 종속돼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휘둘리지 않습니다. 최소 DAU(일일 활성 이용자) 수십만의 충성 독자들이 플랫폼에 구애받지 않고 그를 따르기 때문이죠.
위의 콘텐츠 배포 및 수익 분배 구조도에서도 엿볼 수 있듯 자신이 갖고 있는 영향력 및 충성 이용자들을 기반으로 뉴미디어 플랫폼에 트래픽을 주고, 이에 따른 유료 콘텐츠 및 광고 수익, 오프라인 활동(콘퍼런스 등)에 따른 수익을 분배받습니다. 즉, 중국 미디어 생태계는 뉴미디어 플랫폼이 콘텐츠 유통 경로를 쥐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주도권은 플랫폼이 아닌 각각의 플레이어에게 있습니다. 이는 뉴미디어 플랫폼의 출현 배경과 궤를 같이 합니다.
과거에는 중국 역시 기성 콘텐츠(뉴스) 플랫폼들은 미디어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콘텐츠를 배포해왔습니다. 독자의 입장에서 필요하지 않거나 저품질의 콘텐츠라고 하더라도 상단에 배치가 됐습니다. 토우탸오나 이디엔즈쉰 같은 뉴미디어 플랫폼들은 특정 미디어에 편중하지 않고 우수한 콘텐츠 수급을 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했기 때문에 콘텐츠를 중심으로 플랫폼이 구성되는 구조로 바뀌게 됐습니다.
이에 따라 콘텐츠의 성격과 수준에 따라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하게 됩니다. 이제는 미디어뿐만이 아니라 지식 자체를 공유하는 것이죠. 그 사이에 즈후, 펀다와 같은 서비스는 전문가와 독자의 1대1 매칭 유료 서비스를 만들면서 각각 시장 가치 1조, 1000억 원에 이르는 대형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기에 이릅니다.
위의 다양한 플랫폼들과 콘텐츠를 만드는 개개인이 성장할 수 있던 배경은 역시 ‘돈’입니다. 중국에서는 각 콘텐츠에 돈을 지불하거나, 제작자에게 현금성 상품(打赏)을 선물하는 것이 이미 자연스러운 행동이 됐기 때문에 가능한 현상이죠.
핵심 요인 중 하나는 간편 결제입니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커라오루이(克劳锐)의 ‘2017년 1인미디어 지식 유료화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유료 결제 이용자의 결제 서비스 분포는 알리페이, 위챗페이, 유니온페이 순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중국은 지난 2004년 알리페이 등장 이후 모바일에서 제품 구매, 송금 등을 원터치로 할 수 있는 결제 환경이 구축돼 있는데요. 모든 미디어 플랫폼에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를 통한 결제 모듈이 설치되면서 콘텐츠 역시 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유료 결제가 보편화 된 이유에는 편리한 결제 수단만이 있는 건 아닙니다. 중국 젊은 세대가 콘텐츠에 대해 투자하고 있다는 측면도 감안해야 합니다.
월 수익이 50만~140만원 정도인 사회 초년생들이 월간 수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선뜻 내고 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중국 테크 전문 미디어 36커는 ‘중국 유료 지식 콘텐츠의 과거, 현재, 미래’ 분석 글을 통해 아래와 같이 분석했습니다.
“유료 지식 콘텐츠는 유료 플랫폼의 발전과 요금 지불 방식의 편리함, 중국 중산층 및 준 중산층의 높은 교육 수요에 힘입어 발전할 수 있었다. 유료 지식 콘텐츠의 본질은 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의 지식을 타인과 공유하고 싶어 하게끔 만든다는 것에 있다. 유료 지식 콘텐츠는 시장 원리와 편리한 인터넷을 통해 정보에 접근하는 최적의 방식이다. 미래의 유료 지식 콘텐츠 사업은 하나의 독립된 사업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고 있는 여러 정보 서비스들이 온라인 서비스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사람들은 정보를 생산하고 정보 획득의 방식이 오프라인에서 온, 오프라인의 결합으로 전환되어 일대다 서비스에서 다수의 사람이 다른 다수의 사람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모델로 바뀔 것이다. 최종적으로는 교육업, 출판업, 광고업, 카운셀링 등 정보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모든 사업 영역을 하나로 묶는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중국 미디어 생태계가 우수한 콘텐츠와 그렇지 않은 저품질 콘텐츠가 확연하게 구분돼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습니다. 돈을 내고 접할 수 있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가 분명하다는 것인데요. 단순히 ‘좋은 글’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비즈니스적인 네트워크까지 확장시키고 있는 셈입니다.
최근 지인에게 ‘중국 (전통) 미디어의 광고 비중이 10%가 채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약간의 충격을 받았습니다. 광고가 아니면 전통 미디어가 어떻게 수익을 내느냐고 되물었는데요. 글로벌 기업과 중국 기업을 매칭해주거나 컨설팅해주면서 컨설팅 비용을 받는다고 하더군요.
이는 기존 미디어의 역할이 ‘전통 광고’에서 벗어나 ‘전문가 조직’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일 것입니다.
오히려 기존의 광고는 실제 이용자들에게 영향을 주는 1인 미디어들에게 향하고 있습니다. 중국 미디어 반다오왕에서 중국 대표격 1인 미디어이자 작가인 미멍(咪蒙)을 인터뷰했는데요. 대화 내용의 일부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기자: 온라인에서 알려지기로 당신(미멍)의 위챗 공공 계정의 팔로어는 600만을 넘었고, 각 콘텐츠의 뷰 숫자는 가볍게 10만을 넘겼으며, 공공 계정 플랫폼에 광고단가는 40만 위안부터 시작하며 월 수익은 30만에서 500만 위안까지 이른다고 들었는데, 이게 맞는 건가요?
정리하면, 기존 미디어 콘텐츠 플랫폼의 레거시를 부수고 나온 뉴미디어 플랫폼의 등장은 콘텐츠를 쥐고 있는 개인과 조직의 힘을 더 강하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그 배경으로는 중국 이용자들의 콘텐츠를 향한 ‘경험’ 자체가 바뀌었다는 점이 가장 유력합니다. 기존 미디어는 그간 확보해온 네트워크와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컨설팅으로 확장하고 있으며, 1인 미디어와 뉴미디어들은 그 사이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콘텐츠는 점차 지식화되고 있으며, 깊이와 수준에 따라 철저히 나눠진 가격으로 시장에 자리잡게 됐습니다. 미디어 패러다임 변화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환경을 만든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