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상장폐지
ETF 시장이 빠르게 몸집을 키우면서, 이제는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장에 상장된 다수의 ETF가 소규모·저유동성 상태에 머무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5년 기준 국내 ETF 시장의 총 순자산은 297조 원을 돌파했지만, 유사한 테마와 구조의 ETF가 잇따라 출시되며 차별성이 희미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른바 ‘조방원(조선·방산·원전)’ 테마 ETF다.
운용사들은 조선, 방산, 원전을 각각 테마로 내세웠지만, 실제 편입 종목을 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HD현대중공업, 두산에너빌리티 등 핵심 종목이 대부분 겹쳤다.
양자컴퓨팅 ETF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IBM,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빅테크 기업과 일부 양자 관련 종목 중심으로 포트폴리오가 구성되며 ETF 간 차별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순자산총액 50억 원 미만 ETF는 35개에 달한다.
규정상 ETF는 상장 후 1년이 지나도 순자산총액이 50억 원을 넘지 못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며, 이후 6개월 내 개선되지 않으면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실제로 지난해 상장폐지된 ETF는 약 50개에 이른다.
ETF가 상장폐지되더라도 투자금이 즉시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상장폐지가 결정되면 일정 기간 정리매매 절차가 진행되고, 이후 ETF는 청산 절차에 들어간다.
청산 과정에서는 ETF가 보유한 주식·채권 등 기초자산을 매도한 뒤, 기준가(NAV)를 기준으로 현금으로 환급된다. 투자자는 보유 수량에 따라 청산 금액을 돌려받게 된다.
다만 순자산 규모가 작고 거래량이 적은 ETF의 경우, 정리매매 기간 동안 괴리율이 확대되거나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테마가 약화된 시점에 청산이 이뤄질 경우, 투자자는 충분한 수익 실현 기회를 얻지 못한 채 포지션을 정리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ETF 투자 시에는 단기 테마 여부뿐 아니라 지속적인 자금 유입 가능성, 유동성 수준, 상장폐지 요건 충족 여부를 함께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끗 Note
ETF 시장은 이제 아이디어 경쟁의 단계를 넘어섰다.
중요한 건 테마의 참신함이 아니라,
• 지속 가능한 자금 유입 구조
• 충분한 유동성
• 명확한 차별화 전략이다.
비슷한 포트폴리오를 쪼개듯 나열하는 ETF 출시는 단기 트렌드는 따라갈 수 있어도, 시장 신뢰를 키우긴 어렵다.
ETF가 많아진 만큼, 선별의 책임은 점점 투자자에게 더 크게 넘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