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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an 26. 2021

그곳에 가면 작아지는 사람들

#63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

우리는 언제쯤 행복해할까..?!!



하니는 조금 전 귀티 나는 풀꽃의 마중을 받으며 꽃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우리네 삶에서 꽃길을 걷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돌로미티 산중에서 꽃길을 따라 걷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용케도 그곳에 가면 꽃길이 길게 이어질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는 듯하다. 무심코 지나치는 듯 곁눈으로 훔치고 다닌 것 같은 모습이 기다랗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뜨레 치메 디 라바레도가 한눈에 조망되는 첫 번째 코스의 정상에 도착했다. 이곳에서부터 두 번째 쉼터까지 이어지는 여정을 통해 돌로미티의 백미를 보게 될 것이다. 이 산중에서 내려다보면 사람들이 개미만 하다. 

   


   지난 여정 사람과 꽃길 편 끄트머리에 이렇게 썼다. 세상을 호령하던 조물주의 후예(後裔)들의 실상은 이런 모습이다. 대자연 앞에만 서면 한 없이 작아 보이는 것이다. 어디 비교할만한 게 없다. 그냥 작은 돌 하나 먼지 한 톨에 불과한 모습이다. 그런데 집으로 다시 돌아가면 사정이 확 달라진다. 특정인을 중심으로 사회질서가 만들어지고 지위가 부여되면서 약육강식의 피라미드 꼭대기에 올라서게 되는 것이다. 세상 만물의 꼭대기에 인간이 자리 잡고 있는 것처럼 사회의 조직에도 질서가 유지되고 있는 것. 인간의 갈등은 이때부터 시작된다.



그곳에 가면 작아지는 사람들



리푸지오 라바레도 쉼터를 내려다 본 풍경이 새롭다.


우리가 지나온 여정을 돌아보니 리푸지오 라바레도 쉼터가 점점 더 멀어지면서 사람들의 크기도 점점 더 작아지고 있었다. 고도가 조금 더 높은 곳에서 바라본 산중의 모습은 가히 절경이다.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산중은 축제장처럼 변하고 있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할지라도 이곳 뜨레 치메 디 라바레도의 등산로(한 때 군사용 도로)는 경사가 완만하여 남녀노소 누구나 다녀갈 수 있는 것이다. 반면에 이곳에 발을 디딘 사람들은 우뚝 솟아있는 거대한 암봉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우러러보게 된다. 상대적으로 매우 왜소한 당신과 비교해 봤을까.. 


쉼터에서 머물다간 사람들의 모습이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무척이나 아름답다.


   서기 2021년 1월 26일 새벽(현지시각)에 우리가 다녀온 돌로미티 여행 사진첩을 열어보면서 문득 우리 이웃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표정이 행복해 보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뒤섞여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어떤 분들은 노골적으로 자신의 불행을 말하면서 절망하는 모습도 발견된다. 

불행과 절망을 말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늘 상대와 비교하는 습관을 지닌 사람들이었다. 물질적으로 풍족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외모까지 남들과 비교하며 당신의 불행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지나칠 정도로 자기 자랑에 빠진 사람들도 만나게 된다. 그들 또한 당신의 처지를 남들과 비교하며 우쭐대는 것이다. 


우리가 온 길을 뒤돌아 봤다. 기막힌 비경을 뒤로 하고 산행에 나선 사람들.. 조금 전 우리의 모습이다.


이런 풍경들은 우리 사회의 피라미드와 무관하지 않았다. 나는 사장이고 나는 중역이며 나는 부장이고 나는 팀장이며 나는 졸개여서 각각이 처한 상황에 걸맞은 이야기들이 커뮤니티를 도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정은 오프라인에서도 다르지 않다. 

서울에 살 때 집에서 가까운 청계산 등지로 산행을 나서면 그곳은 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곤 했다. 이미 퇴직을 한 마당에 한 직장에 다니던 선후배 혹은 직급별로 나뉜 사람들이 한 무리가 되어 산행을 하는데 이때까지도 위계질서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뜨레 치메 디 라바레도에 다가서면 설수록 장엄한 모습.. 조물주가 빚은 작품은 위대하다.


그들은 상대를 부를 때 늘 호칭을 사용하고 있었다. 사장님 전무님 상무님 부장님 혹은 김 과장 박 팀장 이 대리 등으로 부르며 산길을 오르는 것이다. 그다음에도 똑같은 풍경이 이어진다. 정상 부근에서 도시락을 까먹으면서도 조직의 관행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직장에서 묻어난 풍경이고 학연 지연 혈연은 물론 흡연까지 가세하는 꼴불견이 오프라인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참 질긴 인연이자 웃기는 풍경이다. 


거대한 암봉 곁으로 한 여행자가 다가섰다. 대자연과 우리의 모습..!


사정이 이러하면 조직에서 이탈하면 되지 않을까. 그게 쉽지 않다. 조직을 이탈하는 순간부터 존재감도 사라지는 한편 한 없이 작아지는 당신의 모습을 만나게 되는 것이랄까. 나는 왜 금수저로 태어나지 못했는가.. 나는 왜 4대 문 안에 있는 대학을 졸업하지 못했는가.. 나는 왜 여태껏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알바 삼매경에 빠져있는가.. 등등 남자 사람들이 가지는 어두운 풍경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잠시 돌로미티의 요정 곁에서 쉬었다 가기로 했다. 풀꽃들의 환호가 난리가 아니다. 

-안녕, 반갑구나. 아이들아..! ^^ 

-(안넝하때요 숙모님 아떠찌. 방가워요.ㅋ ^^


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돋보기를 여자 사람 쪽으로 들이밀면 상황은 보다 더 심각해진다. 그때부터 남자 친구는 물론 남편을 들들 볶는다. 돈이 원수가 되는 것이다. 이게 조금 더 심각해지면 새끼들까지 욕을 먹게 된다. 지애비를 쏙 빼닮은 새끼들까지 미워지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살림살이나 형편이 좀 나아질까.. 보다 더 행복해질까.. 


정상에 다다르니 거대한 암봉을 담고 있는 사람들..


아마도 시간이 가면 갈수록 불평불만이 우울모드를 만들어 갈 것이다. 이런 일이 지속되면 매우 나쁜 결과를 낳게 되므로 당신이 그런 모습이라면, 한시라도 빨리 하루라도 빨리 나쁜 습관으로부터 멀어져야 한다는 게 나의 오랜 생각이다. 그건 조물주가 바라던 모습과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천지만물을 다 만들어 놓고 남자 사람을 만들고, 다시 여자 사람을 만든 연후에, 쉼을 얻은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생물이 남자와 여자가 아니었던가.. 이런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들이 없다. 그런데 나의 처지가 이웃에 비견되며 거울에 비친 당신을 초라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분들에게 산행을 권유해 드린다. 


그들은 무엇을 본 것일까.. 암봉 곁에 다가선 한 여행자의 작은 모습이 나의 모습이다.


나의 브런치에 기록되고 있는 돌로미티 여행 등 여행기 속에서 만날 수 있는 풀꽃들이 당신의 존재감을 일깨워줄지도 모른다. 그들은 조물주 보시기에 반드시 필요했던 것으로 그들의 삶에 나를 비추어보면 내가 얼마나 귀한 존재이며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넌지시 깨닫게 되는 것이다. 나 스스로 잘난 맛에 살다가.. 발 밑에서 살아가고 있는 그들의 삶을 보면 하찮아 빠진 것들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그들도 이웃이라고 생각하면 사정이 200% 달라진다. 그들이 세상에 꽃잎 하나를 내놓을 때까지 걸리는 과정을 아는 사람은 흔치 않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씨앗 하나가 바람에 날려 어디론가 떠돌다가 가장 적절한 장소를 만난 다음.. 적당한 볕과 바람과 습기 등을 머금고 작고 여린 싹을 내놓을 것이다. 


저 멀리 다른 길을 선택한 여행자를 바라보고 있는 돌로미티의 풀꽃이 하늘의 별을 닮았다.


그때부터 이들의 삶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할 정도로 기적적인 삶을 살아가게 된다. 낮에는 해처럼 밤에는 달처럼 해님도 달님도 없으면 별님을 벗 삼아 살아가고.. 어떤 때는 비에 흠뻑 젓고 바람에 몸이 날아갈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기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운명을 결정짓는 나비와 벌을 만나야 다음 생을 겨우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누가 봐주는 것도 아니다. 돌로미티 산군에 무리 지어 살지만 사람들의 눈에 띄는 풀꽃은 몇이나 될까.. 


숨은그림 찾기.. 우리 인간의 현주소를 말하는 것일까.. 크기로 세상이 가늠되는 것은 아니다.


산행이나 여행을 통해 만나게 되는 풀꽃들이 아름답게 보이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대화를 나누는 것도 이런 까닭이 숨겨져 있다. 하물며 조물주의 후예들은 어떤가.. 어느 날 단 몇 초 만에 눈이 맞아 만난 남자 사람과 여자 사람이 복잡한 과정을 거쳐 사랑을 나누고 결혼을 한 이후 한 생명을 낳게 된다. 솔직히 말하면 두 사람이 만들어낸 아이가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며, 아이들이 어디에서부터 비롯되었는지 알기나 할까.. 


비록 우리의 개체는 미미하지만 신의 섭리 마지막이 깃든 최고의 생물이자 신의 그림자이다.


그저 내 몸에서 태어났으니 '내 새끼'일뿐 조물주의 계획에 없었다면 모성애를 알 수도 없는 사람들이며, 그의  아버지 조차 어리둥절해할 것이다. 그가 기여한 건 매우 단순한 행동이 전부였기 때문이랄까.. 이렇듯 귀한 존재로 태어난 사람들이 날이면 날마다 비교우위를 점하기 위해 몰두하는 동안 불행의 나락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 중에 나까지 포함되었으므로 이웃들의 사정을 조금은 헤아리게 된 것이랄까..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산길을 걷거나 정상에 서면 하나같이 똑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산이 마음에 입은 나의 생채기를 무한 보듬어 주며 다독거리는 것이다. 돌로미티의 거대한 암봉 때문에 작아 보이는 사람들의 실상은 암봉에 가위눌린 게 아니라 나의 존재감을 일깨웠기 때문 아닌가 생각해 보는 것이다. 


아름다운 자연이 신의 그림자이면, 우리는 신의 그림자를 누리는 복 받은 사람들이자 신의 후예들이다. 행복을 누리는 데는 조건이 없다. 무조건 행복해야 한다. 조물주가 우리에게 부여한 특권이다.


암봉은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 세월이 얼마만큼 되는지 아는 사람은 흔치 않다.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관련 연재 글에 돌로미티 산군이 형성된 시기는 대략 7천만 년 전으로 거슬로 올라간다고 말한 바 있다. 우리 인간이 계수할 수 없는 까마득히 먼 시간부터 지금까지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세 암봉 아래서 감동에 빠져들거나 작아지는 것도 그 때문 아닌가.. 


조석으로 변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달리 변함없이 우뚝 솟아있는 당당함이 이곳을 찾은 사람들을 보듬고 있는 것이다. 비교우위에 빠져들며 불행과 절망을 말하기 전에 당신의 현주소를 돌아보면 조물주의 놀라운 계획을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세상을 품을 수 있는 드넓은 가슴을 지닌 것이다. 가슴을 열고 세상을 바라보면 그곳에서 천국이 발견된다.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은 계속 이어진다. 


Documento di 19 notti nelle Dolomiti_TRE CIME DI LAVAREDO
Scritto_il 26 Genna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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