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리아해의 착한 해돋이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6월

by 내가 꿈꾸는 그곳

일상이 따분하신 분들을 위한 차분하고 착한 풍경들..?!!



서기 2021년 6월 8일 새벽 5시(현지시각),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방파제를 향해 출발했다. 코로나 시대로 인해 집콕이 일상이 되면서 나태해진 몸을 깨우며 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독자님들은 잘 아시겠지만 하니와 내가 이곳에서 운동 겸 산책을 하는 곳은 크게 두 군데로 바를레타 내항을 보호하고 있는 방파제 쪽과 5킬로미터가 더 넘게 길게 뻗어있는 해변의 산책로이다. 주로 해변의 산책로를 이용하지만 가끔씩은 방파제 위를 애용하는 것이다. 그곳에 서면 아드리아해를 굽어볼 수 있는 적당한 높이가 형성되어 있어서 가슴이 탁 트인다. 집에서 5분 남짓이면 도착하는 그곳에서 자칫 따분해질 수 있는 일상을 깨우는 것이다.


영상, BARLETTA, L'ALBA DEL MARE ADRIATICO_참새가 깨우는 새벽 바다




그곳으로 가는 길목에는 오래된 소나무 가로수가 줄지어 서 있다. 희한하게도 소나무만 만나면 우리나라가 생각나는 것이다.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소나무의 원산지는 대한민국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그곳에 깃든 참새들의 울음소리 조차 똑같다.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녀석들의 수다와 함께 바닷가에 도착한 즉시 담은 풍경을 영상에 담았다. 아직은 이른 새벽, 바다로 가는 길에는 인적이 없었다. 멀리 내항 입구에는 등주와 등대의 불빛이 여명을 깨우고 있는 조용한 풍경들..



아드리아해의 착한 해돋이




저만치 항구 입구 좌측에 서 있는 등대가 불을 반짝이고 있는 가운데 바람은 살랑거리며 불고 있다. 바다는 얼마나 착한지 호수를 닮았다. 하니가 한국으로 떠나기 전에는 이곳 바닷가에서 등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만조 때가 된 바다는 정중동.. 바람이 없었다면 바다와 하늘은 여전히 늦잠에 들었을 것이다. 이날 아침 해돋이 시간은 새벽 5시 25분으로 발품을 부지런히 팔아야 아드리아해의 해돋이를 구경할 수 있을 것이다. 운동도 하고 해돋이도 하는 일석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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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파제 위로 올라 바다를 보니 해님은 꽃단장을 하고 외출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달님이 떠난 빈자리를 해님이 다시 채우고 있는 것이다. 볼 때마다 신비스러운 현상이 아드리아해 너머로부터 내 가슴에 안기는 것이다. 코로나 시대가 시작되면서 그녀를 기다린 바다.. 그때는 기다림의 노래를 이렇게 불렀다.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오늘 그대 오시려나 저 바다 건너서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빛도 아름답지만 사랑스러운 그대 눈은 더욱 아름다워라 그대만을 기다리리 내 사랑 영원히 기다리리 그대만을 기다리리 내 사랑 영원히 기다리리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오늘 그대 오시려나 저 바다 건너서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빛도 아름답지만 사랑스러운 그대 눈은 더욱 아름다워라 그대만을 기다리리 내 사랑 영원히 기다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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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씨가 된단다. 비바람이 치던 바다가 잠잠해져 오고 밤하늘의 별이 반짝이지만, 도시의 가로등 불에 가린 지 꽤 오래되었다. 말이 씨가 될 정도이니 노래는 또 어떻고..



그녀와 통화를 하는 동안 음성이 밝고 활기가 넘쳤다. 그녀는 대한민국에서 이탈리아를 향해 이제나 저제나 코로나가 잠잠해지길 기다렸다. 그런 어느 날 이탈리아행 뱅기에 몸을 실을 준비를 끝마친 상태인 것이다. 백신 접종이 끝나면 비바람이 치던 바다 건너에서 보따리를 챙길 것이다.


"된장은 다 먹었어..? 고추장 디게 맛있는 거 사놓았어요. 육젓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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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대화는 주로 이렇게 진행된다. 이렇게 시작된 대화는 기본이 30분 어떤 때는 1시간도 더 된다고 말했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매일 조금씩 다른 일상다반사들이 통화에 묻어나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일상이 따분하다고 생각하고 재밌는 일을 찾아 나서게 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그 길로 어디론가 사라진 사람들도 있다. 또 어떤 사람들은 결국 사고를 치는 일까지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하여튼 별의 별짓을 다 해보는 동안 작은 깨달음에 이른다. 평범한 일상이 비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나는 방파제 위에서 곧 아드리아해 너머에서 꽃단장을 하고 등장하실 해님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태초로부터 시작된 해님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지 느끼게 될 때까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최소한 45억 년은 되었을.. 인간이 계수한 시간 속에 45억 번을 화장을 고치고 또 고치며 사람들 앞에 등장하는 것이다. 어떤 때는 민낯으로 등장할 때가 있는가 하면, 어떤 때는 베일을 두르고 나타나시기도 한다. 기분이 별로 였을 때는 아예 검은 구름으로 가리고 나타나신다.



화장을 고치는 등 표정은 중요치 않았다. 중요한 건 매일 어김없이 같거나 비슷한 시각에 나타나는 것이다. 45억 년의 시간이 흐를 정도면 따분할 때도 되었건만, 단 한차례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 것이다. 그게 천지창조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해님과 달님의 사정이 이러한데.. 글쎄, 우리는 무슨 불만이 그렇게도 많은지 하루가 멀게 따분함을 생각하는 것일까..



거기에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잠잠해져 오면.. 하여튼 "6.25 때 난리는 난리가 아니다"라던 카피가 딱 들어맞는다. 난들 별 뾰족한 수가 있을 리 없었다. 자나 깨나 하니 하니.. Honey Honey..! 어느 날 우리에게 닥친 별리 7개월의 세월이 이런 정도이다. 허구한 날 코로니 타령 해 감시롱..



영상, BARLETTA, L'ALBA DEL MARE ADRIATICO_아드리아해의 착한 해돋이




한낮의 도시는 따끈따끈한데 새벽 바다는 꽤 차가웠다. 만약 패딩 조끼를 가져가지 않았다면 아드리아해의 착한 해돋이는 엉망이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참 희한한 일이었다. 해돋이가 너무 착해 바쁜 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갈까 생각하며 방파제 너머를 기웃거렸더니 저만치 떠오른 해님이 현란한 장기자랑을 하는 게 아닌가..



그때부터 50보 걷고 넘겨 보고 100보 걸으면서 넘겨본 방파제 너머의 풍경들.. 해님이 연출한 황홀한 풍경 속에 신의 그림자가 오롯이 나타난 것이다. 천지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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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듣거라 인생들아.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요. 알파요 오메가니라.. 범사에 감사하면, 매사에 감사하면, 한 방 쥐어터질 때도 감사하면(이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 신께서는 조잘조잘 수다를 떨던 참새들까지 들어 쓰시는 것이다.



일상이 따분하다고 느껴질 때 어느 날 바닷가로 가 보시길 권유해 드린다. 착하게 착하게.. 그곳에는 신의 그림자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행운을 부르는 습관은 일상을 되찾는 게 아닐까.. 이른 새벽에 아무도 찾지 않는 바닷가에서 거저 주워 온 신의 그림자..!!


Una bella vista del nostro villaggio_BARLETTA
il 08 Giugn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