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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Sep 10. 2021

왜 그곳에 가느냐고 묻거든

-하니와 함께 다시 찾은 돌로미티 여행

하니가 저만치 앞서 걷다가 잠시 발길을 멈추고 시선을 내려둔 곳..!



우리는 이미  꼴포스꼬 알타바디아(Colfosco Alta Badia) 하이킹 루트를 돌아오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다시 만난 그루뽀 델 셀라 꼬르봐라(Gruppo del Sella Corvara BZ) 산군의 장엄하고 신비로운 모습이 시선을 빼앗는다. 우리에게 저 계곡 사이로 나 있는 트래킹 루트는 그림의 떡으로 변했다.



해발 2500m가 넘는 암봉 사이로 길게 이어지고 있는 길을 따라나서면, 그 끄트머리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비경들이 감추어져 있을 것이다. 돌로미티를 트래킹 하면서 알게 된 돌로미티의 비밀은 꼭꼭 숨겨져 있었다.



뿌에즈 오들레(Parco naturale Puez-Odle) 하이킹 루트에서 만나는 돌로미티의 산군은 정녕 하늘나라의 모습일까..



몇몇의 청춘들이 하이킹을 끝마치고 일광욕을 하고 있는 곳.. 하니가 저만치서 손을 흔들어 보인다.



이날, 우리는 지난해에 이어 처음으로 하이킹을 감행했다. 비록 경사가 완만한 평탄한 길이지만 무엇이든 쉬운 일은 없다.



꼴포스꼬 알타 바디아(Colfosco Alta Badia) 하이킹 루트 끄트머리에는 해발 2665m의 거대한 암봉(Sassongher)이 눈앞에 우뚝 솟아나 있다. 암봉이 저만치 보이는 산중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꼬르봐라(Corvara)에서 구입한 달콤한 빵과 익힌 쁘로슈또(Prosciutto cotto)가 허기를 달래주었다.



다시 빠쏘 가르데나의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길.. 장엄한 비경이 거대한 물결처럼 눈앞에 나타났다. 이 계곡 아래로 가르데나 고갯길이 용틀임을 하고 있는 곳. 첫눈에 반하여 다시 찾은 곳.. 낯설지 않다. 친근하다. 남의 나라 땅 같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왜 그곳에 가느냐고 묻거든




여기서 잠깐.. 구글 지도를 통해 현재 위치를 점검해 보기로 한다. 장차 코로나가 사그라들고 해외여행이 봇물을 이룰 때, 미리 챙겨두시면 좋은 정보라 생각한다. 그때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혹은 동료들과 자동차를 빌려 타고 돌로미티 곳곳을 누빌 텐데.. 미리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 놓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첫술에 배가 부르지 않을 것이나.. 현재 위치 꼬르봐라 인 바디아(Corvana in Badia)를 중심으로 우측으로 꼬르띠나 담빼쬬(Cortina d'Ampezzo)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위치 맞은편에 장엄하게 서 있는 암봉이 삐쯔 보에(Piz Boè, 3.152 m )라는 곳으로, 지난해 우리는 삐즈 쀠쉬아두(Piz Pisciadu)를 다녀왔다. 주변의 지명을 잘 봐(익혀) 두시기 바란다.



삐쉬아두 정상에서 보면 뿌에즈 오들레(Parco naturale Puez-Odle)의 모습은 이렇게 보인다. 실로 장엄하고 신비로운 비경이 눈높이에 맞추어 펼쳐져 있는 것이다.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암봉 아래 수목한계선으로 꼴포스꼬 알타바디아(Colfosco Alta Badia) 하이킹 루트가 길게 이어져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곳의 하이킹 루트는 삐쉬아두 정상 혹은 뿌에즈 오들레 정상보다 대략 1000m 아래 산 중턱에 걸린(?) 것으로 상대적으로 쉬운 루트이자 삐즈 보에 산군이 잘 조망되는 매우 아름다운 곳이다. 꼴포스꼬 알타바디아 하이킹 루트의 매력이 묻어나는 곳.



느린 걸음으로 대략 4시간 만에 완주한 이곳은 여행자들에게 특별한 감흥을 선물한다.



하이커들 혹은 트래커들이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 든다고나 할까.. 완만한 경사의 오솔길과 산골의 농로를 따라다니면서 바라보는 돌로미티 산군들은 할머니 할아버지처럼 넉넉한 가슴을 내준다. 



할머니 할아버지.. 그분들에 대한 기억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유년기의 아이들은 유독 할머니 할아버지 품을 좋아한다. 엄마 아빠와 달리 두 분들은 손자들이 무슨 일을 저질러도 함부로 뭐라 말하지 않는다. 오래도록 지켜보고 다독거리는 일이 대부분이다. 그에 비해 엄마 아빠의 경우는 많이 다르다. 당신의 아들 딸들이 잘못을 저지르면 즉각 호통치거나 나무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그랬다. 집안의 조카들이 주로 그러했다. 주변의 아이들이 할머니 할아버지 앞에서 주로 행복해했다. 자유로웠다.



인자요산(仁者樂山).. 하니와 국내의 산을 다니면서 우리는 주로 할머니 할아버지 같은 산의 넉넉함에 빠져들곤 했다. 설령 세상에서 잘못한 일을 겪어도 뭐라 나무라지 않고 꼬옥 품어주는 곳. 산은 인자한 할머니 할아버지를 닮았다.



어쩌면 우리가 돌로미티에 빠져든 것도 이런 자우롭고 행복한 법칙이 적용되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누군가 우리더러 "왜 그곳에 가느냐"고 물으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우리를 꼬옥 품어주는 산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할머니 할아버지 품에 안긴 손자들은 물론 '어른이'들도 사랑에 목말라 있다.



아이들에게 더 나누어 줄 것 없는 사람들.. 촉촉한 감성이 필요한 사람들.. 남녀노소 그 누구에게도 사랑이 필요하다. 애정이 결핍되어 있는 사람들이 어른이들이랄까..



예전에는 그게 무엇인지 잘 몰랐다. 마셔도 마셔도 해갈되지 않는 애정 결핍의 현상들이 아름다운 산과 숲과 계곡을 적시는 옥수를 만나면.. 자연 속에서 할머니 할아버지 품에 안긴 것처럼 행복하고 자유로워진다.



세상의 수많은 음식들이 살을 찌우는 반면 속 사람의 살을 찌우는 건 마음의 양식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마음의 양식'이 있다. 그 양식들이 어떤 모습으로 당신의 품에 안길 때 당신은 잠시 행복해할 것이다. 비로소 안식을 얻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먹어도 먹어도.. 마시고 또 머셔도 성에 차지 않고 배도 부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 현상이 무엇 때문에 일어났는지 조차 잘 알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당신을 품어준 대자연에 발을 담그면 비로소 알게 될 것이다.



조물주가 품어준 태초의 땅..



사람들의 오감이 밝아지고 더 똑똑해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그제야 당신의 부제를 경험하게 된다.



그 산중에 당신이 살고 계신 것이다. 그 산중에서 나를.. 우리를 부르는 것이다.



할머니 할아버지 품에 안겨본 사람들은 잘 알게 될 것이다.



우리가 잃고 살거나 잊고 살던 행복과 자유가 어떠한 건지..



그 산중에 발을 디디면 무아지경에 빠져든다.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고 아름다움만 느껴지는 곳..



그 산중에 발을 들여놓으면 지천에 널린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계속>



Le Dolomiti che ho riscoperto con mia moglie_Colfosco ALTABADIA 
il 09 Agost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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