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Nov 14. 2021

그해 가을이 화려했던 이유

-목신은 알고 있었다

우리가 잘 모르는 대자연의 신비..!



   그해 가을은 유난히도 화려했다. 그땐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그저 만추의 화려함에 이끌려 무시로 그들을 만났을 뿐이다. 그들 앞에 서면.. 그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더 바랄 것도 없거니와 가슴에 환한 등불을 켜 둔 것 같이 행복했다. 서울에 살면서 언제 이런 느낌을 가질 수 있었던가..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서울 강남의 오래된 아파트의 유치원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진 지 꽤 오래되었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어디론가 떠나고 있었다. 머지않은 장래에 재개발이 이루어진다고 했다. 오래된 아파트를 허물고 새 아파트를 지어서 그곳으로 입주한단다.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은 그 일에 동의를 했으며 머지않아 새로 건축된 아파트에 다시 입주를 하게 될 것이다. 그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그들만의 비밀(?)이었다. 새로운 주거환경에 아파트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다. 이런 소식은 동네방네 다 알려졌다. 곧 아파트가 철거될 것이며 단지 내의 모든 조경수들이 잘려 나갈 것이다. 이곳에는 최소한 50년도 더 된 메타쉐콰이어 나무는 물론 드넓은 단지에 해묵은 떨기나무들이 잘 자라고 있었다.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이 어느덧 중년을 바라볼 나이였으니 나무들은 오죽할까..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난 빈 아파트 단지를 지키고 있는 건 화려한 단풍들이었다. 짬짬이 둘러본 그들은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 나는 무시로 이곳에 들러 목신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런 어느 날 목신이 내게 말했다.


"이제 떠날 때가 되었소. 그동안 우리를 사랑해 주셔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이 마을에 당신이 없었다면 세월을 오래도록 붙잡고 있을 필요가 있었을까요. 사람들은 파랑새를 쫓아 멀리 떠났지요. 그들 곁에서 늘 함께 지내온 행복을 내팽개치고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우리 곁에 남아 다독거렸지요. 곧 이탈리아로 떠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부디 그곳에서 행복하게 잘 사시고 가끔씩 우리를 돌아봐 주시면 고맙겠소. 바람이 점점 차가워집니다. 이탈리아서 다시 뵐게요. 내외분..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Lo splendido autunno a Seoul, Corea del Sud_Dono della fata
il 14 Novembr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매거진의 이전글 길_행복한 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