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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21. 2019

#1_어느 고양이 모자간의 대화

-인간을 잘 이해하는 그들만의 방법

"엄마, 우리는 왜 여기서 살아요..?"



"응, 여긴 인간들이 사는 세상과 우리가 사는 대자연의 경계지역 빠소 리오 돈 귈레르모(Paso Río Don Guillermo)란 곳이란다.  변덕이 죽 끓듯 하는 인간들이 머리도 식힐 겸 여행을 떠나면서 잠시 쉬다가는 곳이야. 우리가 살아가기엔 안성맞춤이지. 음.. 그러니까 뿌에르또 나딸레스(Puerto Natales)에서 출발해 또레스 뗄 빠이네 공원(Parco di Torres del Paine)으로 이동하다가 잠시 들르는 휴게소라는 곳이란다. 우리가 아주 가끔씩 간식으로 먹던 햄버거 조각도 여기서 생긴 거야. 입에 착 달라붙는 음식이지만 매우 위험한 거지. 인간들 스스로 '쓰레기 음식'이라고 부르는 정크푸드(Il termine cibo spazzatura)거든.."


"이해가 안 가요. 엄마.. 그런 걸 왜 사 먹죠..?"


"응 그건 나도 같은 생각이야. 이해가 안 가 왜 그러는지. 그렇지만 더 이해가 안 가는 건 인간들이 우리를 대하는 자세야. 우리가 여기에서 살면 조물주가 지어준 본래의 이름을 갖고 자유롭게 살아가게 되지만, 인간들과 함께 살아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단다. 인간들은 우리를 길냥이 혹은 반려동물 등으로 고쳐 부르는 거지. 뿐만 아니란다. 도시에 사는 인간들은 우리의 번식을 막는 끔찍한 짓을 서슴지 않는단다. 더 끔찍한 것은 인간들과 함께 살면 너무 외로워진단다. 만약 네가 그들과 살게 된다면 너무 심심해서 죽을지도 모른다.


"왜죠..?"


" 음.. 너는 좁은 공간 속에서 인간들이 주는 먹이를 먹고 마시며 잠시 편하게 살지 모르겠다. 그러나 인간 세상에는 공짜가 없는 법이야. 네게 편의를 제공해 주는 대신 조건을 붙이지. 너는 그때마다 재롱을 떨어야 해. 이웃에 사는 아줌마냥이 그러던데  그런 요구는 외로운 인간들 몫이라나 뭐라나.. 니가 너무 심심해서 관심을 끌자고 한 행동을 귀여워하며 좋아하는 거야. 그 댓가를 누리며 살다가 어느새 너의 본성을 잊고 길들여지기 시작하는 거란다.."


'그럼 여기서 계속 엄마와 함께 살아가는 거죠..?"


"당근이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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