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상황에 떠오른 오래된 노랫말
세상에 공짜가 어딧수아..!!
말 그대로 홍일점.. 새빨간 양귀비꽃이 피어있는 곳은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작은 화단에 홀로 핀 아름다운 꽃이다. 이 화단은 이 도시에서 가장 큰 대형마트가 있는 곳으로부터 불과 10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아침운동을 마치고 나면 주로 들르는 곳이 마트인데 그만한 이유가 있다.
똑같은 식품을 굳이 우리 집 냉장고에 보관할 필요를 느끼지 않아 냉장고는 비워둔 채 운동 삼아 마트를 애용하는 것이다. 그곳에는 우리 집 냉장고보다 '하늘만큼 땅만큼' 거대한 냉장고에 온갖 식품이 다 저장되어 있는 것이다. 아마도..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처음 이 마트에 들러본 사람들이라면 눈이 휘둥그레질 것이다. 이탈리아의 천하일미가 한 곳에 모두 저장되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것.
이방인을 놀라게 한 건 다름 아니다. 이곳 재래시장은 물론 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생필품 중 식품의 가격은 너무 착한 것이다. 따라서 별 일 없으면 나의 작은 손지갑에는 10유로 혹은 20유로짜리가 동전과 함께 들어있는 것이다. 매일 먹고 싶은 음식 등을 아침운동이 끝나면 구매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흘 전 작은 문제가 생겼다.
슈퍼를 한 바퀴 돌아 꼭 필요한 물건을 5유로 상당 어치를 구입했다. 그리고 계산대 앞에 섰다. 물건을 집어 들면서 이미 암산을 해 둔터라 계산대 앞에 서면 계산기에 찍힌 화면을 보고 즉시 계수를 하며 돈을 지불하게 된다. 이날 계산기 화면에는 5 유로 하고 몇 첸떼지모가 찍혔다.
이날 내 지갑 속에는 20유로짜리 두 장과 동전이 있었는데 계산대 직원에게 20유로를 건네고 잔돈은 동전을 지불했다. 그러니까 내가 돌려받아야 할 돈의 액수는 15유로였다. 그런데 돈을 지불한 뒤 영수증과 잔돈을 받으려고 기다리는데 빨간 옷을 입은 여직원은 5유로와 영수증을 내밀었다.
아주 잠시 기다려봤다. 먼저 5유로를 지불하고 다시 10유로짜리를 지불할 줄 알았다. 그런데 5유로와 영수증을 받고 그 자리에 서 있는 나를 보더니 '무슨 일인가' 싶은 얼굴로 쳐다보는 것이다. 뭔가 이상한 낌새를 차린 나는 즉시 이렇게 말했다.
나: 10유로 더 줘야지요.
빨간 유니폼: 무슨 말씀인지..
나: 20유로 지불했으니 15유로를 줘야지요.
빨간 유니폼: 무슨 말씀이냐고요. 10유로 내셨잖아요.
나: 무슨 소리! 20유로 줬다고..!!
빨간 유니폼: 좋아요. 확인해 보자고요.
이때부터 마트의 계산대 한쪽은 손님들의 줄이 점점 더 길어졌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직원은 줄지어 선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다른 계산대를 이용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리고 비상 전화기를 들어 마트 관리직원을 호출하고 청원경찰까지 불렀다. 계산대 앞에는 전부 4명이 서 있었다.
그동안 빨간 유니폼 직원은 돈통 속의 이날 매출을 전부 수기로 기록했다. 100유로짜리 지폐와 50유로 지폐와 20유로 지폐와 5유로 지폐 외 동전 전부를 일일이 관리직원과 내가 보는 앞에서 계수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총액을 더해 엔터를 눌렀다. 금방 계산 결과가 영수증에 찍혀 나왔다. 옆에 있는 직원들이 짜자자잔~하고 장난 삼아 말하며 결과를 기다렸다. 돌돌 말린 영수증 종이 위에 결과가 찍힌 건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직원들: (짜자자잔~) 손님이 옳았어요!!
빨간 유니폼: (얼굴이 붉어지며 10유로짜리 지폐와 5유로짜리 지폐를 내민다) 미안해요!
나: 틀렸지요? 아무튼 고마워요, 챠오!
나는 그 여성이 일부러 나를 속이기 위해 그런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바쁘게 일하다 보면 간혹 실수를 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혼란을 겪을 수가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등을 돌리고 나오는 순간 일 매출이 가득한 돈통을 계수하는 장면에서 조금은 지나친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녀는 나의 실수로 일을 크게 만드는 것쯤 생각한 나머지 나를 포기하게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내가 동양인이고 이탈리아어를 말할 줄 모를 것이라는 생각 등이 겹친 결과가 '허튼수작'으로 이어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계산이 끝나고 마트를 나오면서 그때 눈에 띈 꽃이 새빨간 양귀비 한 송이였다. 그리고.. 이 같은 상황에 딱 어울리는 오래전 노랫말이 떠올랐던 것이다. 세상에 공짜가 어딧수아..!!
Salvatore Adamo -살바또레 아다모
Tombe la neige 돈 벌어 내줘 눈이 내리네
Tu ne viendras pas ce soir 지난 비엔가 빠졌수아 당신은 오늘 밤에 오지 않겠지요
Tombe la neige 돈 벌어 내줘 눈이 내리네
Et mon cœur s'habille de noir 이모가 싸게 내놓아 내 마음은 까맣게 타들어가요
Ce soyeux cortège 씻어 와요 걸레 된 손 맑은 눈물이
Tout en larmes blanches 죽더라 뭐 블랑쉐 비단결처럼 흘러요
L'oiseau sur la branche 놔줘 시일 내 모셔 나뭇가지 위의 새는
Pleure le sortilège 블라블라 싼티 내줘 주문을 외우듯 소리질러요
Tu ne viendras pas ce soir 지난 비엔가 빠졌수아 당신은 오늘 밤 오시지 않겠지요
Me crie mon désespoir 뭐꼬 이 몸 디지스꾸아 절망이 내게 덤벼들며 소리질러요
Mais tombe la neige 네 돈 벌어 내줘 그렇지만 눈이 내려요
Impassible manège 아따 시 불너 마 내줘 무심코 돌아가는 목마처럼요
La, lalala, lalala, lalala 라, 라라라, 라라라, 라라라
Ouh 우..
Tombe la neige 돈 벌어 내줘 눈이 내리네
Tu ne viendras pas ce soir 지난번엔가 빠졌수아 당신은 오늘 밤에 오시지 않겠지요
Tombe la neige 돈 벌어 내줘 눈이 내리네
Tout est blanc de désespoir 두띠 불러 그렇게 됐을 거야 모든 게 절망처럼 하얗게 변하네
Triste certitude 더 있을 때 샐러드 튄다 슬픈 확신
Le froid et l'absence 루포와 일나 섬세 그리고 추위
Cet odieux silence 스튜디오 세놈써 그 가운데 당신은 없었어요
Blanche solitude 블랑쉐 소리 튈라 이 끔찍한 침묵과 하얀 고독
Tu ne viendras pas ce soir 지난 비엔 가 빠졌수아 당신은 오늘밤 오시지 않겠지요
Me crie mon désespoir 뭐꼬 이 몸 디지스꾸아 절망이 내게 소리칩니다
Mais tombe la neige 네 돈 벌어 내줘 그렇지만 눈은 내려요
Impassible manège 아따 시 불너 마 내줘 무심코 돌아가는 목마처럼요
Mais tombe la neige 네 돈 벌어 내줘 그래도 눈은 내려요
Impassible manège 아따 시 불너 마 내줘 무심코 돌아가는 목마처럼요
La, lalala, lalala, lalala 라, 라라라, 라라라, 라라라
Ouh 우..
La, lalala, lalala, lalala 라, 라라라, 라라라, 라라라
Ouh 우..
Una vecchia canzone che mi è venuta in mente_Dammi dieci euro
il 20 Febbraio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