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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r 15. 2020

꼬로나비루스가 바꾼 지구별의 풍경

-21세기에 등장한 새로운 바벨탑 사건 

우리가 선택한 어리석은 결정..?!!



불과 사흘 전의 일이다. 아내가 이탈리아로 돌아온 이후 우리는 매일 같이 하던 아침산책을 재개했다. 이 같은 습관은 오래된 것으로 하루 일과의 시작은 주로 아침산책을 시작으로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내가 잠시 자라를 비운 시간 내가 걷던 바닷가를 걸으며 새로운 코스를 찾아 나서기도 했다. 같은 길을 오래 걸을 때 생기는 지루함 때문이랄까.. 



그런데 아침산책은 불과 열흘만에 끝나고 말았다. 아내가 이탈리아로 돌아온 이후 급격히 불어나기 시작한 꼬로나비루스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 때문이었다. 대략 두 주 전부터 이탈리아 전역을 공포에 몰아넣기 시작한 꼬로나비루스는 정부 보건당국의 초강수로 국민들 다수의 발목을 붙잡는 통행제한이 시작된 것이다. 



이 같은 조치 등은 시민들의 삶을 하루아침에 바꾸어놓은 것으로, 그 여파는 우리가 사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까지 미쳤다. 최초 확진자 수가 4명에 불과했던 이곳은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는 현재 166명으로 불어났다. 이탈리아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 때문에 공포의 도가니 속으로 빠져듬과 동시에, 언제 이 사태가 끝날지도 모를 미궁 속을 헤매고 있는 것이다. 



또 지구별은 꼬로나비루스 때문에 나라마다 문을 걸어 잠그고 비상사태를 선포하기에 이른 것이다. 우리는 꼬로나비루스가 보다 더 사악한 모습을 보이기 전에 나름의 전략을 통해 오래된 습관을 이어나가기로 마음먹었던 것이다. 인적이 뜸한 곳..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곳을 찾아 아침산책을 나가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선택은 단 하루 만에 뒤집고 말았다. 식료품 등을 구입하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외출을 삼가기로 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외출 시에는 반드시 마스크를 사용하기로 입을 모았다. 우리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결정적 이유에는 이곳 바를레타 시민들의 모습이 큰 작용을 했다. 



이탈리아 북부 지방보다 남부 지방은 꼬로나비루스가 상대적으로 더딘 속도로 확산됐지만, 주 보건당국이 발 빠르게 대응하면서부터 작은 도시에 인적이 거의 끊기고, 공공장소는 물론 대부분의 카페나 상점이 문을 걸어 잠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 집 앞을 통행하던 시민들의 발길까지 뚝 끊기고 적막이 흐르기 시작한 것이다. 미시세계의 비루스가 거시 세계에 사는 인간을 마음대로 휘젓고 있었던 것. 나는 이같이 낯선 풍경들 때문에 오래전에 학습한 바벨탑 사건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언어의 혼잡을 만든 조물주의 선택


언어를 전공한 학생들이 아니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바벨탑 사건은 '신과 인간의 관계'를 적절히 갈라놓고 있는 모습이다. 신은 신의 영역에서 인간은 인간의 영역에서 살아가야 했음에도 불과하고 어느 날 인간들이 신의 영역을 침입하는 듯한 결과를 낳은 것이다. 인간들이 바벨탑을 쌓기 시작하면서부터 신은 인간들의 분수에 넘는 일에 간섭을 시작한 것이다. 



널리 알려진 바벨탑의 원형은 바이블에서 시작된다. 마르두크 지구라트.. 바빌론의 공중정원을 건설한 왕으로 유명한 네부카드네자르 2세의 명령으로 신 바빌로니아의 수도 바빌론에 지어진 건축물이다. 높이와 넓이가  각각 무려 90m를 넘는 초대형 건축물이다. 현재의 건축기술로도 거대했지만 당시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할 거대한 건축물이었다. 



지구라트의 건설 목적은 조금이라도 하늘에 가까이 다가가 그곳에서 제사를 지내는 왕이나 신관들이 보다 신과 가까워지는 일이었다. 꼭대기에는 제사를 지내는 제단이 있는 신전이 있는데 바빌론의 문과 같은 푸른 벽돌로 장식되어 매우 아름다웠다고 전해진다.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 쌓아 올린 이 건축물이 조물주 보시기엔 매우 찝찝했던지 아니면 당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듯했던지..



어느 날 꼬로나비루스에 내려진 초강수와 다름없는 조치를 취하게 된다. 언어를 혼잡케 만들어 소통을 불가능하게 하면 건축물 작업이 더디거나 중단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믿거나 말거나 한 언어의 혼잡은 유태인들의 세계관 때문에 생긴 설화라는 게 나중에 밝혀졌다. 하지만 바벨탑 건축으로 인해 생긴 언어의 혼잡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매우 크다. 인간들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스스로 신의 영역에 올랐다고 자평하는 교만한 시대에 다다른 것이랄까.. 




21세기에 살고 있는 인간은 실로 위대했다. 현대에 비하면 언어의 혼잡을 일으킨 신의 세상은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신화 속에서 하늘을 날아다니던 신들은 어디론가 사라진 세상에서, 인간들이 만든 비행기들이 아무 때나 24시간 내에 지구별 어디든지 날아다니는 실로 엄청난 과학기술을 선보이며 바벨탑 사건을 우습게 여기게 된 세상으로 바뀐 것이다. 


*2020년 3월 15일 현재 지구별의 꼬로나비루스(COVID-19) 확산 지도

출처: 나라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범유행


철학서에는 아예 '신은 죽었다'라고 쓰고 있는 세상..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의 시대가 일반이 널리 애용하는 대명천지로 도래한 것이다. 대명천지 숭정일월 (大明天地 崇禎日月).. 본래 뜻과 다소 차이가 있을 망정 우리는 '매우 환하게 밝은 세상'에 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냥 빛이 환한 게 아니라 우리를 갈라놓았던 어둠으로부터 해방되게 만든 IT기술 등이 지구별을 지구촌으로 확 바꾸어 놓은 것이다. 


부처님 손바닥 위에 있던 세상이 인간들의 손바닥 위로 올라오면서 세상은 개나 소나(?) 모두 부처님의 능력을 따라잡기에 이른 것이다. 인간세상을 가로막을 그 무엇도 없는 세상.. 인간이 진정 만물의 영장이라고 뻐기는 세상에서 조물주의 한 수가 언어의 혼잡처럼 다가왔던 것일까..





돌이켜 보면 우리의 선택은 얼마나 어리석었던 결정인가.. 시민들 몰래 시민들이 잘 다니지 않는 곳을 찾아 우리의 오래된 습관을 이어나가는 것. 하지만 그런 결정을 하룻만에 번복하게 만든 건 다름 아닌 꼬로나비루스이자, 우리 인간의 교만을 깨닫게 만든 인간의 발명품들이었다. 우리가 손에 든 인류 최고의 발명품인 비행기와 인터넷은 물론 휴대폰 등이 인간을 노예로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 시작은 꼬로나비루스(COVID-19)라 해도 과언이 아니며, 지구촌으로 변한 지구별에서 살아남기 위한 신의 한 수가 바이러스로부터 발현된 희한한 모양새이다. 비루스는 인간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을 졸지에 인간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바꾸어놓은 것이다. 비루스에 감염된 사람들을 통제하고 찾아내는(역학조사) 데 요긴하게 쓰이는 게 휴대폰 혹은 인터넷을 활용한 위치정보로 둔갑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신의 영역을 침범한 대가는 언어를 혼잡케 한 조치보다 엄격해 나라마다 문을 걸어 잠그는 초강수로 변하게 만든 것이다. 그나마 이 같은 조치는 한시적일지도 모른다. 꼬로나비루스로부터 해방되면 우리 인간들은 전에 없던 트라우마를 겪을지도 모른다. 생명을 잃고 크게 아팠던 고통을 기억할 것이므로 향후 지구별의 풍경은 지금까지 우리가 버릇처럼 해 왔던 일상을 확 바꾸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꼬로나비루스 때문에 대도시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대형건축물(영화관 경기장 등) 등 비루스에 취약한 지역은 회피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세계인들은 자국민의 보호를 위해 검역을 보다 강화할 것이며 여행지는 크게 제한될 것이다. 이 같은 조치 등은 경제활동 둔화로 이어질 게 자명해 보인다. 21세기에 등장한 꼬로나비루스 사태가 새로운 바벨탑 사건으로 떠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어느 날, 꼬로나비루스가 세상을 확 바꾼 것이다. 



Colline adriatiche galleggianti di Coonavirus
il 15 Marzo la amttina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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