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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11. 2020

그곳으로 떠나고 싶다

-죽음이 일상이 된 대재앙의 세상 


기나긴 인내와 고통의 시간이 필요한 COVID-19 사태


이탈리아 COVID-19, 2020년 4월 10일 오후 5시 현재의 상황은 포스트 맨 아래에 기록해 두었다. 죽음이 일상이 된 대재앙의 세상에서 잠시라도 등을 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나의 결정은 세계의 석학들과 유명인사들이 내놓은 자료 등에 따라 조치한 것으로 , 우리가 겪고 있는 대재앙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꽤 긴 인내의 시간 혹은 고통의 나날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 이사장은 9일 홍콩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에서 "꼬뷔드-19 백신이 세상에 나오려면 대략 2021년 9월에나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10일 현지시각) 우리나라의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한국이 세계적 모범이 되고 있다"라고 말했으며, 문 대통령은 "감염병이 취약한 나라에 대한 지원과, 백신·치료제 개발을 위해 협력을 확대해나가자"라고 말했다.





명승지에 새겨진 기록




지난 여정 어머니의 기도에 이렇게 썼다. 금년 설날 아침이었다.

신들이 머물거나 살아가고 있었던 장소에 깔라파테 열매가 까맣게 익어가고 있었다. 아내는 조금 전에 이곳을 지나쳤다. 나는 깔라파테 열매를 통해 아내를 기억해내는 것이다. 설날이 다가오면 바쁘게 동선을 그으시던 어머니의 기도도 그런 것일까..

"비나이다 천지신명이시여.. 우리 아이들이 언제 어느 곳에 있더라도 늘 함께 동행하시어 세상을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는 복을 내려 주시옵소서.. 비나이다 내 남자의 인술을 통해 병든 자들이 고침을 입게 해 주시고.. 비나이다 저의 부족함을 아시는 천지신명이시여.. 바라건대 저를 그 도구로 삼아주시옵고.. 아이들이 행여나 다칠 일이 생기면 나를 먼저 소환하여 티끌만치도 흠이 없도록 하시옵소서.."



파타고니아 최고의 명승지 엘 찰텐(El Chalten)의 라구나 또르레(Laguna torre)로 가는 길은 여행자의 발길을 가볍게 하는 곳이다. 숙소에서 작은 언덕길을 오를 때 잠시 숨이 가빴던 것을 제외하면 길은 평탄하거나 나지막한 경삿길로 꼬불꼬불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리오 피츠로이(Rio Fitz Roy) 강이 내려다 보이는 오솔길은 황금빛 아침햇살을 머리에 인채 깔라파테 열매(Il calafate_Berberis microphylla)가 새까맣게 익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아내와 함께 숙소를 나선 지 얼마 되지 않아 본격적인 트래킹이 시작되자 오솔길 옆 낭떠러지에 리오 피츠로이 강물이 옥빛 빙하수를 쏟아내고 있었다. 그 강은 한 때 방하 속에 갇혀있던 곳으로 빙하가 사라진 이후 깊은 바위 협곡을 드러내고 있었다. 빙하기(Era glaciale)를 다룬 위키피디아의 기록에 의하면 약 1만 년 전에 끝난 빙하기를 마지막 빙하기로 부른다. 기록은 다시 이렇게 말했다.



과학자의 상당수는 '빙하기'가 끝난 것이 아니라 '빙기'가 끝났다고 생각하며, 현재를 《빙기》와 빙기의 사이인 《간빙기》라고 생각하고 있다. 때문에 최종 빙기 종료 후부터 현재까지의 기간을 '후빙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여기서는 빙하학적인 의미로 사용하며, 빙하기 내의 추운 시기를 빙기(glacial), 비교적 따뜻한 시기를 간빙기(interglacial)라고 부른다. 빙하기가 중요한 것은 인류의 진화과 함께하기 때문이다. 빙기가 찾아오면 해안선이 극단적으로 멀어져서, 육상의 거의 대부분이 얼음으로 덮인다. 때문에 동식물도 격감하며, 동식물로 수렵과 채집 생활을 하는 인류에게 큰 타격이었다. 빙기의 환경에서 지상 생활을 시작한 뒤 두 발 보행을 시작해 인류가 되었다는 것이 통설이다.





우리가 산중에서 남겼던 유언


우리가 어느 날 아침 걷고 있는 오솔길을 따라 시간 여행에 나서면, 찰나의 짧은 시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단박에 느끼게 된다. 그러니까 우리 인류가 살고 있는 현재 모습은 지구별이 탄생한 대략 46억 년 이후의 역사 끄트머리에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빙기와 빙기가 거쳐갔으며 다시 빙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우리가 지구온난화로 인해 펄펄 끓는 지구를 생각해 낼 수 있지만, 반대로 다시 극한의 추위를 맞이해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 과학자들이 밝혀낸 지구별의 비밀이랄까.. 



잠시 간빙기에 살고 있는 인류에게 대재앙이 찾아들 것이라는 걸 눈치챈 사람들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런 어느 날 아내와 나는 라구나 또르레로 트래킹을 나서며 서서히 다짐을 굳혀간 것이다. 그 다짐이란 장차 맞이하게 될 우리들의 죽음과 관련이 있었다. 



세상 그 누구도 피하지 못하는 운명을 맞이하면, 누군가 살아남은 사람이 당신의 육신을 불사르고 뼈는 곱게 빻아 이 산중에 뿌려달라는 유언이었다. 그런데 목숨과 바꾸어야 하는 유언이 별로 기분 나쁘게 들리지 않았다. 이 유언은 당장 법적 효력이 발생할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우리가 이런 유언을 생각해 내게 만든 이유는 간단했다. 장차 우리가 머리를 뉠만한 장소는 이만한 곳도 없었다.



그곳으로 떠나고 싶다




이른 아침부터 우리가 걷기 시작한 오솔길 곁에는 매우 평범한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그 흔한 풀과 돌멩이 그리고 우기를 부르는 메마른 풍경들이 비를 기다리고 있었다. 따라서 우리가 걷는 오솔길은 바짝 말라 가끔씩 먼지를 폴폴 날리는 곳도 있었다. 숲 속의 이끼들도 작은 체구의 떨기나무들도 목이 말라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날 아침 저 멀리 라구나 또르레 하늘은 먹구름이 덮여있었다. 멀리서 봐도 간간히 비를 흩뿌리는 듯한 풍경이 깊은 골짜기 빙하 위로 드리워진 것이다. 이른 아침에 볼 수 없었던 날씨가 점점 더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것. 숙소를 떠난 후에 맞이한 날씨여서 다시 숙소로 돌아가 우비를 챙겨 올 겨를도 없거니와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비가 오시면 비에 젖고 바람이 불면 더불어 하늘거리며 자연 속에 폭 빠져들고 싶은 곳이 우리가 만난 엘 찰텐의 아침나절이었다. 엘 찰텐이 내주는 산중의 공기는 혀끝으로 맛을 볼 수 없어도 허파의 세포들이 환호를 지르는 곳. 작은 언덕으로 발길을 옮겼을 때부터 이 같은 현상은 도드라져 피곤한 기색 조차 느끼지 못했다. 말로만 듣던 청정지역..



아내와 나의 유언이 효력을 발생하려면 티끌 하나 없이 맑고 깨끗한 대자연 속이었다. 서울 시내가 빼꼼히 내려다 보이는 동네 뒷산이 아니었다. 개발자들이 다 후벼 파놓은 공원묘지가 아니었다.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가 소음으로 변한 어느 납골당은 더더욱 아니었다. 



어머니의 자궁을 빌어 세상에 태어나기 전.. 

그 이전.. 

태곳적 자리에 머물렀을 법한 자리라야 

육신과 영혼이 편히 쉬는 땅이 아닐까..





어머니의 기도와 지구별의 현주소


영산 피츠로이를 품은 엘 찰텐에 발을 들여놓으면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태곳적 풍경들이 저만치서 손짓한다. 그리하여 겉보기에 평범하기 짝이 없는 풀 한 포기와 바람 한 점 돌멩이까지 사랑하게 되는 곳. 파타고니아를 다녀온 지 꽤 많은 시간이 지났건만 당시의 느낌이 그대로 내 영혼을 촉촉하게 적신다. 지난 여정 어머니의 기도에 이렇게 썼다. 다시 한번 더 들여다 본다.



신들이 머물거나 살아가고 있었던 장소에 깔라파테 열매가 까맣게 익어가고 있었다. 아내는 조금 전에 이곳을 지나쳤다. 나는 깔라파테 열매를 통해 아내를 기억해내는 것이다. 설날이 다가오면 바쁘게 동선을 그으시던 어머니의 기도도 그런 것일까..

"비나이다 천지신명이시여.. 우리 아이들이 언제 어느 곳에 있더라도 늘 함께 동행하시어 세상을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는 복을 내려 주시옵소서.. 비나이다 내 남자의 인술을 통해 병든 자들이 고침을 입게 해 주시고.. 비나이다 저의 부족함을 아시는 천지신명이시여.. 바라건대 저를 그 도구로 삼아주시옵고.. 아이들이 행여나 다칠 일이 생기면 나를 먼저 소환하여 티끌만치도 흠이 없도록 하시옵소서.."



어머니의 기도는 간절했다. 매일 아침 부엌에서 정화수를 떠다 놓고 치성을 드리셨다.


비나이다 천지신명이시여.. 우리 아이들이 언제 어느 곳에 있더라도 늘 함께 동행하시어 세상을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는 복을 내려 주시옵소서.. 비나이다 내 남자의 인술을 통해 병든 자들이 고침을 입게 해 주시고.. 비나이다 저의 부족함을 아시는 천지신명이시여.. 바라건대 저를 그 도구로 삼아주시옵고.. 아이들이 행여나 다칠 일이 생기면 나를 먼저 소환하여 티끌만치도 흠이 없도록 하시옵소서..





서기 2020년 새해 첫날 어머니의 기도가 산중에 메아리친 것도 우리의 유언과 맞물려있었다. 요즘 지구별에는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이 혼탁해진 세상으로부터 발현된 비루스 사태로부터 구원의 손길을 기다린다. 오늘 열어본 한 영상 속에는 구덩이를 길게 파 놓고 지게차로 시신을 옮기고 있는 장면이 포착됐다. 꼬뷔드-19 사태로 아수라장으로 변한 미국의 한 모습이었다. 우리네 삶의 끄트머리가 저런 모습이라면.. 우리 인간은 어떤 가치를 위해 살아야 할까 싶은 생각이 퍼뜩 드는 것. 아내의 한숨이 이어졌다.



오늘 이탈리아 COVID-19 사망자 +570(누적 사망자 수 18,279명)..!!


Coronavirus in Italia: 147,577(확진자 +3,951) casi, 18,849(사망자 +570) morti, 30,455(치료자 +1,985) i guariti -Il bollettino al 10 Aprile.

어제(Il bollettino al 09 marzo.) 이탈리아 꼬로나비루스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 및 치료자 수 Coronavirus in Italia: 143,626(확진자 +4,204) casi, 18,279(사망자 +610) morti, 28,470(치료자 +1,979) i guariti


-2020년 4월 10일 오후 18시 26분(현지시각) 현재, 이탈리아 꼬로나비루스(COVID-19) 전염병 누적 확진자 수는 147,577(확진자 +3,951) 집계됐다. 전날 대비 +2,75% 늘어난 수치이다. 또 사망자 수는 전날 대비 +3,12% 늘어난 수치로 18,849(+570)으로 집계됐다. 치료자 수는 30,455(+1,985)으로 집계됐다. 전날보다 1,714명이 더 줄어든 수치이다. (출처:  www.worldometers.info


이틀 전에 비해 확진자 수가 조금 더 감소하고, 사망자 수는 40명이나 줄었으며, 치료자 수도 조금 더 늘어나 전체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통계수치이다. 소폭이지만 매일 더 나은 수치를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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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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