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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09. 2020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차역

-아내와 함께 만난 기적의 현장(상)

우리는 언제쯤 행복해할까..?!!


세상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현상들이 너무도 많다. 100년도 채 살지 못하는 인간들이 두고두고 공부를 하고 또 해도 여전히 모르는 게 수두록 하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머리로 세상을 이해하는 법. 가슴으로 세상을 이해하면 세상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마음 문을 열고 세상을 바라보면 세상은 단박에 천국으로 다가올 것. 반면에 마음 문을 꽁꽁 걸어 잠그고 세상을 바라보면 지옥으로 보일 것이다. 천국과 지옥 모두 마음먹기에 따라 변하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될 즈음, 지천명의 세상을 만나고 이순의 터널을 지나게 되는 것이랄까. 


*자료 사진은 천상의 풍경  속으로 편에 실은 올리브 과수원에 피어난 양귀비꽃 무리의 환상적인 풍경


천국과 지옥 혹은 행복과 불행의 모습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인간사를 돌이켜 보면 재물이 많다고 해서 행복한 것도 아니며 권력과 명예가 철철 넘친다고 해서 행복한 것도 아니었다. 어쩌면 그러한 것들은 도리어 행복을 가로막거나 불행을 자초하는 조건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았다. 100년도 채 살지 못하는 인간들이 지천에 널려있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나지 못하고 외눈박이 삶을 살아야 하는 것. 그러니까 보통 사람들의 삶을 살아야 보이는 것들이 천국의 모습이라고나 할까. 





어제(8일 현지시각) 아침, 아내와 나는 이틀 전에 만난 천상의 풍경을 쫓아 이른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 교외에 위치한 올리브 과수원을 다시 찾아가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아니 한밤중에 일어나 도시락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시외로 소풍을 다녀오기로 결심한 건 5월 둘째 날부터였다. 대략 두어 달 동안 비루스 사태(COVID-19)로 이탈리아는 물론 지구별이 통째로 비상사태를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늘문을 걸어 잠그는 것은 물론 통행을 제한하고 자가격리를 통해 비루스와 전쟁을 치르고 있었던 것이다. 참 희한한 전쟁이었다.



그렇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는 비루스와의 전쟁은 수많은 희생자를 만들며 나라 전체를 초상집 분위기로 만들어 갔던 것이다. 매일 수백 명 이상이 먼 하늘나라로 떠나가고 있었다. 생전 이 같은 경험은 처음 해 보는 일이었다. 어쩌다 이웃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장례식을 치르는 것을 보며 삶과 죽음을 떠올렸지만, 하루에 수백수천수만 명의 삶을 앗아간 비루스는 처음 보는 매우 나쁜 녀석이었다. 



그래서 지난 대략 두어 달 동안은 생지옥 속에서 감옥생활을 하는 것과 다름없었는데.. 5월 둘째 날부터 자가력리가 일부 완화되면서 우리 내외가 소풍을 결심한 것이다. 소풍 장소는 집에서 가까운 곳이자 끝도 없이 펼쳐진 광활한 뿔리아 주의 대평원이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전혀 뜻밖의 풍경(위 자료사진)을 만나고 아이들처럼 기뻐한 것이다. 우리 내외가 타인에게 드러내 놓고 자랑할만한 게 있다면 이게 전부나 다름없다. 늘그막에 발견한 고상한 취미는 아닌데 우리 둘을 잘 엮어 놓는 게 하나 있었다. 아내는 그걸 이렇게 말했다.



우린 싸돌아 댕기는 거 빼면 맞는 게 하나도 없쪄..! ^^*




아내는 싸돌아 댕기는 걸 좋아했다. 처음엔 아내가 내뱉은 이 말이 조금은 서운했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명언으로 다가온 것이다. 생김새도 다른 남자 사람과 여자 사람은 생각도 달라서 삐거덕거리기를 수도 없이 반복했다. 그런 삐거덕 거림은 어린 왕자의 가르침에 따라 닳고 부대끼면서 서로 길들여지는가 하면 종국에는 서로 닮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두 사람.. 두 인간의 공통점을 찾아내어 하나로 묶는 묘한 마법의 세상을 한마디로 정리한 게 싸돌아 다님의 미학이랄까.. 



우리는 한동안 두 사람이 함께 싸돌아 다니지 못하는 경험도 했다. 내가 늦깎이로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하면서부터 아내의 독수공방 횟수는 점차 늘어난 것이다. 그때부터 싸돌아 다님의 횟수도 비례해 늘어나면서, 언제부터인가 먼 나라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아내를 떠올리곤 했다. 한 사람이 바라보는 것보다 둘이 함께 바라보는 풍경은 느낌이 달라도 너무도 달랐다. 



또 누군가 곁에서 추임새를 넣어 장단을 맞추면, 평범하기 짝이 없는 풍경 조차 하늘나라의 풍경으로 바뀌게 되고 절로 행복해지는 것이다. 둘이 싸돌아 다니면 이 같은 횟수가 점점 늘어나 꼭두새벽에 일어나 도시락을 싸 대는 진풍경 혹은 해프닝이 생기게 되는 것. 한국에는 어버이 날을 맞이했지만 이탈리아에서 살고 있는 어버이 두 사람은 철딱서니 없는 아이들처럼 소풍에 들떠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우리 앞에 기적과 다름없는 풍경이 짠~하고 나타나며 우리는 아이들처럼 좋아하며 셔터를 누르기 시작한 것이다. 이곳은 두어 달 전 한국에서 볼일을 마치고 다시 이탈리아로 귀국한 아내가 첫발을 디딘 곳이자, 장차 당신의 삶을 윤택하게 가꾸어줄 것으로 믿은, 아드리아해의 보석 바를레타 시의 관문 바를레타 기차역이었다. 



우리 앞에 펼쳐진 장관은 생전 처음 보는 진풍경으로, 바를레타 기차역사 한쪽 모퉁이 철로 곁은 물론 주변을 온통 양귀비꽃으로 붉게 물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비루스 사태로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한 지 대략 두어 달 동안 전혀 뜻밖의 선물이 우리를 기다렸다고나 할까.. 어제 아침, 아내와 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차역으로 바꾼 기적 같은 현장에서 행복을 만끽하고 있었던 것이다. 



작가노트


서기 2020년 5월 8일 오전 6시경,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Provincia di Barletta-Andria-Trani)의 바를레타 기차 역에서 아내와 함께 꿈같은 장면을 만나 아이들처럼 좋아하다. 가슴이 쿵쾅쿵쾅 짜릿짜릿 표현할 길 없는 황홀경 속에 빠져들다. 누가 이런 기분 아시려나.. 


Alle 6 del mattino dell'8 maggio 2020, presso la stazione ferroviaria di Barletta, in provincia di Barletta-Andria-Trani, nel sud Italia, ho incontrato una scena da sogno con mia moglie e le ho amate da bambini. Il mio cuore si tuffa in un'estasi senza modo di esprimerlo. Chissà come ci si sente..



* Coronavirus in Italia: 217,185(확진자+1,327) casi, 30,201(사망자+243) morti, 99,023(치료자+2,747) i guariti -Il bollettino al 08 Maggio. (출처: www.worldometers.info)

La stazione ferroviaria più bella del mondo
il 08 Maggio 2020, Citta' di Bar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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